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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명박·이재용 사면 검토할 때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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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 대통령 “이십 몇 년 수감 맞지 않아”  

기업인도 경영 활동 전념하게 해줘야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 가능성을 시사했다. 어제 용산청사 출근길에 이 전 대통령 사면 관련 질문을 받고 “이십 몇 년을 수감생활하게 하는 건 안 맞지 않느냐. 과거의 전례를 비춰서라도”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에도 전직 대통령 사면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해 성탄절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이 발표되자 “이 전 대통령 사면도 국민 통합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전 대통령이 건강 악화로 형 집행정지를 신청한 만큼 조만간 적절한 계기에 사면을 단행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2020년 10월 횡령과 뇌물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받아 재수감됐다. 과거 구속 기간까지 더해 2년6개월가량 복역 중이다. 박 전 대통령의 4년9개월보다 짧지만 만 81세 고령인 데다 지병을 앓고 있다. 전직 두 대통령이 장기간 수감생활을 한 것 자체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아픔과 대립의 역사를 끊어내는 용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면은 국민 화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사면에 부정적 여론이 적지 않음에도 종교계 원로 등은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임기 내에 이 전 대통령을 포함해 보수·진보 인사들을 사면하라고 탄원했었다. 갈등과 분열을 씻고 국민 통합을 이루려면 양 진영 인사들의 사면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실행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과 함께 사면 대상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을 포함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를 비롯해 역대 정부에서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경제인 사면을 해왔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는 이미 문재인 정부 때부터 이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150명 안팎의 기업인에 대한 사면복권을 청원했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으로 풀려나긴 했지만 5년간 취업 제한을 받는 등 기업을 진두지휘하기에는 제약이 많다.

지금은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심각하고, 1970년대 오일쇼크 때처럼 저성장과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경고가 요란하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기업인의 경영 활동을 묶어놓는 것은 국가 전체로 봐도 큰 손실이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가 국가 안보 자산이자 우리 산업의 핵심”이라며 관련 인재 육성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창의와 도전정신으로 무장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경영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기업인들도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경제의 선순환을 만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