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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에 열광하는 86년생 문신男…알고보니 칠레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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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칠레 대통령이 즐겨입는 차림. 뉴요커(the New Yorker)의 촬영에도 이같은 차림으로 임했다. [the New Yorker 캡처]

칠레 대통령이 즐겨입는 차림. 뉴요커(the New Yorker)의 촬영에도 이같은 차림으로 임했다. [the New Yorker 캡처]

칠레 대통령을 소개하는 위키피디아엔 “(트와이스) 정연 등 다양한 뮤지션들의 팬”이란 문구가 있다. 이 대통령은 1986년생, 이름은 가브리엘 보리치.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했다. 칠레 역사상 최연소로, 헌법이 정한 대통령 취임 자격 최연소 연령인 35세보다 겨우 한 살 더 많다.

그는 트와이스뿐 아니라 록밴드 나인 인치 네일(NIN)의 팬이기도 한데, 대통령 당선 이전엔 ‘NIN’ 로고가 붙은 검은색 야구모자를 즐겨 썼다. 그런 그가 최근 휴가에 챙겨간 건 트와이스 플레이리스트나 NIN 모자가 아니다. 국제정치학 전문 서적 여러 권을 챙겼다고 한다. 적어도 그가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 전한 바에 따르면 그렇다. 뉴요커는 6일(현지시간) “4000마일(약 6437㎞)에 달하는 해안선을 가진 칠레는 미국부터 중국ㆍ러시아까지 강대국의 구애를 받고 있다”며 “보리치 대통령은 국제정치를 공부해둬야겠다는 필요를 절감했다”고 전했다. 뉴요커 등 영미권 매체들은 9일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개최된 아메리카대륙 정상회의에 그가 참석한 것을 두고 그에 대해 집중 조명 중이다.

9일(현지시간) 믹구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메리카 대륙 정상회의에서 보리치 대통령을 맞이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퍼스트 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 AF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믹구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메리카 대륙 정상회의에서 보리치 대통령을 맞이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퍼스트 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 AFP=연합뉴스

보리치의 당명은 ‘존엄성을 지지한다’로, 다소 특이하다. 좌파 진영의 연합 후보로 당선했으나 그 자신은 극좌 좌표에서 거리감을 두고 있다고 평가된다. 올해 3월 시작한 그의 임기는 4년. 득표율은 44%로, 우파 진영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6) 후보를 10%p 이상 제쳤다.

법학도였던 그는 2011년 무상교육 확대 등 교육개혁을 요구하는 칠레 대규모 시위 당시 학생운동 지도자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 당시 칠레 시위는 과격한 폭력 시위와 진압의 악순환이었다. 보리치는 강경한 태도로 칠레대 총학생회장으로 당선했고, 2년 뒤인 2013년 고향 푼타아레나스로 돌아가 하원의원 선거에 당선했고 2017년엔 연임에 성공했다. 30대 재선 하원의원인 그를 두고 정치 경험이 일천하다는 우려도 있었으나 칠레의 우파 정권의 실정(失政)에 지친 국민은 그를 택했다. 그의 전임 대통령인 세바스티안 피녜라(73)는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가족이 경영하는 기업에 특혜를 제공했고, ‘칠레의 (도널드) 트럼프’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칠레의 시위와 진압은 과격한 것으로 악명 높다. 사진은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이 터지면서 2명의 여자 경찰이 불길에 휩싸인 모습. AFP=연합뉴스

칠레의 시위와 진압은 과격한 것으로 악명 높다. 사진은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이 터지면서 2명의 여자 경찰이 불길에 휩싸인 모습. AFP=연합뉴스

보리치 대통령은 최고 권력자로서는 다소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원의원 시절 그는 자신의 공식 사진으로 붉은색 체크무늬 면 셔츠를 입고 팔뚝을 걷어 올려 문신을 보이게 한 이미지를 택했다. 그러나 대통령 공식 사진엔 깔끔한 정장에 칠레를 상징하는 삼색 띠를 둘렀다.

보리치 대통령 공식 사진. [칠레 대통령 궁]

보리치 대통령 공식 사진. [칠레 대통령 궁]

뉴요커 등 외신이 점치는 이 젊은 대통령의 앞날은 그러나 가시밭길이다. 그를 지지하지 않은 56%의 국민을 껴안는 국내 정치 과제도 산적한 데다, 국제 정치 관련 압력도 상당해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부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그에게 손을 건네고 있다. 뉴요커는 “남미의 새로운 좌파 정부의 정체성과 실력을 입증하는 책임이 이 젊은 대통령의 어깨에 지워져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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