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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앞뜰 용산공원 내일부터 시범 개방…오염 논란은 여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는 용산공원 시범 개방에서 대통령실이 바로보이는 곳에 바람개비를 꽂아놓은 바람정원을 조성한다. 국토교통부

정부는 용산공원 시범 개방에서 대통령실이 바로보이는 곳에 바람개비를 꽂아놓은 바람정원을 조성한다. 국토교통부

지난 120년간 일본군 병영, 미군기지 등으로 활용돼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었던 서울 용산공원 부지가 10일부터 일반 국민에게 공개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인수위원회 시절 용산공원을 민간에 개방하기로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10일부터 19일까지 10일 동안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용산공원 시범 개방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1일 5회로 나눠 1회에 500명씩 2시간 간격으로 관람객을 받는다. 다만 첫 입장은 10일 오전 11시, 마지막 입장은 19일 오후 1시(오후 3시 퇴장)로 정했다. 공원에 들어온 국민은 2시간 동안 경내를 돌아볼 수 있다. 국토부는 시범 개방 기간 총 2만5000명의 국민이 용산공원을 미리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대통령실 앞뜰까지 접근하는 코스

국토교통부 용산공원 조성추진기획단은 지난 7일 시범 개방에 앞서 기자단 100여명을 불러 이번 시범 개방의 취지를 설명하고, 개방 지역 등을 미리 둘러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에 시범 개방되는 부지는 약 10만㎡ 면적이다. 관람은 사우스포스트의 14번 게이트에서 시작해 장군 숙소를 지나 대통령 집무실 남측을 거쳐 10군단로로 불리는 동서 횡단로를 따라 국립중앙박물관 북측 '스포츠필드'에 이르는 동선으로 짜여있다. 14번 게이트는 시범 개방 관람객의 주출입문으로 활용된다.

용산공원 동서를 가로지는 10군단로. 국토교통부

용산공원 동서를 가로지는 10군단로. 국토교통부

장군 숙소를 따라 난 도로에는 아름드리 플라타너스가 심겨 있다. 시범 개방에 맞춰 곳곳에 벤치를 배치해 나무 그늘에 방문객이 쉬어갈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대통령실 바로 앞뜰이 보인다. 현재 철제 펜스가 쳐 있어 다가가기 어렵지만, 시범 개방 때는 대통령실 앞뜰 방문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15분마다 선착순 40명이 이곳에 입장해 헬기와 특수 차량 등 대통령 경호 장비를 관람할 수 있다. 또 인근에는 식음료 코너가 있는 휴게공간이 제공된다.

대통령실이 바로 보이는 길가에는 일명 바람정원이 조성된다. 입장하는 국민은 출입문에서 나눠주는 바람개비에 용산공원에 바라는 점 등을 적어 꽂아놓으면 된다. 국토부는 또 시범 개방 기간 행사장 10곳에 '경청 우체통'을 비치한다. 이를 통해 용산공원 조성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북측의 스포츠필드에는 푸드트럭, 간이의자,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설치된다.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지름 20m 초대형 그늘막도 이곳에 배치된다. 이날 가이드를 맡은 김형기 문화해설사는 "용산공원은 고층빌딩이 즐비한 도심 속 안식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공원에 입장한 국민에게 주요 동선을 따라 걸으며 용산공원 전반을 돌아볼 수 있는 상세한 해설과 전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용산공원 부지 내 남아있는 미군 장군숙소. 국토교통부

용산공원 부지 내 남아있는 미군 장군숙소. 국토교통부

시범 개방 첫날인 10일 신용산역 인근 입구에서는 출입문 개방과 함께 국민의 첫 방문을 환영하는 군악대·의장대의 공연 등 다양한 행사도 기획돼 있다. 방문 시 예약자 본인과 대통령실 앞뜰 방문 희망자는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하며, 만 14세 미만 청소년과 어린이는 보호자와 동반하는 경우 입장이 가능하다.  반려동물의 입장은 제한되며, 주류 및 병 음료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예약은 본인이 직접 해야 하며 대리 예약은 안 된다.

용산공원 방문 신청은 관련 홈페이지 3곳((www.yongsanparkstory.kr, www.yongsanparkstory.com, www.yongsanparkstory.net)과 네이버 예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관람 예약은 방문 희망일 5일 전부터 신청할 수 있다. 지난 5일부터 예약을 받고 있다.

정부는 용산공원 시범 개방 기간 동안 관람로에 경청우체통 10개를 배치해 용산공원 조성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정부는 용산공원 시범 개방 기간 동안 관람로에 경청우체통 10개를 배치해 용산공원 조성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준비 부족, 오염 논란은 여전

국토부는 당초 지난달 25일부터 용산공원 시범 개방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이 발표된 지 하루 뒤인 지난달 20일, 개방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돌연 입장을 바꿨다. 당시 국토부는 "편의시설 등 사전준비 부족으로 관람객 불편이 예상됨에 따라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용산부지 내 토양 오염 등의 문제로 정부 부처 내부에서 반대 입장이 개진돼 개방 일정이 멈춰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야당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용산공원 부지 내 오염된 토양이 완전히 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공원을 개방하려 한다며 연일 공세를 높이고 있다. 일부 부지에서 기름에 오염된 정도(TPH)가 기준치의 29배를 넘었고, 다이옥신, 비소 등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김복환 용산공원 조성추진기획단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김복환 용산공원 조성추진기획단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정부에서는 관람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김복환 국토부 용산공원 조성추진기획단장은 "오염토가 밖으로 나와 관람객과 접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멘트, 잔디 등으로 땅을 덮는 '토사피복'을 통한 저감 조치를 충분히 진행했고, 오염도가 높은 지역은 관람 동선에서 제외했다"며 "저감 조치를 했는데도 위해 하다는 일부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관람 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한 이유에 대해서도 "오염도 문제가 아니라 관람객 혼잡도, 편의시설 이용도 등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번 시범 개방을 통해 의견을 모은 뒤 이를 반영해 오는 9월 개방 면적을 약 40만㎡까지 넓혀 임시 개방을 진행할 계획이다. 오염 정화는 정해진 계획에 따라 지속해서 진행한다고 국토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미군으로부터 미반환 부지를 넘겨받고 오염토 정화 등이 끝나면 완전히 개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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