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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연평도 포격처럼 북한 도발하면 원점타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리나라의 국방을 책임지는 군 최고 통수권자인 제가 여러분을 지켜드리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천안함,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전, 목함지뢰 사건 생존 장병 및 유가족 등 20명과의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나라를 지킨 영웅들을 제대로 예우하고, 유가족들의 억울함이 없도록 따뜻하게 모시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며 “국민과 함께 국가의 이름으로 나라를 지킨 영웅들을 기억하고, 그 예우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 행사에 앞서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폭발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 행사에 앞서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폭발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 5층 접견실에서 열린 이날 간담회엔 최원일 전 천안함장(예비역 해군 대령)과 천안함 사건 당시 순국한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씨, 제2연평해전 당시 순국한 고 윤영하 소령의 모친 황덕희씨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간담회를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으로 명명했다.

윤 대통령은 인삿말을 통해 “국가가, 또 국민이 누구를 기억하느냐 하는 것이 그 나라의 국격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며 “국방과 보훈은 동전의 양면이다. 확실한 보훈체계 없이 강력한 국방이 있을 수 없고, 또 보훈체계는 강력한 국방력의 기초”라고 강조했다. 지난 6일 현충일 당시 “제복 입은 영웅들이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한 윤 대통령이 다시한번 보훈체계 강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어 발언에 나선 최 전 함장은 “현 정부 들어 호국과 보훈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해 주시는 대통령과 현충원에서 양복대신 작업복을 입고 묘비를 닦아주던 보훈처장의 모습에 저희는 감명을 많이 받았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한반도 평화라는 이유로 북한의 도발이 북한 소행임을 외면하거나 부정하는 세력들에 의해 저희는 상처를 계속 받고 있다”며 “제발 이 나라에서 저희들이 국가를 위해 희생한 유족이고, 생존장병들이었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천안함 희생자 고 민평기 상사 모친 윤청자 여사가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 행사에서 아들 민 상사의 사진을 보고 있다. 윤씨는 2010 년 6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해 아들의 사망보험금 1억원과 익명의 중소기업 직원들로부터 받은 성금 898만8000원을 모두 기탁했다. 윤씨의 기탁금으로 해군은 K-6  기관총 18 정을 구입해 함정 및 헬기 등에 설치했다. 윤씨는 2020 년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다가가 “천안함이 누구 소행인가 말씀해달라”며 호소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천안함 희생자 고 민평기 상사 모친 윤청자 여사가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 행사에서 아들 민 상사의 사진을 보고 있다. 윤씨는 2010 년 6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해 아들의 사망보험금 1억원과 익명의 중소기업 직원들로부터 받은 성금 898만8000원을 모두 기탁했다. 윤씨의 기탁금으로 해군은 K-6 기관총 18 정을 구입해 함정 및 헬기 등에 설치했다. 윤씨는 2020 년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다가가 “천안함이 누구 소행인가 말씀해달라”며 호소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에 따르면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 도발에 대해 강경 대응 의지를 밝혔다. 한 유가족이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북한의 사과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지금 만약에 그런 일이 벌어지면 사과가 필요한 아니라, 군 매뉴얼대로 원점 타격을 하면 된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간담회 참석자들이 전했다.

참석자들의 건의사항도 잇따랐다고 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청자씨는 ‘평택에 있는 천안함 함체를 한강으로 옮겨달라. 천안함 피격이 북한 소행임을 교과서에 실어달라’고 윤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복수의 생존 장병이 “현역에 남은 국가 유공자들이 오히려 진급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하자 윤 대통령은 국방비서관에게 곧바로 실태 파악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날 간담회는 ‘호국영웅과 지속된 만남을 이어가겠다’는 윤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17일 최 전 함장과 이성우 천안함 유족회장 등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최 전 함장이 “이번 한번 만나는 걸로 끝나면 안 된다”라고 하자 윤 대통령은 “약속하겠다. 다시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거 정부처럼 정치적 환경에 따라 호국영웅들이 국가에 냉대받고 소외당하거나 평가절하되는 일이 없이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합당한 예우를 받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 반영된 자리”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 행사를 마친 뒤 제2연평해전 생존자인 이희완 중령을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 행사를 마친 뒤 제2연평해전 생존자인 이희완 중령을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해영 예비역 원사(제2연평해전 당시 참수리 357호 갑판장)는 “오늘이 대통령 취임 한 달째라 현안도 많고 무척 바쁠 텐데, 이렇게 행사를 해준 것이 고맙다”며 “용사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대통령께서 관심을 가져줘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최대한 예우를 갖춰 참석자들을 맞이했다. 대통령실 청사 정문엔 국방부 군악대와 의장대가 도열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대통령실을 찾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1층 입구엔 레드카펫이 깔렸다.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대통령 기념시계 및 ‘당신의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호국영웅 사진 액자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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