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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난에 화물 파업까지...GV80 출고, 1년 넘게 지연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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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산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가뜩이나 반도체 공급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 입장에선 경영 애로가 가중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재계에선 “기업의 대대적인 투자 계획이 물거품될 위기”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차 울산공장 내 전기차 ‘아이오닉 5’ 생산라인에서 현장 근로자가 차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 울산공장 내 전기차 ‘아이오닉 5’ 생산라인에서 현장 근로자가 차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 “GV80·아이오닉5 생산 차질”

9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울산공장 일부 생산라인이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울산공장에 각종 부품을 이송하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운송을 거부해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전날인 8일 오후 2시부터 공장 납품 거부에 들어갔고, 이날 오후 4시부터 생산라인이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울산공장과 관련해 납품·완성차 이송 등을 담당하는 화물연대 조합원은 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GV80·아이오닉5 등 17개 차종을 하루 6000대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GV80의 경우 반도체 부품 공급난 등으로 그동안 신차 출고가 1년 이상 지연되고 있던 상황”이라며 “이번 화물연대 파업 영향으로 1년 이상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호소문을 내고 “코로나19와 차량용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 위기로 인해 자동차 생산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악화하는 등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화물연대가 단체행동으로 자동차부품 업체의 부품 공급을 막고 생산에 차질을 초래하게 하는 것은 자동부품 업체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포스코 역시 주요 사업장에서 발이 묶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포항제철소 2만t, 광양제철소 1만5000t 등 총 3만5000t의 일일 육송 물량에 대한 출하가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화물연대 파업에 레미콘 운송기사들이 대거 포함돼 시멘트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골조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반도체·조선업계 “장기화 시 타격 불가피”

반도체·조선 등 대표적인 수출 업종의 경우 당장은 아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자재 운송에 일부 영향이 발생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긴급 물량이 사전에 준비돼 있고 현재 배를 제작하는 데 자재 문제는 없지만, 파업이장기화할 경우 자재가 제때 공급이 안 돼 건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총파업을 하루 앞둔 6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이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을 하루 앞둔 6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이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업계 관계자 역시 “최대한 사업장에서 필요한 부품·소재는 미리 확보하고 파업 전 선출고하는 전략을 취했지만 장기화하면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재계 “투자계획에 ‘찬물’ 끼얹을 수도”

재계에선 화물연대 파업으로 대대적인 국내 투자 계획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성명을 통해 “기업이 국내외 어려운 여건 속에서 다양한 투자 계획을 연달아 내놓고 국가 경제의 활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투자 계획의 80% 이상을 국내에 집중해 내수 진작과 양질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국민경제 증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다수의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 위기·원자재 가격상승·물류비 인상의 3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를 통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팔을 걷어 붙인 만큼 이러한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화물연대가 조속한 대화와 타협에 나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무역협회가 화물연대 파업 관련한 애로사항을 접수한 결과, 8일 기준 112건이 접수됐다. 조사에 따르면 기업은 수입(39.3%)보다 수출(60.7%)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측면에선 원자재 조달 차질(17%)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혔고, 수출에선 위약금 발생(25.9%)과 납품 지연(22.3%) 문제를 호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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