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방화 용의자는 상대측 의뢰인…'악성 민원인' 불렸다" [대구 폭발화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명이 사망한 대구 수성구 범어동 화재 사건의 50대 방화 용의자는 민사사건에 불만을 품고 상대 변호사사무실에 수차례 항의를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9일 대구경찰청과 지역 법조계 등에 따르면 방화 용의자 A씨는 민사 문제로 법적 다툼을 했고, 이 과정에서 불리한 입장이 되자 상대 측 변호사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법조계 한 인사는 "A씨는 자신의 불만스러움을 상대 변호사 측에게 여러 번 표출해 (사무실 직원들로부터) '악성 민원인'으로 불렸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 구급대원들이 사망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 구급대원들이 사망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폐쇄회로TV(CCTV) 등을 분석한 결과 화재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씨는 이날 오전 10시 55분쯤 수성구 범어동 5층짜리 법무빌딩 내 2층 변호사사무실을 찾았다. 2명의 변호사가 공동 운영하는 사무실이다.

목격자 증언 등에 따르면 당시 방화 용의자는 손에 인화물질을 들고 직원 등 7명이 있던 사무실에 진입했다. 한 변호사사무실 관계자는 "용의자 A씨가 불이 난 변호사사무실의 한 간부 직원과 실랑이를 했다고 들었다"며 "이 과정에서 간부 직원이 화를 식히러 잠시 나간 사이 A씨가 시너로 추정되는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방화 용의자 A씨 등 숨진 7명 모두를 불이 난 사무실에서 발견했다. 불이 난 건물 2층에 있었던 이현우(74) 변호사는 “사무실 바깥에서 뭔가 깨지는 소리와 비명이 들리길래 나가보니 (2층) 복도에 연기가 가득했다”며 “화재가 가장 먼저 발생한 변호사사무실에서 관계자가 뛰쳐나와 ‘나 혼자만 빠져나왔다’며 걱정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익명을 원한 2층 다른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는 “상담을 하고 있는데 굉음과 진동이 느껴지길래 놀라서 바깥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이미 출입문 손잡이가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며 “몸으로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을 때 다른 사무실에서 불길이 일어나고 있었고 빠르게 대피했다”고 긴박한 당시 상황을 전했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50대와 진화인력 160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여 20분 만인 오전 11시17분쯤 불을 껐다. 부상자는 연기 흡입 등 경상 40여 명으로 파악됐다. 부상자 중 18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자들도 인근 대학병원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대구경찰청은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한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집중 수사에 나선 상태다. 이날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소방당국이 사건 현장에서 합동 감식 조사도 진행 중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