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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6억 이하 아파트 62.7→7.6%로 줄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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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이었던 서울의 6억원 이하 아파트가 지금은 멸종위기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서울의 6억원 이하 아파트는 9만2013가구로, 10만 가구를 밑돈다. 전체 시세 조사 대상 아파트 121만2897가구의 7.6%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은 그의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2011년)에서 “6억원이 넘는 주택은 아무리 많아도 3%가 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지금은 94%가량이 6억원을 넘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말을 기준으로 해도 서울의 6억원 이하 아파트는 전체의 62.7%(78만7277가구)였다. 비중이 90%가 넘는 자치구도 강북구(98.0%), 노원구(97.8%) 등 8곳이나 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5년 새 아파트값이 다락같이 오르면서 도봉구(32.9%), 노원구(21.9%), 금천구(25.9%) 등 6곳을 제외한 다른 자치구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10% 밑으로 떨어졌다. 특히 5년 전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48.7%였던 성동구에는 단 한 가구도 남지 않았다.

6억원 이하 아파트가 크게 줄면서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19.0%(23만9073가구)에서 24.6%(29만7805가구)로 늘었고, 9억원을 초과한 아파트는 18.3%(22만9578가구)에서 67.9%(82만3079가구)로 증가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20~30대 젊은 수요층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로 유입되면서 이 구간대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올랐다”며 “6억원 이하는 여전히 대출이 용이하다 보니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출규제, 금리 인상 등으로 거래절벽이 장기화하는 가운데서도 서울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는 여전히 활발하다.

서울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 씨가 마르면서 빌라나 경기·인천 등을 선택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빌라 매매는 총 3303건으로 전체 주택 매매(5098건)의 64.8%로 2006년 이후 월별 거래량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에도 이 비중은 62.8%였다. 통계청 국내인구이동 자료를 보면 최근 1년간(2021년 5월~2022년 4월) 서울을 벗어난 이동자 수는 모두 53만728명에 달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주택 가격 등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이와 연동하는 규제를 국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현실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일시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가격을 통제하는 것보다 현실을 반영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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