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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감칠 맛에 베컴도 반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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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우의 세계화를 꿈꾸는 ‘마장동 키드’ 정상원 대표가 서울 마장동 본앤브레드 신관에서 한우의 육질을 살펴보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우의 세계화를 꿈꾸는 ‘마장동 키드’ 정상원 대표가 서울 마장동 본앤브레드 신관에서 한우의 육질을 살펴보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우의 감칠맛이 외국 소에 비해 월등히 좋습니다. 해외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많아요. 제임스 로스차일드(글로벌 금융재벌 가문 후계자)는 2017년까지 3번이나 왔어요. ‘세계 어디를 가봐도 이런 감칠맛의 소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죠. 2019년엔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이 일본 셰프한테 소개받았다며 찾아와 먹고 갔죠.”

250년 역사의 이탈리아 피렌체 정육식당 가문 ‘안티카 마첼리아 체키니’와 손잡고 한우를 재해석한 만찬 행사를 여는 한우 전문점 ‘본앤브레드(Born & Bred)’ 정상원(39) 대표 말이다. 서울 마장동에서 나고 자라, 아버지부터 2대째 한우 유통회사를 운영하는 ‘마장동 키드’다. 10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과 11일 서울 마장동 본앤브레드에서 갈라 디너로 진행되는 ‘다리오 체키니x본앤브레드’를 통해 한우 세계화에 도전하는 그를 최근 만났다.

정 대표는 20대 시절 아버지를 거들며 축산시장 새벽 경매부터 소 발골, 경리 업무까지 곁에서 배웠다. ‘한국식 바비큐를 일본 초밥처럼 세계적인 파인다이닝 문화로 이끌 수 없을까’라는 고민 끝에 2015년 고급 한우 미식 공간 본앤브레드를 열어 ‘프리미엄 한우’ 열풍에 불을 붙였다.

그는 “한우 세계화를 위해선 제대로 된 맛을 알리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이번 만찬 행사도 그 연장선 위에 있다. 그가 직접 이탈리아로 찾아가 안티카 마첼리아 체키니의 8대 부처(butcher)이자 유명 셰프인 다리오 체키니(67)를 만나 뜻을 모았다.

충청도 출신인 정 대표의 아버지는 젊을 때 상경해 갖은 일을 거쳤고, 당시에는 없던 고급 한우만 선별해 유통하는 사업(‘한우고향’)에 뛰어들었다. 정 대표는 “당시만 해도 다른 회사보다 비싸다 보니 주위에서 망한 회사, 미쳤다는 소릴 들었다더라”라고 돌이켰다.

본앤브레드는 정 대표가 아버지 일을 돕고 남는 시간에 지인들과 알음알음 한우 요리를 즐기려고 마장동 축산시장 한복판의 창고 같은 공간을 활용해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테이블 정도 운영하려다 보니 1년 치 예약이 다 찰 만큼 인기였다. 7년 새 규모가 10배나 큰 정식 식당이 됐다. 현재는 어릴 적 가족과 살던 주택을 개조한 신관까지 공간을 늘렸다.

그날그날 메뉴를 바꿔가며 손님 맞춤형 상차림을 내는 ‘오마카세’ 방식으로 운영한다. 일본어로 ‘맡기다’라는 뜻의 ‘오마카세’를 한국말 ‘맡김 차림’으로 바꿔 쓰는 그는 “한우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책임감을 더 갖게 됐다”고 한다. 이달 중엔 한우 상품을 자체 제작하는 공장을 마장동에 준공할 계획이다.

그는 “한우는 소 자체의 구수한 향이 세다”며 “이런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자리 잡지 못한 건 품질관리 부족이 원인”이라고 봤다. “어릴 적 아버지가 손님에게 아무리 좋은 고기라고 설명해도 못 믿는 걸 봤어요. 마장동을 직접 방문하지 않는 분도 믿고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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