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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노선서도 담합” 해운담합 사건 마무리…총 과징금 1763억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63억5300만원.

HMM‧고려해운‧장금상선 등 해운업계에 부과된 총 과징금 규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9일 한-일 항로 운임 담합 선사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한-중 항로 담합에 시정명령을 부과하면서 논란의 ‘해운담합’ 사건이 마무리됐다. 공정위는 한-동남아 노선에 이어 중국과 일본 노선에서도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해운업계는 공정위에 비공식적으로 “경영상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사건을 빨리 끝내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해왔다.

동남아 이어 중·일 노선도 결론

이날 공정위는 한-일 항로에서 2003년부터 2019년까지 76차례 운임을 담합한 15개 선사에 과징금 800억88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올해 초 심의한 한-동남아 노선에서의 담합 과징금 962억6500만원을 더하면 총 과징금은 1763억원이 넘는다. 가장 많은 과징금을 내게 된 고려해운의 경우 두 사건에서 받은 과징금만 442억8500만원이다. 당초 해운업계는 한-동남아 항로에서만 담합 과징금이 8000억원에 달할 수 있어 경영상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지난해 12월 인천항에 들어온 선박 '페가수스 페이서호'. [인천항만공사 제공]

지난해 12월 인천항에 들어온 선박 '페가수스 페이서호'. [인천항만공사 제공]

2003년 10월 고려해운‧흥아라인 등 주요 선사 사장들이 일본‧중국‧동남아 항로에서 기본운임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게 최저운임 인상의 시작이다. 이후 정기적으로 만나 최저운임을 논의했다. 긴급유류할증료‧컨테이너 청소비 등 부대운임도 공동행위를 통해 정했다. 이들은 합의한 운임을 수용하지 않는 화주에 대해서는 화물을 배에 실어주지 않는 식으로 보복하기도 했다.

해운법에 따르면 해수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화주단체와 협의를 한 공동행위는 담합으로 보지 않는다. 운임을 합의한 게 맞더라도 해운법상 절차를 지켰다면 공정거래법을 적용할 수 없다. 해운업계는 “신고를 하고 이뤄진 정당한 공동행위”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수부에 신고한 내용과 실제 이뤄진 운임인상이 달랐기 때문이다.

“한-중 항로 담합”…과징금 0원

최대 쟁점이 된 건 한-중 항로에서의 공동행위다. 공정위는 “한-중 항로에서 17년간 총 68차례의 운임 합의가 있었다. 해운법상 신고와 협의 조건을 준수하지 않은 위법한 공동행위였다”고 결론 내렸지만, 과징금은 1원도 부과하지 않았다. 향후 같은 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만 내렸다.

담합의 형태나 실행 과정에서 동남아‧중국‧일본 항로가 모두 비슷하게 이뤄졌지만, 한-중 항로만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빠진 건 해운협정 때문이다. 1993년 한국과 중국 정부는 해운협정을 맺고, 매년 해운회담을 개최해 선박 공급량을 정해왔다. 공정위는 담합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애초 운항할 수 있는 한국과 중국의 선박량이 고정돼 있어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봤다.

한국-중국 해운협정 고려

해운산업 보호 목적으로 해운법이 공동행위를 보장한다는 업계의 특수성이나 협정의 상대방인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 우려 등도 고려됐을 가능성이 크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한-중 항로 특유의 특성이나 해운업 특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공정위 전원회의를 앞두고 제재에 대한 우려를 담은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17일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해양해운조선물류 100만 일자리 사수 노동자투쟁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17일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해양해운조선물류 100만 일자리 사수 노동자투쟁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해운업계는 선사의 생존을 위해 운임 합의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인 만큼 한-일 항로 과징금 제재에 대해 행정소송 등 대응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한-동남아 노선의 경우 선사들은 지난달 과징금 부과에 반발해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황이다. 한국해운협회 관계자는 “해운법상 공동행위가 허용됨에도 공정위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했다”며 “이의신청과 행정소송 등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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