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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친윤 의원 모임 '민들레' 곧 출범…친윤계 세력화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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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3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로 출근하며 장제원 비서실장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3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로 출근하며 장제원 비서실장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국민의힘 의원 모임인 ‘민들레’가 조만간 출범한다. 정부·대통령실과 정책 비전 등을 공유한다는 목적이지만, 친윤계 의원들의 세력화가 본격 시작했다는 당내 시각도 있다.

9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철규·이용호 의원은 이날 오후 국민의힘 각 의원실에 공문을 보내 ‘민들레’ 모임 참여 의사를 물었다. ‘민들레’는 ‘민심 들어 볼래(레)’의 약자라고 한다. 널리 퍼지는 민들레 씨앗처럼 곳곳에서 민심을 파악해본다는 의미라고 국민의힘 측은 설명했다.

‘민들레’ 모임의 목적은 국정 현안, 정책 비전 등을 함께 공유함으로써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참여하는 의원들은 설명했다. 또 국가 의제 관련 대안을 모색하고, 윤석열 정부의 민심 소통 창구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모임은 월 1회 조찬 모임 형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며, 정부 인사를 초청해 국정 운영에 대한 당·정 간의 의견을 공유하는 기회도 만들 계획이다.

‘민들레’ 모임에 참여하는 한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하려면 민심도 잘 전달해야 하고, 정책 관련 소통도 필요해 의원 모임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대선 뒤부터 꾸준히 나왔다”며 “지방선거도 끝났으니 이제는 모임을 출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모임 출범은 현재로선 오는 15일로 계획돼 있지만,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인 3선의 장제원 의원을 주축으로, 친윤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운영진 역할을 맡아 모임의 출범을 추진했다. 운영진 역할을 한 의원들은 김정재·송석준·이용호·이철규·박수영·배현진 의원 등이다. 모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 인수위 정무기획 담당 1팀장이었던 정희용 의원과 당선인 수행팀장이었던 이용 의원도 모임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국민의힘 관계자가 전했다.

친윤계 의원들이 모임을 만들게 된 건 대선과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부터는 정부·여당이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당이 윤석열 정부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임에 참여하는 다른 의원은 “정부 초기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정부·여당이 ‘원팀’이 돼서 힘을 합쳐야 한다. ‘민들레’ 모임이 당 차원에서 그런 노력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 세력화?…"교병필패" 

2011년 5월 18일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의 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조찬모임을 마친 뒤 안경률 대표가 인사하며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2011년 5월 18일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의 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조찬모임을 마친 뒤 안경률 대표가 인사하며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반면 비윤계 의원들 중심으로 이 모임이 친윤계 세력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모임 출범을 추진하는 의원들은 “모임이 ‘오픈 플랫폼’이기 때문에 어떤 의원들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미 친윤계가 운영진의 주축이 돼 있기 때문이다.

친이(친 이명박)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나 친박(친 박근혜)계 모임 ‘국회선진사회연구포럼’ 같은 형태의 계파 모임의 부활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런 모임은 공부 모임을 지향했지만, 실제론 계파 싸움의 진지로 활용됐다. 이철규·이용호 의원은 각 의원실에 보낸 공문에서 모임의 취지를 ‘의원 간 친목과 유대의식을 강화해 당의 화합과 결속을 도모’라고 설명했다. 비윤계에서는 “친윤계 의원들만의 결속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우크라이나에서 이날 귀국한 이준석 당 대표는 “(‘민들레’가) 당·정·대 협의를 위한 모임이라고 하는데, 이미 공식적 경로로 당·정·대 협의체가 가동되고 있어 사조직을 따로 구성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사조직이면 그 취지에 맞게 친목을 다지면 되는 것이지, 세 과시하듯 총리·장관 이름 들먹이는 것은 정부에 부당한 압박 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비윤계 의원은 “친윤계가 아닌 의원 중 그 모임에 끼고 싶다고 할 사람이 있을까 싶다”면서 “교병필패(驕兵必敗·싸움에서 이기고 뽐내는 군사는 반드시 패한다)다. 모임은 얼마 못 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판이 나오자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모임의 취지는 정치현안이나 정책 사안에 대해 의원들이 소통하고 토론해서 민심을 받드는 아침 모임으로 알고 있다”며 “친윤 세력화니 하는 말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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