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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키 큰 사람 이기려면 책 읽어라 하신 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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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마지막 모습은 고요했다. 8일 별세한 고 송해 선생은 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에서 연한 개나리색 수의 차림에 맑은 낯빛으로 누워 있었다. 안경 없이 눈을 감은 고인의 입은 당장에라도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고 외칠 듯 살짝 벌어져 있었다. 입관식에서는 고인과 생전 연이 있는 불교와 유족이 믿는 기독교가 함께 고인을 배웅했다.

고인의 마지막 모습 공개는 유족 측 결정으로 급하게 결정됐다. 배경에 대해 유족 측은 “워낙 국민적인 분이어서 가족들도 장례 절차 공개를 고민하던 차에, 엄영수 코미디협회장이 의견을 냈고 유재철 염장이가 여러 사례를 알려줘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고 송해 선생 임시분향소가 대구 달성군 송해 공원 내 송해기념관 앞에 마련됐다. [연합뉴스]

고 송해 선생 임시분향소가 대구 달성군 송해 공원 내 송해기념관 앞에 마련됐다. [연합뉴스]

삼일장 중 이틀째인 9일에도 방송계 후배 등 수많은 사람이 빈소를 찾았다. 방송인 최불암·전현무·김국진, 코미디언 김민경·유민상·홍윤화, 가수 이미자·태진아·장윤정·인순이·이찬원 등 후배들이 빗속에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오전에 빈소를 찾은 탤런트 전원주는 “선생님과는 몇십년간 공연을 같이하고, 가짜 결혼도 올린 사이라 연이 많다”며 울먹였다. 이어 “늘 만원짜리를 이 만큼씩 가지고 다니다가 길에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다 나눠주셨고, 원주도 그러고 살아라, 벌벌 떨지 말고 쓰며 살아라, 하셨다”고 말했다.

가수 태진아는 “지난 1월 KBS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 녹화로 뵌 게 마지막이다. 저는 아부지, 아버님 하고 불렀고, 유별나게 따뜻하게 대해 주시던 분인데 실감이 안 난다”며 안타까워했다.

‘뽀빠이’ 이상용은 “송해 선생님은 국보다. 국보를 도둑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데뷔했을 때 제게 ‘키 큰 사람 이기는 법은 책 보는 거다, 머리로 이기자’고 하셔서 여태까지 책 읽게 해주신 분”이라며 “시청자 여러분 이제 심심하시겠다, 하지만 송해 선생님은 여러분 마음속에 살아계시리라 믿는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1927년 황해도 연백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장례는 코미디협회장(희극인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10일 오전 5시, 장지는 대구 달성군 송해공원 인근 묘소다.

영결식이 끝난 뒤 고인의 유해는 생전에 매일 출근하던 서울 낙원동 연예인 상록회 사무실과 ‘전국노래자랑’을 방송했던 KBS 본관을 거친 뒤, 장지인 대구로 내려가 안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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