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건축은 어떤 모습일까. 최첨단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건축을 상상했다가 뜻밖에 자연이라는 오랜 화두를 만났다. 12일까지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미래 건축’에서다. 전시는 장윤규·신창훈 건축가를 주축으로 한 건축문화 플랫폼 ‘스페이스 코디네이터’가 기획했다. 5개국 10개 팀이 참여했다.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은 남정민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OA-Lab건축연구소 대표)의 ‘식물의 귀환’이다. 건물이 자연을 입었다. 실제로 남 교수가 설계 중인 건물로, 성북구 안암동 성북천 인근에 있다. 5층 규모의 근린생활시설로 계획 중인데 층마다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연면적의 비율)에 포함되지 않는 1.2m 발코니를 만들어 최대 깊이 60㎝의 화단을 설치했다. 어지간한 키 작은 나무도 심을 수 있는 깊이다. 이렇게 수직으로 올린 자연의 면적을 다 합하니 대지면적(131.9㎡)의 56%가량 된다. 성북천을 따라 이런 건물이 쭉 들어선다면 도시 밀도를 높이면서도 그나마 자연과 공존할 수 있을 터다.
사실 도시 녹지공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잘 사는 동네일수록 녹지가 많고, 못 사는 동네일수록 녹지가 부족하다. 일례로 건물을 신축할 때 대지면적이 200㎡ 미만일 경우 법적으로 조경의 의무가 없다. 따라서 작은 필지가 많은 강북의 동네일수록 마당 있는 단층집을 허문 자리에 용적률만 꽉 채운 빌라가 우후죽순 들어선다. 필지가 큰 강남과 비교하면 강북은 개발할수록 녹지 공간이 더 없어진다.
아파트 단지 안과 밖의 격차도 심해지고 있다. 단지 안은 녹지공간이 잘 조성되어 있지만, 외부인 출입이 다소 어렵다. 반면 아파트 밖 녹지 공간은 이러저러한 개발로 점점 줄어든다. 자연이 사라진 도시의 기온은 올라가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많아진다. 남 교수는 “미국의 도시 데이터를 살펴보니 질병 많고 가난한 동네와 GIS(지리정보시스템) 상의 녹지 없는 동네가 겹쳐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자 동네일수록 녹지가 많고 온도도 2~3도가량 낮다고 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도시의 자연을 살리는 건축을 고민해야 한다. 틈새 공간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남 교수는 민법의 반 미터 규정을 활용해보자고 제안한다. 건물을 신축할 때 옆집과의 대지 경계선에서 반 미터씩 떨어져서 집을 지어야 한다. 일종의 분쟁지역으로 비워두는 공간인데 다 합치면 면적이 꽤 된다. 양쪽 집에서 반 미터씩 떼면 집과 집 사이에 1m의 빈 곳이 발생한다. 결국 잡동사니나 쓰레기만 쌓이게 된다. 이 방치된 공간을 녹지로 바꿀 경우 다양한 혜택을 주면 어떨까. 물론 공공에서 제대로 된 도시의 숲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녹지는 도시민의 건강과 직결된 만큼 복지 차원에서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