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태일이 고발한다

되레 불평등 만든다…시대착오 빠진 '민폐노총'의 패악질

중앙일보

입력 2022.06.10 00:01

업데이트 2022.06.22 17:05

김태일 신전대협 의장·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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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민노총이 대규모 총파업과 집회 개최를 예고하자 신전대협과 자영업연대 관계자들이 이를 규탄하며 민노총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래픽=김현서

지난해 10월 민노총이 대규모 총파업과 집회 개최를 예고하자 신전대협과 자영업연대 관계자들이 이를 규탄하며 민노총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래픽=김현서

대학생으로서 경제학에 흥미를 붙여가던 2017년, 문재인 정부를 맞이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노동자를 위한다며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간 공부한 경제원리와 대치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기대와 흥미를 갖고 지켜보았습니다. 당시 20대 또래들 사이에선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이뤄진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이슈가 가장 뜨거웠습니다. 공정성 논란을 뒤로하고 전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란 구호를 이때 처음 접했습니다. 조합원 직급이 오를수록 돈을 더 받도록 집회와 파업을 일삼으면서도 입으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어떤 조직인지 궁금했습니다.

비노조 공략하는 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 

알아볼수록 그들의 행위는 논박의 영역이 아닌 합·불법으로 나눠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회초년생이 된 학우들을 통해 전해 들은 민노총의 패악질은 분명 무엇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우리에게 말하는 거 같았습니다. 당시 학우들은 원치않는 노조 가입 강요와 같은, 신입사원으로선 버거운 상황에 직면해있었습니다. 노조없는 회사에까지 민노총의 ‘미조직전략조직실(옛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 사람들이 찾아와 시위를 여는 바람에 회사의 주요한 일에 차질을 빚는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아무 관계도 없는 아예 다른 회사 노조원들이 철탑 등 기괴한 구조물을 만들어 회사 앞을 점거하고 시위농성을 벌이더니 결국 자회사로 편입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한 학우가 “이건 시위전형 입사냐”며 허탈한 농담을 하던 게 기억납니다. 민노총 타깃이 되서 쑥대밭이 된 여러 회사들의 생생한 경험을 직접 들으면서도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마치 괴담처럼 들렸습니다. 2018년 전국 대학교에 대자보를 붙이기로 결심한 배경입니다. 1980년대의 민주화 운동에 앞선 70년대 노동운동을 모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수십 년이 지나 이미 기득권이 된 뒤에도 시대착오에 빠져 '침체와 몰락의 선봉장'이 되었기에 '민폐 노총'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지난해 10월 신전대협과 자영업연대가 서울대학교 정문 앞 버스정류장에 '민폐노총의 눈치 없는 총파업, 불평등 세상을 만든다!'는 대자보 붙였다. 뉴스1

지난해 10월 신전대협과 자영업연대가 서울대학교 정문 앞 버스정류장에 '민폐노총의 눈치 없는 총파업, 불평등 세상을 만든다!'는 대자보 붙였다. 뉴스1

민노총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붉은 깃발·강철 주먹·교통 체증·엄청난 소음으로 가득한 집회현장과 사드 해체 등을 내세운 정치적 구호 등 다양하겠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 건 늘 똑같다는 점입니다. 민노총의 행태만 보고 있으면 우리가 지금 1970년대를 사는지 2022년을 사는지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내일(11일) 연다는 효순·미선 사망 20주기 반미 자주 노동자 집회가 대표적입니다. 정작 유족들은 지난 2017년 추모행사에 14년 만에 참석해 "딸의 죽음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는데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분명 너무나 안타까운 사고였지만 민노총 조직과는 물론 노동자 권익과 무관한데 왜 지금까지 이런 주장을 하는지 선량한 보통 사람은 도통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세계평화 실현'이라는 뜬금없고 맥락없는 이 강령에 매달립니다.

