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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 의식했나…이재명, '개딸' 문자폭탄에 "도움커녕 해 된다"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은 ‘개딸(개혁의 딸들)’ 등 자신의 강성 지지층들이 경쟁자들을 향해 연일 비난성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도움은커녕 해가 된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지난 1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도착해 본인의 의원실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 1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도착해 본인의 의원실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 의원은 9일 페이스북 글에서 “사실에 기초한 토론과 비판, 설득을 넘어 ‘이재명 지지자’의 이름으로 모욕적 언사, 문자폭탄 같은 억압적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모멸감을 주고 의사표현을 억압하면 반감만 더 키운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어 “국민은 지지자들을 통해 정치인을 본다”며 “이재명의 동료들은 이재명다움을 더 많은 영역에서 더욱 더 많이 보여주시면 좋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권리당원을 한명이라도 더 늘리고, 민주당의 가치를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리는 것이 여러분의 정치적 의사를 관철하는 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의원의 강성 지지자들은 경쟁자들을 향해 연일 문자폭탄과 비난성 글을 올리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친문재인(親文)계로 이 의원과 전대에서 경쟁하게될 가능성이 있는 홍영표 의원의 지역 사무실에는 “치매냐”고 비난하는 3m 길이의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지방선거 참패와 관련해 '이재명 책임론'을 꺼내든 친문재인계(친문계) 핵심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 홍 의원을 비난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6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에 따르면 3m 길이의 대자보에 "치매가 아닌지 걱정된다"는 내용과 함께 치매센터 번호가 쓰여있는 등 홍 의원을 조롱하는 글이 적혀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지방선거 참패와 관련해 '이재명 책임론'을 꺼내든 친문재인계(친문계) 핵심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 홍 의원을 비난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6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에 따르면 3m 길이의 대자보에 "치매가 아닌지 걱정된다"는 내용과 함께 치매센터 번호가 쓰여있는 등 홍 의원을 조롱하는 글이 적혀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홍 의원은 이에 대해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성 지지자들, 팬덤들은 일단 사실에 기초하지 않고 의도적 좌표찍기를 통해 공격한다. 인신공격 정도가 아니라 협박”이라며 “상당히 조직적이고 배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강성 지지자들의 배후로 이 의원을 겨냥한 말로 해석됐다.

당내에서도 이 의원 지지자들의 도를 넘은 행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9일 자신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 등이 주도하는 문자폭탄과 비난성 댓글 등에 대한 자제를 요청하는 내용의 글을 적었다. 페이스북 캡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9일 자신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 등이 주도하는 문자폭탄과 비난성 댓글 등에 대한 자제를 요청하는 내용의 글을 적었다. 페이스북 캡쳐

유인태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선거에서 세번 연거푸 진 것도 저런 강성 팬덤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며 “강성 팬덤이 있는 게 자산일 수는 있지만, 거기에 끌려다녀서는 망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이원욱 의원도 페이스북에 “혐오발언인 수박과 찢을 부르짖는 정치 훌리건들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며 이 의원과 이낙연 전 대표를 동시 겨냥했다. ‘수박’은 이낙연 전 대표 측을, ‘찢’은 이재명 의원을 각각 비하하는 표현이다.

지금까지 지지층의 과격한 행동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던 이 의원이 이날 사실상의 ‘자제 요청’을 한 배경은 이러한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 경선 때 자신의 지지자들이 경쟁 후보를 향해 보냈던 비난성 문자폭탄 등에 대해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이라고 평가했다가 집권 내내 “네거티브 여론전과 갈라치기를 조장했다”고 비판받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으로 첫 등원을 하며 의원실 앞에서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으로 첫 등원을 하며 의원실 앞에서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 의원은 이날 “입장이 다르면 존중하고 문제점은 정중하게 합리적으로 지적하며 자신의 입장을 잘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공감을 확대하는 방법”이라며 “제가 하고 싶은 정치는 반대와 투쟁을 넘어 실력에 기반한 성과로 국민들께 인정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딸’을 비롯한 지지자들이 국회 등원을 기념해 보낸 화환에 대해서도 “보내주신 화환은 매우 감사했다”면서도 “앞으로는 좋은 정치인들에게 후원을 더 해 주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고 언급했다.

7일 오전 국회 정문 앞 담장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첫 출근을 축하하는 '개딸' 등 강성 지지자들이 보낸 화환이 놓여 있다. 김경록 기자

7일 오전 국회 정문 앞 담장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첫 출근을 축하하는 '개딸' 등 강성 지지자들이 보낸 화환이 놓여 있다. 김경록 기자

이 의원은 그러면서도 “상대의 실패를 유도하고 반사이익을 기다리는 네거티브 정치가 아닌 잘하기 경쟁으로 국민의 더 나은 삶을 만드는 포지티브 정치를 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당내에선 “지방선거 패배와 관련한 ‘이재명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는 친문계를 겨냥한 말”이라는 해석도 나오기도 했다.

한편 친명계로 분류되는 안민석 의원은 이 의원이 지지층에게 자제를 요청한 직후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일각에서 패배의 원인으로 팬덤과 문자에 대해 성토한다. 그것이 쇄신이라고 말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강성 지지자들의 행동을 옹호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경기도지사후보 3자 단일화 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월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경기도지사후보 3자 단일화 제안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안 의원은 특히 “토론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며 “(토론)대신 문명이 선물한 문자라는 좋은 방법이 있다. 죄인이 된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돌팔매 대신 문자폭탄 정도는 감수하는 것이 도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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