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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어용지식인 유시민의 몰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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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법원은 유 전 이사장에게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연합뉴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법원은 유 전 이사장에게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연합뉴스

1.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이사장이 9일 유죄선고를 받았습니다.

유시민은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유시민은 2019년 12월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들여다봤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으며, 이후 ‘한동훈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 봤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2. 재판부(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정철민 부장판사)는 일부 유죄판정을 내렸습니다.

일단 유시민의 발언이 허위인 것은 명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2020년 4월까지 발언은 무죄입니다. ‘허위라는 사실을 몰랐다’라는 점은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20년 7월 발언은 유죄입니다. 허위사실임을 알면서도 ‘비방 목적’으로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판사는 ‘여론 형성 과정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3. 주목되는 건 유시민의 반응입니다.

유시민은 재판정을 나서면서 ‘수오지심(잘못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란 맹자 말씀을 인용했습니다. 그는 ‘잘못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면 인간이 아니다’라면서 ‘제가 부끄러워할 잘못이 있고 한동훈씨도 부끄러워할 잘못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동훈이 자신을 해코지하려했다는 주장입니다.

4. 유시민은 지식인을 자처했지만 그의 행보는 철저히 정치적입니다.

2012년 유시민은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였습니다. 그해말 당 중앙위원회가 당권파(이석기)와 비당권파(유시민)간 충격적인 폭력사태로 끝났습니다. 2013년 유시민은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스스로 ‘지식소매상’을 자처했습니다. 해박한 지식으로 대중적 영향력과 돈을 얻었습니다.

5. 그런데 유시민은 2017년 5월 5일 문재인 대선 승리를 나흘 앞두고 ‘어용지식인’을 자처합니다.

문재인 정부를 옹호하는 지식인이 되겠다는 선언입니다. ‘(문재인 정부를) 무조건 편드는 것이 아니라 사실에 의거해서 제대로 비판 및 옹호하겠다’고 부연설명까지 했습니다. 사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어용이니까요..

6. 유시민의 대표적 어용 정치발언이 바로 ‘노무현재단 계좌추적’이란 허위폭로입니다.

정치는 타이밍입니다. 조국사태가 터지면서 친문세력이 윤석열 검찰을 맹공하던 2019년 12월 24일 유시민은 허위폭로를 했습니다. 총선(2020년 4월15일) 직전인 4월3일 다시한번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악마가 되고 검찰개혁의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민주당이 180석을 얻는 대승을 거뒀습니다.

7. 일주일뒤(4월 21일) 유시민은 ‘정치평론 않겠다’며 퇴장합니다.
그런데 7월 24일 다시한번 한동훈을 꼭 찝어 계좌추적의혹을 제기합니다. 이날은 한동훈이 채널A사건으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구속여부에 큰 영향을 주는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그래서 재판부는 이날 발언에 대해 ‘피해자(한동훈)에 대한 공격’이라며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리고 유시민은 2021년말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원하기위해 정치평론을 재개했습니다.

8. 유시민은 뼛속까지 정치인입니다.
지식인을 자칭하면서 정치선동을 해온 셈입니다. 그는 방송가 셀럽이었지 지식 소매상이 아니었습니다. 애당초 어용지식인이란 형용모순입니다. 진짜 지식인은 어용이 될 수 없습니다.
유시민이 맹자까지 인용하며 한동훈을 공격하는 것도 정치행위입니다. ‘수오지심’이란 문자 쓴다고 지식인이 아닙니다.
〈칼럼니스트〉
2022.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