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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도, 장녀도 아닌 '둘째'들이 서러운 이유[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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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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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녀힙합
이진송 지음
문학동네

맏이도, 아들도 아닌 저자는 그 서러움에 대한 토로를 돌사진이 없다는, 알고 보면 이런 차녀들이 많다는 얘기로 시작한다. '전국둘째연합 회장'을 자처하는 그는 88년생 용띠. 산아제한 정책과 남아선호의 영향권이자, 신생아 성비 불균형이 심했던 때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가 '둘도 많다'가 됐던 시절, 차녀는 날 때부터 '잉여'로 해석될 법했다는 주장에 제법 수긍이 간다. 첫째가 스포트라이트 때문에 중압감을 느낀다면 차녀는 "어둠 속에서 대사 한 줄이라도 더 얻어보려고 발버둥치는 무명배우 같다"고 비유한다.

하지만 이 책은 고발이나 한풀이가 아니다. 저자는 일반화의 위험을 경계한다. 집안마다 분위기와 환경이 다르고, 부모도 자녀도 십인십색이라는 얘기다. 후반으로 갈수록 '가족관계 새로고침', 즉 가족 구성원 각자를 이해하고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일종의 성장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그럼에도 저자를 포함해 이 책에 실린 여러 차녀들의 구체적인 이야기는 개인사이자 사회사의 일부로 흥미롭고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야기의 주체가 다양할수록 시각이 넓어지는 법. 둘째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종종 마이크를 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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