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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공사 맡긴 기술자 2명 업체…이웃 "1주째 문 닫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통령실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한 다누림건설 본사 건물. 전익진 기자

대통령실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한 다누림건설 본사 건물. 전익진 기자

9일 오후 포천 공구상가 단지에 있는 다누림건설 사무실. 지상 2층 상가건물의 1층에 위치한 30여㎡ 크기의 작은 상가는 사람이 오간 흔적이 없었다. 사무실 문은 잠겨 있고 건설전문지, 카드 명세서 2건, 5월 건강보험공단 등 회사 대표 혹은 다누림건설 앞으로 온 우편물 7개가 출입문 손잡이에 끼워져 있었다.

문틈으로 본 사무실 내부는 의자 몇 개와 칸막이 프린터 등 간단한 집기만 보였다. 테이블 위는 깨끗이 치워진 채로 썰렁한 모습이었다.

같은 건물에 1층에 입주해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사무실에 작년 말에 해당 업체가 들어온 뒤 한동안 사람들이 자주 들락날락했다. 사장님은 여자분이라는데 못 봤고 거의 남자분이 출퇴근했다. 최근 1주일 동안은 문이 닫혀 있었다”고 말했다.

대통령 비서실이 윤석열 대통령이 근무하는 서울 용산 청사의 리모델링 공사 일부를 공사 실적이 거의 없는 경기도의 신생 업체에 '수의계약'으로 맡겨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업체가 바로 포천의 다누림건설이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대통령 비서실은 지난 7일 경기 포천시 소홀읍에 있는 다누림건설과 ‘청사 내 사무공간 환경개선’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6억8208만원이다. 다누림건설은 청사 3∼8층의 각 사무실을 연결하는 간유리(불투명유리) 설치 작업을 맡았다.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청사.                                   김상선 기자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청사. 김상선 기자

신생 업체에 공사 맡긴 대통령실

계약 형태는 경쟁 입찰이 아니고 발주자가 특정 업체 한 곳을 선정해 그 업체와 계약을 하는 수의 계약이다. 통상 공공공사는 경쟁 입찰을 통해 공사 업자를 선정하지만, 계약 목적, 성질, 규모 등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수의로 계약할 수 있다. 비서실 측은 이와 관련 “시간이 없어 수의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수의계약일 때는 공사금액의 적정성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공사비 비교 근거 등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2021년 11월에 설립한 다누림건설의 2021년 시공능력평가액(건설업체의 공사 수행 능력 평가액)은 3억7314만원이다. 공사실적평가액(0원) + 경영평가액(1억2000만원) + 기술능력평가액(2억5214만원)+신인도평가액(0원)을 합한 것이다. 지난해 공사 실적이 없기 때문에 공사실적평가액은 제로이고 경영평가액과 기술능력평가액은 자본금 및 기술인력 현황에 따라 기계적으로 계산된다. “신생 업체가 최소 신고 기준을 맞춘 수준”이라는 게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의 얘기다.

이번 공사가 위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시공능력평가액은 건설업법에 따라 건설업자가 도급받을 수 있는 건설공사금액의 한도액을 의미해 원칙적으로 건설업자는 한도금액을 벗어난 공사를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과거에는 시공능력평가액이 도급한도액으로 작용해 그 금액 이상의 공사를 맡을 수 없었지만 20여 년 전 김대중 정부 때 규제를 완화해 신생업체도 자신의 시공능력평가액 이상의 공사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근무하는 청사 리모델링 공사를 신생업체가 맡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문제없을 수 있지만, 청사 공사를 맡기에는 이 업체의 공사 경험이 너무 일천하다"고 지적했다. 다누림건설은 올 2월부터 5월 초까지 경기도 의정부 교육청 천보중학교, 포천 한탄강사업소, 포천시 농업기술센터 등 공공기관이 발주한 3건의 공사를 수주했고, 수주금액 총액은 약 8400만원이다.

다누림건설의 시공능력평가 자료. 대한전문건설협회

다누림건설의 시공능력평가 자료. 대한전문건설협회

다누림건설에서 자격등급을 가진 인원도 2명 뿐이다. 건축기능사 1명과 건설기술법에 의한 건설기술자 1명이 전부다. 기능사는 국가기술자격의 최하위 등급이고, 기술 및 기능직렬 5개 등급 중 응시 자격에 제한이 없는 유일한 등급이다. 특성화고등학교 학생이면 자격을 갖출 수 있다. 건설기술자도 특급,고급,중급,초급 등 4단계가 있는데 이 회사의 기술 인력은 이 중 가장 낮은 초급이다.

다누림건설의 법인등기부등본과 회사 소재지 부동산등기부 등에 따르면 회사 대표는 1958년생인 김승예(여)씨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다누림건설을 설립한 직후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아파트 근처에 있는 한 저축은행에서 1억원을 대출(근저당설정액 1억2000만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실 “일정 급해 수의계약. 해당 업체는 일부 공사만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측은 해당 업체가 청사 3∼8층의 각 사무실을 연결하는 간유리(불투명유리) 설치 작업만 맡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보안이나 시급성이 이슈가 될 때는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며 “그런 이유로 수의 계약이 체결됐고 급하게 일하는 과정에서 주변에 수소문해 이 업체에 맡기게 됐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수의계약을 맺은 (공사) 업체는 그 외에 다수”라며 “워낙 급하게 공사를 진행했어야 했기에 바로 (현장 투입) 된다는 업체를 수소문하고 자기들이 가능하다고 하면 들어와 보안각서를 쓰고 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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