건강한 노조 존립마저 위협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지난 7일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지난해 기억이 떠오릅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물류업자들의 운송을 방해하고 소비자 물품을 훼손하는 숱한 제보 영상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한 택배 대리점주가 민노총 집단 괴롭힘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나 참담했는데, 그걸 또 반복하려는 걸까요. 민노총은 늘 이런 식이었습니다. 안타까운 사연 하나를 내세워 엉뚱한 주장을 하고, 그에 동조하지 않는 상대는 괴롭힙니다. 피해자 곁에 있어 주기는커녕 때론 노조가 가해자라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기도 합니다. 초심을 잃은 민노총은 자신뿐만 아니라 건강한 노조의 당위성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불평등 해소를 내세우며 총파업을 해대지만, 존재만으로 불평등 세상을 만드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다음 집회의 명분만 고민하는 민폐 관심종자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광기 CJ대한통운집배점협의회장이 지난해 9월 민노총 앞에서 택배대리점주 사망과 관련해 택배노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연합뉴스

이광기 CJ대한통운집배점협의회장이 지난해 9월 민노총 앞에서 택배대리점주 사망과 관련해 택배노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연합뉴스

일용직 노동자들을 반강제적으로 시위현장에 동원하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한 건설 일용직 노동자는 "민노총 집회에 동원되면 휴일이라도 반납하고 집회에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자리 배정에서 불이익을 당한다"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노동자를 억압하며 기득권 쟁취와 세력 과시용으로 전락한 투쟁은 그 누구의 지지도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강제해야만 내부 동참이 이뤄지고, 그럴수록 대중의 지지를 잃어가는 운동이라면 한계가 명확하지 않을까요.

민노총 핵심 조합원들은 현대기아자동차 같은 대기업이나 KBS·MBC, 금융회사, 공무원 등 대부분 상위 10% 고액연봉을 받는 직장인들입니다. 285개 경제법령에 2657개의 형사처벌 항목으로 감시받는 사용주나 회사와 달리 민노총은 이들 노동귀족을 근간으로 한 110만 노조원을 무기 삼아 무소불위의 정치권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조직된 힘으로 조합원의 권리향상이나 근로조건 개선을 넘어서는 약탈적 요구를 하며 모든 생활 영역에서 불편을 끼칩니다. 우리의 삶을 인질로 잡은 협박에, 정부와 일터책임자는 굴복하고 그들의 요구를 수용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노동귀족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 패악질을 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또 다른 노동자를 핍박하는 모순적인 행태가 매일 벌어집니다.

상위 10% 귀족노조의 약탈 

이 상위 10%가 약탈로 얻은 몫은 원래 국민 모두의 몫, 그러니까 신규 진입자인 사회초년생의 몫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약탈은 이렇게 남의 파이를 빼앗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닙니다. 생산성 저하, 재정 건전성 악화, 투자감소, 사회갈등비용증가 등으로 인한 빚더미는 결국 우리 세대가 떠안아야 합니다.

필자인 김태일 신전대협 의장(왼쪽)과 이종민 자영업연대 대표는 지난해 10월 민노총 앞에 '전국민폐노동조합총연맹' 명패를 붙였다. 뉴스1

필자인 김태일 신전대협 의장(왼쪽)과 이종민 자영업연대 대표는 지난해 10월 민노총 앞에 '전국민폐노동조합총연맹' 명패를 붙였다. 뉴스1

지난해 10월 20일 민노총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가장 큰 규모가 될 거라며 총파업을 했습니다. 당시 내세운 5대 핵심과제는 ^기간산업 국유화 ^국방예산 삭감 ^대한민국 전체주택 50%를 국가소유로 만들어 분배 ^재난 시기에는 무조건 해고 금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100만 돌봄 노동자 직고용 후 공무원으로 전환이었습니다. 이 총파업이 불법행위라는 것과 별개로 상식적인 시민이라면 주장과 과정, 결과 어느 것 하나 동의할 수 없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신전대협 학우들과 함께 전국 113개 대학에 민노총 총파업 규탄 대자보를 붙이며, 윤택근 부위원장 등 민노총 간부들을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또 수만명의 민노총 조합원들이 도심을 점거한 총파업 날, 민노총 본부에 찾아가 현판을 ‘전국민폐노동조합총연맹'으로 바꿨습니다. 당시 우리를 둘러싼 그들의 온갖 겁박과 모욕은 잊을 수 없습니다. 현재 민노총 관계자 30인은 일반 교통방해·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기소 되거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입니다. 이를 계기로 미래세대의 진심 어린 목소리가 전달되고 대한민국 제1 노총의 변곡점으로 삼을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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