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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삼성 스마트TV 게임기 된다...MS의 ‘겜플릭스' 전력질주

중앙일보

입력

필 스펜서 엑스박스 게이밍 부문 대표가 MS 엑스박스의 미래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MS]

필 스펜서 엑스박스 게이밍 부문 대표가 MS 엑스박스의 미래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MS]

한 해 4000만대씩 팔리는 삼성전자 스마트TV가 게임기로 변신한다. 콘솔·PC·모바일 등으로 구분되던 게임의 경계가 사라지고 서비스를 구독하면 기기에 구애받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겜플릭스’ 시대로 전환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무슨 일이야

마이크로소프트(MS)는 9일(현지시간) 연례 쇼케이스 ‘왓츠 넥스트 포 게이밍’(What‘s Next for Gaming)에서 “구독형 게임 서비스 엑스박스 게임패스(Xbox Game Pass)를 2022년형 삼성 스마트TV(Neo QLED 8K 등)에서 제공하는 협약을 삼성전자와 맺었다”고 밝혔다. 스마트TV의 엑스박스 게임패스 도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30일부터 포르자 호라이즌5(Forza Horizon 5), 헤일로 인피니트(Halo Infinite) 등 100여개의 게임을 콘솔기기 없이 스마트TV와 컨트롤러만 있어도 즐길 수 있게 된다.

MS와 삼성전자는 게임구독 서비스 엑스박스 게임패스를 삼성 스마트 TV에 도입한다. [사진 MS]

MS와 삼성전자는 게임구독 서비스 엑스박스 게임패스를 삼성 스마트 TV에 도입한다. [사진 MS]

이게 왜 중요해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은 4035만대다. 스마트TV로 게임이 가능해지면 콘솔을 팔지 않아도 매년 4000만명 이상 엑스박스 게임을 접할 수 있는 잠재 고객이 늘어나는 셈이다. 필 스펜서 MS 게임 부문 대표는 “TV 분야 글로벌 리더인 삼성과 협력해 더 많은 게이머들에게 엑스박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MS는 왜

지금까지 게임산업의 주된 비즈니스모델(BM)은 콘솔 중심이었다. 해당 콘솔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는 독점 게임을 출시하고 그 게임의 인기를 바탕으로 콘솔 기기도 많이 파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 2017년 MS는 엑스박스 게임패스를 선보이면서 콘솔 중심의 사업을 게임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했다. 월 1만원 안팎의 돈으로 게임패스를 구독하면 콘솔이 없어도 PC·스마트폰 등 어디서나 엑스박스 게임을 즐길 수 있게 경계를 허물었다. 40만~60만원 가량인 콘솔기기를 사기 부담 되는 게이머도 엑스박스 게임에 접근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춘 것이다. 이번 삼성 스마트TV 진출도 연장 선상의 일. 스마트TV는 화면이 작고 조작이 불편한 스마트폰보다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파급력이 더 클 전망이다. 현재 엑스박스 게임패스 구독자는 2500만명이며, 게임 이용자는 1억명 이상이다.

MS와 삼성전자는 게임구독 서비스 엑스박스 게임패스를 삼성 스마트 TV에 도입한다. 콘솔, PC, 스마트폰, 스마트TV에서 구동가능하다. [사진 MS]

MS와 삼성전자는 게임구독 서비스 엑스박스 게임패스를 삼성 스마트 TV에 도입한다. 콘솔, PC, 스마트폰, 스마트TV에서 구동가능하다. [사진 MS]

MS가 이 전환을 통해 노리는 것은 글로벌 게임 플랫폼 구축이다. 게임과 게임 이용자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거대 생태계를 만드는 게 큰 그림. 구글과 애플이 모바일 앱마켓으로 만든 생태계를 게임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으로도 볼 수 있다. MS 내부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게임 이용자는 30억명이며 2030년까지 45억명으로 증가할 전망. MS는 이를 위해 2013년 5개였던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23개로 확장했고 연초에는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82조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게임 플랫폼 구축은 MS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2017년 90억 5100만 달러(약 11조원)였던 MS의 게임 부문 매출은 2021년 153억 7000만 달러(약 19조원)로 늘었다. 게임을 돌리는 서버·클라우드 부문 매출도 지난해 525억 8900만 달러(약 79조원)로, 4년 새 143% 성장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인터뷰에서 “MS는 게임에 올인한다”(Microsoft’s all in on gaming)고 선언한 배경이다. 게임부문과 MS 다른 사업 부문과의 협업은 더 늘어날 전망. MS는 지난해 11월 런칭한 윈도우11에 로딩 시간을 줄여주는 다이렉트 스토리지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했다. 인터넷 브라우저 엣지에도 게임 탭을 신설했다. 필 스펜서 대표는 “우리가 집중하는 건 앞으로 20년을 위한 게임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는 다양한 창작자가 만든 좋은 게임을 찾는 이용자 커뮤니티가 나오길 원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왜

삼성이 MS와 손을 잡은 것은 스마트TV의 쓰임새를 늘리기 위해서다. 과거 비디오·DVD 플레이어가 TV 옆 자리를 차지하다 OTT가 나오면서 스마트TV로 흡수된 것처럼 게임도 마찬가지. 인터넷만 연결되면 다운로드 않고도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게이밍 시대가 열리면서 스마트TV의 기능에 게임 추가가 가능해졌다. 삼성전자는 엑스박스 게임패스 외에도 엔비디아 지포스나우, 구글 스타디아 등 다른 게임 구독 서비스도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이원진 사장은 “2022년형 스마트TV로 스포츠 생중계를 보거나 스트리밍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처럼 보다 자연스럽고 쾌적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S와 삼성전자는 게임구독 서비스 엑스박스 게임패스를 삼성 스마트 TV에 도입한다. [사진 MS]

MS와 삼성전자는 게임구독 서비스 엑스박스 게임패스를 삼성 스마트 TV에 도입한다. [사진 MS]

업계에 영향은

콘솔·PC·모바일로 경계가 나뉘었던 게임산업은 하나의 링으로 재편되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플레이스테이션5를 만드는 소니도 지난달 게임 400개 이상 플레이가 가능한 구독상품을 출시했다. 모바일 게임산업 큰손 구글은 지난 1월 한국·대만·홍콩에 구글 플레이 게임즈 베타 (시범 서비스) 버전을 출시하며 모바일 게임과 PC 게임 간 경계를 허물고 있다.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OS)로 출시된 게임들을 PC 윈도우 환경에서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공식 에뮬레이터다. PC게임 검은사막을 콘솔로 출시해 성공시킨 펄어비스의 관계자는 “게임 개발에서 멀티플랫폼 전략은 이제 필수”라며 “플랫폼에 관계없이 누구나 같은 콘텐트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 완성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