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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유시민, 허위 알고도 한동훈 공격" 유죄…유 "한 사과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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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자신에 대한 부당한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정철민 부장판사는 9일 라디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유 전 이사장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월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여론 왜곡 죄질 나쁘지만, 의심할 만한 사정도 인정돼”

재판부는 “여론 형성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밖에 없는 피고인의 허위 사실 보도는 여론 형성 과정을 심하게 왜곡시킬 수 있어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피고인도 당시 언론 보도나 녹취록 등을 통해 뒷조사를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고,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게시했으며, 피해자(한 장관)가 이 사건 이후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해 검사로서의 명예를 어느 정도 회복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했다”고 유죄와 벌금형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재판의 쟁점은 유 전 이사장의 발언이 허위 사실이었는지, 또 발언 당시 허위의 인식이 있었는지 아닌지였다. 유 전 이사장은 2019년 유튜브 ‘알릴레오’를 통해 “검찰이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들여다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검찰의 불법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2020년 4월과 7월에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저는 그게 다 윤석열 사단에서 한 일이라 봐요” “한동훈 검사가 있던 반부패강력부 쪽에서 봤을 가능성이 높다”는 발언을 했다.

재판부는 “발언이 허위사실인 것은 피고인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 증언 등에 비춰봐도 명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2019년 검찰이 유 전 이사장의 뒤를 캐기 위해 계좌를 뒤졌다고 단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며 오해 발언에 별다른 근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5~6개월 뒤에 통보될 금융기관의 통지를 보면 계좌 추적 여부를 쉽게 알 수 있었고, 검찰의 수차례 해명에도 불구하고 2020년 7월의 발언을 한 것은 국가 기관에 대한 감시나 비판의 정도를 벗어나 피해자에 대한 경솔한 공격이라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부끄러운 마음 있어야…항소할 것”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청사로 들어서며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청사로 들어서며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유 전 이사장은 1심 선고 직후 “항소해서 무죄를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녹취록을 보면, (한동훈 장관이) 이동재 기자와 함께 저를 해코지하려고 했다고 생각한다”며 “기자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 ‘그렇게 하면 안 돼요’라고 말해주는 것이 공직자의 기본이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날 법정에 들어가면서 “한동훈씨가 저한테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유 전 이사장은 무수오지심 비인야(無羞惡之心 非人也·잘못을 저지르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맹자(孟子) 구절을 인용해 “저도 그렇고 한동훈씨도 그렇고 오류를 저질렀을 땐 좀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다운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법무부 과천 청사에서 유 전 이사장의 ‘사과 요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장관으로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제 개인 소송 문제를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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