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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의 레저터치] 한국선 낯선 공용화장실, 캐나다에선 핫 트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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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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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공용 화장실 입구에 붙은 안내판. 손민호 기자

캐나다 공용 화장실 입구에 붙은 안내판. 손민호 기자

지난달 하순 캐나다 동부 지역을 여행하다 경험한 일이다. 퀘벡시에서 한 고급 레스토랑을 방문했다. 15가지 코스가 나오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었다. 레스토랑이 고급이어서 화장실도 우아했다. 공용 공간 중앙의 대형 거울과 벽 그림으로 장식한 화장실은 갤러리처럼 화려했다. 그런데 화장실이 하나였다. 남녀 구분이 없었다. 남자 화장실이 없으니 소변기도 없었다. 정장 차림의 남성과 드레스 차림의 여성이 차례로 줄을 서 화장실 칸으로 들어갔다.

낯선 화장실은 여행 내내 볼 수 있었다. 퀘벡 전통 음식점에서도, 퀘벡 외곽 농장 음식점에서도 남녀가 뒤섞여 줄을 섰다가 차례로 화장실 칸에 들어갔다. 의문은, 나이아가라폭포 옛 발전소 화장실에서 풀렸다. 여기 화장실도 남녀 공용이었다. 화장실 입구 벽에 한쪽은 바지, 다른 쪽은 치마를 입은 픽토그램과 ‘ALL-GENDER’라는 글씨를 보고서 알았다(사진). 캐나다 공용 화장실은 ‘젠더리스(Genderless) 화장실’ 또는 ‘올 젠더(All Gender) 화장실’이었다. 사람을 남녀로 구분하지 않는, 구별하지 않으니 차별도 없는, 하여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니라고 믿는 사람이 어디에 들어가야 하나 고민하지 않는 화장실이었다.

여행에 동행한 캐나다관광청 관계자가 “캐나다 동부 지역은 양성애에 매우 관대하다”고 알려줬다. 실제로 토론토에서는 해마다 6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동성애자 축제가 열린다. 2016년에는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축제에 참여해 동성애자들과 행진했었다. 그러고 보니 길거리에서 여장 차림의 남성이 유난히 자주 눈에 띄었던 것 같다.

귀국 하루 전,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예약했다. 개인 정보를 하나씩 입력하다 성별을 묻는 항목에서 멈췄다. ‘SEX’가 아니라 ‘GENDER’였고, GENDER 아래에 버튼 세 개가 있었다. Male(남성), Female(여성) 그리고 Self-Identify(자기 결정). 세상의 절반은 남자고 또 다른 절반은 여자인 줄 알았는데, 여기에선 아니었다.

한국에 돌아와 포털 사이트에서 ‘공용 화장실’을 검색했다. 한국에도 젠더리스 화장실이 들어왔을까 궁금했다. 그러나 관련 검색어는 하나같이 암울했다. ‘몰카’ ‘성범죄’ 같은 몹쓸 단어만 난무했다. 이런 사회를 향해 구분이 차별을 만든다고 외치면, 너무 안일한 태도일까. 한국과 캐나다는 어쩌면 12시간 나는 시차보다 더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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