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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클러 없는 폐쇄구조 사무실서 방화"…대구 폭발화재 왜 피해 컸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변호사사무실에서 난 불은 화재신고 후 20여분 만에 완전히 꺼졌으나 7명이 숨지고 49명이 다치는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이날 사망자가 집중된 사무실은 출입문이 하나 뿐인 폐쇄적 구조였던 데다 불이 난 건물은 준공 당시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도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불이나 시민들이 옥상 부근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불이나 시민들이 옥상 부근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9일 오전 10시 55분 수성구 범어동 A빌딩 2층 203호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불이 나자 150명의 진화·구조대원과 차량 59대가 22분만인 11시17분쯤 불을 완전히 껐지만 203호에서 변호사와 직원 등 7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상 7층, 지하 1층 규모의 A빌딩 내 다른 변호사사무실 관계자와 직원, 의뢰인 등 49명이 연기를 들이마시거나 열상으로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경찰과 소방당국은 방화로 인한 불 때문에 미처 자리를 피하지 못해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 있다. 불이 난 건물 폐쇄회로TV(CCTV)에는 이날 오전 10시53분쯤 용의자 B씨(50대)가 혼자 마스크를 쓰고 흰 천으로 무언가를 덮은 채 건물에 들어서는 모습이 찍혔다. 경찰은 이 물체가 인화 물질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민사소송에서 패한 B씨가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질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CCTV 분석 등을 통해 방화 용의자가 손에 인화물질을 든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숨진 7명에는 용의자 B씨도 포함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발화지점인 203호 내 사망자들이 순식간에 발생한 불을 미처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합동감식에 나섰다. 해당 사무실은 출입문이 하나인 폐쇄적인 구조인 데다 사무 공간도 2층 구석이어서 협소한 편이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직원 책상과 변호사 2명 사무실, 탕비실로 나누어져 있으며 비상구나 계단과 반대방향이다.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 구급대원들이 사상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 구급대원들이 사상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A빌딩의 위층으로 올라가는 통로는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있으나 사무실과 사무실을 연결하는 복도는 폐쇄된 구조다. 이 때문에 화재 후 2층을 채운 연기가 순식간에 좁은 계단·복도를 따라 위층으로 번졌고, 연기를 흡입한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건물에 갇혔던 일부 직원은 소방관들이 건넨 방독면을 쓰고 나서야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

연면적 3903㎡ 크기인 A빌딩은 7층 규모지만 스프링클러 설치대상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2017년 화재예방·소방시설 설치유지법 시행령 개정 당시 6층 이상 건물의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A빌딩은 법 개정 이전에 준공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불이 난 건물은 방화셔터 설치 대상도 아니었다”며 “정확한 화재원인 조사를 위해 합동감식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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