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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덴마크·아일랜드의 청년 일자리 정책 배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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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오호영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오호영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역 위기를 넘어 지역 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높다. 지역 소멸 고위험 지역 비중이 2013년 1%대에서 2020년에는 46%로 급증했다. 2020년에는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처음 추월했고, 비수도권 인구는 계속 감소 중이다. 수도권 팽창을 억제하는 규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등 기존 지역 정책을 뛰어넘는 획기적 발상의 전환과 대응이 필요하다.

수도권 과밀 억제 정책으로 지방의 반사이익을 기대했지만, 개선은커녕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학령인구 급감으로 지방대학은 줄도산 위기다. 지금은 상황이 다소 개선됐지만 조선·자동차에서 시작된 제조업 위기는 지방을 더 궁지에 몰아넣었다.

중앙·지방정부 손잡고 지원 총력
일자리 창출 컨트롤타워 세워야

예컨대 경남 거제시 고용률은 위기 전인 2016년 64.2%에서 2018년 59.1%로 -5.1%포인트 급감했다. 국가 수준에서는 조선업 고용 충격을 다른 산업들에서 상쇄하지만, 개별 지역은 핵폭탄급 타격을 받는다. 거제뿐 아니라 전북 군산, 울산광역시, 전남 여수, 경남 창원 등은 모두 선박·자동차 산업의 고용 충격으로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됐다.

앞으로 가속할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개도국의 추격, 산업 구조조정, 경기 사이클과 같은 요인도 상수로 남아있다. 제조업 기반이 약한 농촌 지역은 인구 고령화와 청년 인구 감소로 위기에 직면해있다.

지역 회생의 실마리를 일자리 창출에서 찾으려면 첫째, 지역 일자리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각 정부 부처가 수행하는 지역 일자리 사업을 총괄 조정해 중복을 피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기능 조정이 필요하다. 지역 위기에 대응해 일본은 2014년 총리 직속 기구로 지방창생본부를 설치했다.

둘째, 고용위기 지역에 대한 선제적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고용위기가 발생한 이후에 충격을 완화하는 정책으로는 지역의 쇠락을 막을 수 없다. 지역의 고용위기 징후를 조기에 파악해 대응하는 지역 맞춤형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의 스마트 전문화 전략은 지역이 보유한 비교우위 및 잠재력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지역별 혁신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셋째, 지역 일자리 정책수립과 집행에서 지역의 참여를 강화하는 거버넌스 개선이 필요하다. 노·사·민·정협의회 등 현행 체제로는 지역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하기에 한계가 있다. 광주형 일자리, 군산형 일자리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지역의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숙의를 거쳐 양보하고 타협하는 신뢰자산의 축적이 성공 요인임을 기억해야 한다.

넷째, 사회적 합의에 기반을 둔 고용자유지역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1970년 수출자유지역제도 도입을 통해 건축법·외자도입법·무역거래법·노동법 등의 규제에서 벗어나 수출증대 효과를 톡톡히 거뒀다. 광주형 일자리에서 노사가 양보한 것을 입법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로 고용자유지역제도를 도입해 지역주도의 일자리 창출 노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지역 일자리 창출 정책의 초점은 청년에 맞춰야 한다. 청년이 떠난 지역은 활력을 잃고 쇠락할 수밖에 없다. 청년이 지역 일자리에 미래 희망을 걸고 정주할 때 지역도 회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농업·임업·어업 등의 지능화·자동화를 추진해 힘든 노동으로부터 해방해주는 것이 급선무다.

디지털 노마드 유치, 체험형 관광 활성화 등 청년층을 유인하기 위한 혁신적인 정책과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 아일랜드의 ‘발리문 청년 보장’(Ballymun Youth Guarantee) 시범 사업은 발리문 지방정부가 주도해 중앙정부보다 파격적인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덴마크는 청년 가이드센터를 중심으로 중앙정부·지방정부·교육기관·고용센터 등 유관기관이 협력해 청년의 능력과 자격 향상에 나서고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오호영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