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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 중국인이 운영하는 '美 취향 저격' 훠궈 레스토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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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국가의 전통적인 음식이 타 문화권의 주류로 자리 잡는 데는 많은 요건이 필요하다. 넘어야 할 장벽도 많다. 동양문화권에서 인기를 끈 식당 프랜차이즈가 미국에서 성공한 사례가 단번에 떠오르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 중국 전통 요리 훠궈를 주제로 미국 요식업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회사가 있다.

2014년 설립된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그룹 '처비캐틀(Chubby Cattle)'이 주인공이다.

처비캐틀은 프리미엄 훠궈(핫팟) 프랜차이즈 더엑스팟 샹톈샤(The X Pot 香天下, 이하 더엑스팟)과 와규하우스, 프리미엄 바베큐 브랜드 니쿠X(Niku X)를 운영하고 있다.

더엑스팟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다양한 메뉴들 [사진 더엑스팟 공식 인스타그램]

더엑스팟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다양한 메뉴들 [사진 더엑스팟 공식 인스타그램]

처비캐틀은 일본의 육용소종인 와규를 주재료로 하고 프랑스 요리의 예술성을 더해 '중국 요리'의 혁신을 강조한다.

처비캐틀은 현재 더 엑스팟 라스베이거스, 와규하우스 로스앤젤레스, 더 엑스팟 시카고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평균 고객 단가는 각각 200달러(약 25만 원), 70~80달러(약 8~10만 원), 100달러(약 12만 원) 수준이다. 이미 3개 매장의 연 매출은 4000만 달러(약 507억 원)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처비캐틀은 이 기세를 몰아 2022년 3분기, 로스앤젤레스와 롱아일랜드, 샌프란시스코에 와규하우스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며 향후 총 50여 개의 점포를 열 예정이다.

요식업 브랜드 처비캐틀

요식업 브랜드 처비캐틀

고품질 재료 수급 위해 전용 목장과 협력하고
미국 주류 사회에 중국 전통 요리 녹여내기 위해 노력

창업자인 양하이빈(杨海彬)은 중국 테크 전문 매체 36커(36氪·36크립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는 두 개의 공급망 회사가 육류 제품 생산을 독점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2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첫 번째는 서양식 육류 가공(절단) 방법이 훠궈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 다른 한 가지는 고객이 몰리는 연휴 동안 미국의 고급 레스토랑이 희소성 있는 제품을 비싼 가격에 사들여 일부 중소 규모의 레스토랑 운영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처비캐틀은 4년 전, 미국의 유일한 일본 목장 전문업체와 협력해 일본 토종 소 와규(和牛)를 기르고, 도축된 와규를 회사 전용 중앙 창고에 비축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처비캐틀은 산하 브랜드의 수요에 맞게 중앙 창고에서 부위를 분배해 사용한다. 전용 목장 산업에 일찍 진입한 덕에 처비캐틀은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양하이빈은 중국 전통 요리가 미국 주류 사회에 진입하기 어려운 이유를 분석하고, 이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미국 주류 요식업에 진입하기 어려운 원인을 3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중국 음식의 표준화가 상대적으로 낮다. 둘째, 중국 요식업체의 미국 현지 운영팀이 부족하다. 즉 현지 요식업에 대한 이해가 깊고, 창업 경험이 있는 직원이 많지 않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미국인의 지갑을 열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중국식 비즈니스를 버리지 못한 경우가 많다.

양하이빈은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표적인 훠궈 체인 하이디라오의 경우에도, 제품의 표준화 능력은 뛰어났지만, 현지화 작업은 부족했다"고 평가하며, "미국인들에게 각인된 전형적인 중국 음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이 처비캐틀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말했다.

변검 공연이 이뤄지고 서빙 로봇이 음식을 가져다 준다

변검 공연이 이뤄지고 서빙 로봇이 음식을 가져다 준다

지역과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공간 디자인
직원도 다양한 국가로 구성

지우링허우(90后, 90년대 이후 출생자)의 CEO 양하이빈과 COO인 리원지에(李文杰)는 모두 라스베이거스 대학 출신으로 외식경영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실질적인 경험이 있다. CFO인 데이비드 자오는 경영대학인 월튼스쿨 출신으로 재무관리, 브랜드 마케팅 경험이 풍부하다. 처비캐틀은 다양한 문화가 뒤섞여 있는 미국의 특성을 반영해 다양한 국가 출신의 직원을 고용했다. 직원은 총 11개국 출신이며, 그중 중국인 직원이 60%를 차지한다. 양하이빈은 "다양한 국적을 가진 직원들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소비자들의 심리적 경계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더엑스팟 매장의 인테리어는 각 도시의 인상을 극대화했으며, 상류층 고객의 심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럭셔리 컨셉을 적용했다. 양하이빈은 "더엑스팟이 외식 공간이면서도 예술적 사교 공간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 매장은 몽환적인 도시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표현해냈고, LA 매장은 동양적 요소를 접목한 모던 스타일로 디테일을 살렸다. 시카고 매장은 인더스트리얼 컨셉을 적용했는데, 벽면과 천장의 재질을 구리와 스테인리스로 마감하고 골드 앤드 블랙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시카고, 라스베이거스 더엑스팟 매장의 5D 스펙트럼 다이닝 공간

시카고, 라스베이거스 더엑스팟 매장의 5D 스펙트럼 다이닝 공간

입지 전략 측면에서도 처비캐틀은 신규 쇼핑몰, 신축 빌딩을 우선시하고 다음으로 번화가를 중시한다. 높은 접근성과 더불어 매력적인 위치를 선정하는 것은 투자 유치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양하이빈을 비롯한 경영진은 장소 선정에도 신중을 기한다.

적절한 홍보와 마케팅도 브랜드 확장에 중요하다. 현재 처비캐틀은 마케팅 회사 NXT를 함께 운영 중이다. NXT는 미국의 주류 음식 채널 방송국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으며 할리우드 스타와 인플루언서를 통한 마케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또,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바이럴하기 위해 해외 SNS 플랫폼과 중국의 더우인(틱톡)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파급력 높은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처비캐틀 산하 레스토랑의 차별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고, 일반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왼) 인플루언서(@rainaiscrazy)와의 협업 및 (오)더엑스팟X1807 콜라보 마케팅

(왼) 인플루언서(@rainaiscrazy)와의 협업 및 (오)더엑스팟X1807 콜라보 마케팅

처비캐틀은 앞으로 3가지 계획을 하고 있다. 첫째, 공급망을 더욱 개선하고 현지 인재 보유의 장점을 강화해 앞으로 3~5년 사이 50개 이상의 매장을 확장할 예정이다. 둘째, 미국에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주방을 만들어 중식의 표준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킬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흐름에 맞춰 스마트형 소규모 패스트푸드점을 대량 건설하는 것이다.

36커에 따르면 처비캐틀은 현재 새로운 자금 조달 라운드를 시작했다. 미국 문화를 잘 아는 중국인 경영진은 중국 요리의 본질은 잊지 않되, 미국 요식업계 문화를 충분히 녹여내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향후 5년 내, 양하이빈의 바람대로 미국 전역에 처비캐틀 왕국이 세워질까.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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