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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선거 압승에 힘 받았지만 …檢편중 인선엔 "또 할 수 있다" [취임 한달]

중앙일보

입력

“저는 원래 ‘한 달 됐다’ ‘일 년 됐다’에 대한 특별한 소감 같은 거 없이 살아온 사람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서 기자들이 취임 한 달에 대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런 뒤 “열심히 해야죠. 지금 뭐 시급한 현안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담담한 표정으로 소회를 밝힌 윤 대통령은 10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의 한 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바로 용산 출근길 풍경이다. 지난 5월 10일 0시 용산 집무실 지하 벙커에서 합참의 보고를 받으며 용산 시대의 개막을 알린 그는 같은 날 취임과 동시에 74년 만에 청와대를 전면 개방했다. 또 정부 출범 후 가장 이른 시기인 11일 만에 한·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러냈고, “자영업자들 숨넘어간다”며 역대 최대 규모인 62조 원대 코로나 19 손실보상 추가경정예산 집행까지 했다. 아직 교육부·보건복지부 장관이 비어있긴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빠르게 1기 내각을 일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도 성과다.

 취임 한 달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탈권위 소통’이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한 윤 대통령은 적어도 이 약속만큼은 기대 이상으로 지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의 첫 번째 이유로 공약 실천과 함께 소통이 꼽히기도 했다.

 탈권위 행보는 취임 당일부터 화제가 됐다. 국회의사당에 마련된 180m 취임식 연단까지 걸어가며 일일이 시민들과 주먹 인사를 해 신선한 충격을 준 그는 첫 수석비서관를 주재하면서 “점잖게 하지 말고, 프리스타일로 하자”며 격식 타파를 주문했다. 초유의 출퇴근하는 대통령으로 지난 한 달간 12차례 출근길 도어 스테핑(door stepping·약식 회견)을 했으며, 용산 인근 식당에서 시민들과 섞여 식사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주말에는 부인 김건희 여사와 깜짝 나들이를 즐기면서 시민들과 셀카를 찍는 모습을 보였다.

제20대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지난 3월 8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시청 광장에서 '내일, 대한민국이 승리합니다' 서울 피날레유세를 하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제20대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지난 3월 8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시청 광장에서 '내일, 대한민국이 승리합니다' 서울 피날레유세를 하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불과 0.73%포인트 차 대선 승리, 여소야대 정국으로 임기 초 국정 표류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 속에서 거둔 6·1 지방선거 압승은 막 출항한 윤석열 호(號)를 밀어주는 훈풍이 되고 있다. 이를 국정 동력으로 삼아 윤 대통령은 연일 변화와 개혁의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전부처에 반도체 교육을 주문한 것이나, 같은 회의에서 “교육부는 과학기술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때만 의미가 있다. 그런 혁신을 수행하지 않으면 교육부가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질타한 게 대표적인 케이스다.

 다만 윤 대통령이 국정의 궁극적 지향점으로 제시한 ‘통합’과 관련해선 아직 성과에 물음표가 달려있다. 그는 대선 승리 직후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여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도록 독려하는 등 통합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아직 야당과 원만한 협력의 틀을 구축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태다. 오히려 최근 권력기관 요직에 검찰 출신들을 중용한 것에 대한 야당 비판에 “과거엔 민변이 아주 도배하지 않았나”(8일)고 반박했던 윤 대통령은 이날도 “필요하면 또 하겠다”고 못박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 시위문제로 두고도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 다 법에 따라서 하면 되지 않겠냐”고 말해,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욕설 시위를 당해도 싸다는 졸렬한 인식을 드러냈다”(박용진 의원), “협치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이냐”(박홍근 원내대표)는 반발을 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이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이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계속 커지는 경제 경고음에다 외교·안보적 난제도 만만찮다. 윤 대통령은 취임 다음 날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부터 물가안정을 위한 노력을 당부하며 물가 챙기기에 나섰지만, 5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4년 만에 최고치인 5.4%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북한이 2017년 이후 처음으로 핵실험이라는 메가톤급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는 안보 상황에 대한 대처도 윤 대통령에겐 시험대다. 외치(外治) 상황 또한 만만치 않은데, 특히 한·미 가치동맹 노선의 본격화를 천명한 가운데, 경제적 으로 깊이 엮인 한·중 관계의 발전을 꾀하는 등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확보해야 하는 난제도 그 앞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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