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세계사적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정치 행태”(이재명 의원)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폭력적이고 심각한 정치 문화를 만드는 것”(홍영표 의원)이라고 말한다. 3ㆍ9 대선 후 더불어민주당을 덮친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 현상’에 대한 상반된 평가다. 개딸은 대선 후 이재명 의원을 지지한 2030 여성을 일컫는다.
이들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처리 국면과 이재명 의원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전략공천 등 변곡점마다 민주당에 영향력을 끼쳤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친이재명)ㆍ친문(친문재인) 간 ‘룰 전쟁’을 벌이는 것도 결국 개딸의 당내 영향력 확대 여부를 두고 벌이는 싸움이다.
그런데 정작, 당내에선 “개딸이 대체 누구냐”는 말이 많다. 기원은 어디인지, 어떻게 조직된 건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게 뭔지를 아무도 모른다. 제1야당을 뒤흔드는 개딸은 누구일까. 중앙일보는 활발히 활동 중인 개딸 3명과 지난 7~8일 전화ㆍ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각각 A씨(31ㆍ프리랜서), B씨(26ㆍ대학생), C씨(37ㆍ영어강사)로 호칭한다.
- 언제부터 왜 개딸이 됐나.
- “대선 며칠 전(3월 2일) 변영주 영화감독이 이 의원을 지지하는 걸 보고, ‘내가 아는 변영주는 저럴 리 없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아봤다. 그랬더니 이 의원의 ‘형수 욕설’ㆍ‘행복이(성남시장 시절 키운 반려견) 파양’ 논란이 상당히 왜곡돼 퍼졌단 걸 알게 됐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기에 이 의원이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한 것도 결정타가 됐다. 결국 변영주 8, 박지현 2의 영향으로 개딸이 됐다.”(A)
- “성남시장 시절 시정을 보고, 이 의원이 대통령이 돼 부패 기득권 세력을 척결하길 기대했다. 그런데 대선에서 패배했다. 이전까지 커뮤니티 활동을 하진 않았지만, 대선 후 권리당원으로 가입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B)
- “오래전부터 이재명 의원을 지지했다. 경기도 계곡 불법 상점 철거와 같이 소통을 통해 사안을 해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C)
- 주 활동 공간과 활동 내용은.
-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인 여성시대ㆍ재명이네 마을ㆍ이재명 갤러리에서 활동한다.”(A)
- “재명이네 마을에 가입했다. 또 이재명 지지자 카카오톡 방에 들어가 정치를 공부하고 주변 지인들을 ‘밭갈이’하고 있다. 정치 유튜버들과도 소통하는 편이다.”(B)
- “이전에는 이재명 갤러리에서 활동하다 재명이네 마을로 옮겼다. 지금은 딱히 활동하는 공간은 없다.”(C)
- 개딸은 박 전 위원장을 응원했는데, 어느 순간 돌아섰다.
- “지방선거 기간 박 전 위원장이 이낙연 전 대표 측의 말을 많이 대변하는 느낌을 받았다. 선거에선 하나로 가야 하는데, 그런 모습들이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A)
- “지지 철회는 개혁파인 최강욱 의원에 대한 지속적인 ‘내부 총질’로 인한 것이다.”(B)
- “처음 문제를 느낀 건 ‘검수완박’이라는 단어였다. 나이만 어렸지, 지지자들과 전혀 소통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검찰 정상화’, ‘검찰 선진화’로 대체하자는 운동을 진행 중이었다. 그러다 조국 전 법무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걸 보고, ‘이 사람은 민주당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응원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C)
- 박 전 위원장의 최 의원 성희롱 의혹 조사 추진이 왜 문제였나.
