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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입은 송해 마지막인사…뽀빠이 이상용 "국보 도둑맞은 기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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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송해공원 내 송해기념관 앞에 마련된 임시분향소. 연합뉴스

대구 달성군 송해공원 내 송해기념관 앞에 마련된 임시분향소. 연합뉴스

고인의 마지막 모습은 고요했다.

고 송해 선생이 마지막 맨 얼굴로 대중에 인사를 했다. 오후 2시부터 몸을 씻고 수의로 갈아입은 고인은 연한 개나리색 수의를 입은 채 맑은 낯빛으로 누워있었다. 늘 끼고 있던 안경도 벗은 채 눈을 감고 누워있는 고 송해 선생의 입은 당장이라도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를 말할 듯 반쯤 벌어져 있었다.

"워낙 국민적인 분이라…" 입관 전 마지막 인사

9일 송해 선생의 입관식 전, 송해 선생과 생전 연이 있던 승가의 추도와 함께, 송해 선생의 큰딸이 다니는 교회에서 온 목사의 입관예배가 잇달아 진행됐다. 염이 끝난 뒤 누워있는 고인의 주위에 딸과 손녀 등 가족과 목사, 스님 등이 한 방에 모여 고인을 추모했다. 김정연 기자

9일 송해 선생의 입관식 전, 송해 선생과 생전 연이 있던 승가의 추도와 함께, 송해 선생의 큰딸이 다니는 교회에서 온 목사의 입관예배가 잇달아 진행됐다. 염이 끝난 뒤 누워있는 고인의 주위에 딸과 손녀 등 가족과 목사, 스님 등이 한 방에 모여 고인을 추모했다. 김정연 기자

오후 3시부터 가족과 마지막 인사를 마친 뒤, 3시 30분쯤 시작된 이날 입관식에는 불교와 기독교가 모두 참여해 고인을 배웅했다. 고인의 큰딸이 다니는 그사랑교회의 고상섭 목사의 주도로 추모예배를 마친 뒤, 고인과 생전에 연이 있던 경북 청도 용천사의 지거스님이 목탁을 치며 마지막 송가를 불렀다. 고인의 큰딸은 추모예배가 끝난 뒤 뒤로 물러나 목탁 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고인의 마지막 모습은 유족 측의 결정으로, 9일 급하게 공개가 결정됐다. 염습이 끝난 뒤 입관 전 추모 절차를 잠시 언론에 공개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유족 측 관계자는 "워낙 국민적인 분이어서 가족들도 장례 절차 공개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엄영수 코미디협회장이 의견을 냈고 유재철 염장이가 여러 사례를 알려주며 공개가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만원짜리 이만큼씩 갖고 다녀, 어려운 사람 주려고"

2008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추석특집 '전국노래자랑' 녹화 당시 고 송해 선생의 모습. 송해 선생을 실은 운구차는 10일 새벽 발인 후 서울 종로구 송해길에 위치한 상록회 사무실과, 34년간 '전국노래자랑'을 함께한 KBS 본관을 둘러본 뒤 대구 달성군 장지로 떠난다. 중앙포토

2008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추석특집 '전국노래자랑' 녹화 당시 고 송해 선생의 모습. 송해 선생을 실은 운구차는 10일 새벽 발인 후 서울 종로구 송해길에 위치한 상록회 사무실과, 34년간 '전국노래자랑'을 함께한 KBS 본관을 둘러본 뒤 대구 달성군 장지로 떠난다. 중앙포토

지난 8일 세상을 떠난 고인의 장례는 3일장으로 치러진다. 이틀째인 9일도 그를 기억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다. 방송인 최불암·유재석·전현무·김국진을 비롯해 오후에 비를 뚫고 고인을 찾은 코미디언 김민경·유민상·홍윤화, 이미자·태진아·장윤정·인순이·이찬원 등 가요계 후배들도 고인의 마지막길을 배웅했다.

오전에 빈소를 찾은 전원주는 약 1시간 30분간 빈소에 머물다 오후에서야 자리를 떴다. 그는 “선생님과는 몇십년간 공연을 같이 하고, 가짜 결혼도 올린 사이라 연이 많다”며 “많이 격려해주시고 힘들어도 참아라, 참아라 해주셨다”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늘 만원짜리를 이만큼씩 가지고 다니다가 길에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다 나눠주셨고, 원주도 그러고 살아라, 벌벌떨지 말고 쓰며 살아라, 하셨다”며 "선생님 99세까지 88하게 사세요' 했다가 혼난 적 있지만, 100세까지 사실 줄 알았는데… 좋은 데 가서 내려다보고 응원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약 30분간 빈소에 머문 태진아는 “1월 KBS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 녹화로 뵌 게 마지막”이라며 “저는 아부지, 아버님 하고 불렀고, 유별나게 따뜻하게 대해주시던 분인데 실감이 안난다”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 “가요계뿐만 아니라 모든 연기자, 연예계 전체의 정말 큰 별이 하늘나라로 가셨다”며 “아버님 편안하게 다 내려놓으시고 하늘나라에서는 잘 계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할담비’ 지병수씨도 "마지막으로 한 달 전쯤에 뵈었는데 '형님 건강하세요' 했더니 '동생 걱정하지마' 하셨는데…"라며 "아들과 사모님도 볼 수 있고, 좋은 데 가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떨린 목소리 뽀빠이 "'못볼 것 같다' 하시더니…국보를 도둑맞은 기분" 

'뽀빠이' 이상용은 "송해 선생님은 국보다, 국보를 도둑맞은 기분"이라며 "장례식장을 수십년 다녔지만 오늘같이 허망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20일 전쯤 마지막 연락을 했는데, '못볼 것 같다' 하셨는데 진짜로…" 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그는 "제가 데뷔했을 때 저에게 '키 큰 사람 이기는 법은 책 보는 거다, 머리로 이기자'하셔서 여태까지 책 읽게 해주신 분"이라며 "시청자 여러분 이제 심심하시겠다, 하지만 송해 선생님은 여러분 마음 속에 살아계시리라 믿는다"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1927년 황해도 연백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희극인장으로 치러지는 장례는 3일간 이어지며, 발인은 10일 오전 5시, 장지는 대구광역시 달성군 송해공원 인근 묘소다. 10일 오전 코미디언과 가족 등이 모인 영결식 뒤, 고인이 매일 출근하던 종로구 낙원동 연예인 상록회 사무실과 '전국노래자랑'을 했던 KBS 본관을 지나 대구로 내려가, 아내와 아들이 누운 곳 옆에 영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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