-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거였다. 양쪽 말이 다르지 않았나. 커뮤니티에서 본 바로는 최 의원은 ‘짤짤이’라고 하는데, 왜 확인되지 않은 거로 괜한 논란을 만드나. 결과적으로 박지현 전 위원장의 그런 말들이 지선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A)
- “민주당이 뭉쳐야 할 시기에 계속 사과를 요구해 당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을 했다.”(B)
- “당시 최강욱·김남국 의원 모두 다른 용어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사실관계는 뒤로하고, 자기 생각과 판단만이 옳다는 듯이 밀고 나가는 모습에서 엄청난 거부감이 느껴졌다.”(C)
- 개딸은 페미니스트로 인식되는 측면도 있는데.
- “아무래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A)
- “연관이 없다. 현재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은 자신이 불리할 때 성추행당했다고 미투 운동하는 사람을 페미니스트로 간주하는 것 같다. 민주당은 페미니즘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어야만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B)
- “개딸들이 문제 삼고 있는 페미니스트는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를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개딸과 페미니스트는 무관하다.”(C)
- 검찰개혁을 요구해왔는데, 실제로 통과가 됐다. 개딸이 기여했다고 보나.
- “검찰은 그동안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다. 우선적으로 개혁이 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생각했다. 통과 과정에서 개딸의 영향력이 미쳤다고 본다. 효능감을 느꼈다.”(A)
- “개딸이 기여했다. (저도) 검찰 정상화를 위해 많은 집회에 참석했고 비대위원들에게 문자 총공(총공격)을 보냈다.”(B)
- “대선 이전부터 민주당을 꾸준히 지켜봤는데, 이번 검찰개혁 과정에서 개딸의 활동은 이전 민주당 지지자들과 확연히 달랐다. 그런 점이 개혁을 통과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C)
- ‘문자 총공’은 어떻게 이뤄지나.
- “누가 지시를 내린다기보다 같이 의논하면서 그렇게 되는 거다. 커뮤니티 내에서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동의가 된 상태로 진행된다.”(A)
- “의원들의 번호를 단톡방에 공유하고 자발적으로 문자를 보낸다.”(B)
- “포지티브한 언어로 의원들에게 우리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마지막 창구다. 민주당에 크고 작은 결정사항들이 있기 전에 목소리를 전달하려고 애쓰는 노력의 일환이다.”(C)
- ‘문자 총공’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 “그런 걱정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A)
- “개딸의 움직임은 결국 이재명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위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B)
- “포지티브하게 진행하자는 취지와 달리 다소 격한 표현을 사용하시는 분들도 있다. 올바른 지지자의 자세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죽하면 이러한 방법까지 쓰겠나. 그런 점도 고려해 달라.”(C)
- 이번 지방선거에서 2030 투표율은 매우 낮았다. 개딸은 극소수 아닌가
- “그렇다. 이번에 (낮은 투표율에) 많이 실망을 했다. ‘우리가 진짜 더 열심히 해야 하는구나’ 생각한다.”(A)
- “대선 후 20만명이 민주당에 입당했다. 그중 2030개딸이 절반 이상이기 때문에, 민주당에선 극소수는 아니라 생각한다.”(B)
- “전체 2030 유권자 중 지극히 적은 숫자일 수 있다. 다만 민주당 당사 앞 집회나 포지티브한 방식으로 의원들을 설득하는 모습에서 드러나는 상징성을 보아주었으면 한다.”(C)
- 8월 전당대회에서 개딸이 어떤 역할을 했으면 하나
- “우리를 소외시키지 않고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하고 반영을 해줬으면 좋겠다.”(A)
- “권리 당원의 투표비율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이 의원을 당 대표로 만들고 진정한 민주당 개혁을 이룰 수 있다.”(B)
- “이번에도 ‘포지티브’한 방식으로 의견을 전달하고, 콘서트처럼 즐거운 문화로 기존과 다르게 접근할 것이다. 매우 기대된다.”(C)
- 개딸을 규정한다면.
- “나도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2030 여성중) 이번 지방선거에 (민주당에) 투표한 그만큼이 아닐까.”(A)
- “민주당을 지속해서 예의 주시하며 정치에 관심을 갖고, 주변 정치 무관심층에 투표 독려와 밭갈이를 하는 정치 주체자다.”(B)
- “개혁을 원하는 2030 여성 지지자다.”(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