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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이 반한 형사 배두나 “촬영 쫓겨 두 작품 아직 못봤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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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속보 뜨자마자 문자 드렸는데 답장은 없어서…. (웃음) 축하를 너무 많이 받으셔선지, 제가 외국에 있어서 전달이 안 된 건지 모르지만, 너무 대단하죠. 저는 오빠(송강호)랑 네 작품(‘괴물’ ‘마약왕’ 등)을 같이 했잖아요. 가장 많이 한 여배우라더군요. ‘복수는 나의 것’(2002)부터 옆에서 봐온 선배고, 얼마나 영혼을 다 바쳐서 영화를 한편 한편 만들어내는지 봤으니까요.”

지난달 폐막한 칸국제영화제에서 배두나는 영화 ‘다음 소희’(아래 사진) ‘브로커’로 동시 초청됐다. 각각 정주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두 번째 함께한 작품으로 두 영화 모두 배두나가 사회 문제를 파고드는 형사 역할을 맡았다. [사진 트윈플러스파트너스, CJ ENM]

지난달 폐막한 칸국제영화제에서 배두나는 영화 ‘다음 소희’(아래 사진) ‘브로커’로 동시 초청됐다. 각각 정주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두 번째 함께한 작품으로 두 영화 모두 배두나가 사회 문제를 파고드는 형사 역할을 맡았다. [사진 트윈플러스파트너스, CJ ENM]

배우 배두나(43)가 자신도 출연한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로 지난달 폐막한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최초 남자 배우상을 받은 송강호에 대해 “너무나 존경하는 우리나라 최고 배우”라며 “내 일처럼 기쁘다”고 축하했다.

미국 영화 ‘레벨 문’ 촬영차 현지에 머무는 배두나는 ‘브로커’ 개봉 당일(8일) 한국 취재진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올해 칸영화제에는 공식경쟁 부문의 ‘브로커’와 비평가주간 부문 폐막작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 등 그가 형사 역을 맡은 영화 2편이 동시 초청됐지만, 일정상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브로커’는 제가 한국에서 제일 늦게 볼 것 같다”는 그는 두 영화 다 완성본을 아직 못 봤다고 했다. “일단 배우한테는 촬영이 최우선”이라면서도 “이번 칸은 아쉬웠다. ‘브로커’ ‘다음 소희’가 같이 가서 저한테는 특별한 해였다. 아주 기뻤다. 근데 (칸에 참석할) 그 이틀이 안 되더라. 몇 년 전 칸영화제에 초청받았을 때도 미국 작품 ‘센스8’을 찍느라 못 갔는데, 또 못 가게 됐다”고 했다.

지난달 폐막한 칸국제영화제에서 배두나는 영화 ‘다음 소희’ ‘브로커’(위 사진)로 동시 초청됐다. 각각 정주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두 번째 함께한 작품으로 두 영화 모두 배두나가 사회 문제를 파고드는 형사 역할을 맡았다. [사진 트윈플러스파트너스, CJ ENM]

지난달 폐막한 칸국제영화제에서 배두나는 영화 ‘다음 소희’ ‘브로커’(위 사진)로 동시 초청됐다. 각각 정주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두 번째 함께한 작품으로 두 영화 모두 배두나가 사회 문제를 파고드는 형사 역할을 맡았다. [사진 트윈플러스파트너스, CJ ENM]

함께하지 못했어도, 칸영화제 내내 배두나의 존재감은 컸다. 두 초청작에서 기성세대로서 사회적 고민이 엿보이는 형사 캐릭터란 점이 돋보였다. ‘브로커’에선 아기 불법매매 일당을 추적하는 여성청소년과 경찰 수진을 맡아 생명의 소중함이라는 영화 주제를 강조했다. ‘다음 소희’에선 콜센터 현장실습 여고생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됐다.

배두나는 정주리 감독과 가정 학대 피해 아동 이야기를 그린 ‘도희야’에 이어 8년 만에 뭉쳤다. 고레에다 감독과도 일본 영화 ‘공기인형’ 주연 이후 13년 만에 재회했다. 이전 작품을 통해 배두나를 지켜본 감독들이 그를 떠올리며 직접 각본을 썼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배우이자 인간 ‘배두나’가 투영된 역할이냐고 묻자 그는 “많이 투영됐을 거라 본다”고 했다. “저도 이제 기성세대가 되면서 젊은 사람들, 나보다 어린 사람들,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제가 요즘 고르는 작품을 보면 의도한 건 아닌데 그런 쪽으로 많이 끌리고요.” 특히 정주리 감독에 대해 “제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 같다. 안 고를 수 없게 쓴다. 제가 특히 아동·청소년 문제에 많이 분노하는데, 그런 대본을 준다”고 했다.

단편 영화 ‘페르소나’(2019)로 호흡을 맞춘 아이유(본명 이지은)가 ‘브로커’의 미혼모 역 제안을 상의해오자 배두나는 “무조건 해야죠”라는 여섯 글자 문자로 답했다고 한다. “‘브로커’는 고레에다 감독님이어서 선택한 마음이 가장 크다. 2016년 트리트먼트 한장과 함께 구두로 제안을 주셨는데, 감독님이 하는 건 한 장면이라도 하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배두나 배우의 연기는 마치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며 “빈틈없고 버릴 게 없는 연기를 한다”고 했다.

패션모델로 출발한 배두나는 1999년 하이틴 드라마 ‘학교’(KBS2)의 방황하는 청춘, 영화 ‘링’ 한국판 귀신 역할로 연기에 데뷔했다. 봉준호 감독과 함께한 ‘플란다스의 개’(2000), 천만영화 ‘괴물’(2006) 등 그간 영화 20여편에 출연했고, 그중 7편이 일본 이와이 슌지, 미국 워쇼스키 자매 등 외국 감독 작품이다.

고레에다 감독과 두 번째로 함께한 ‘브로커’ 현장에선 그간 쌓은 노하우가 빛을 발했다. 배두나는 고레에다 감독이 직접 쓴 일본어 대본을 요청해, 한국말 대본과 뉘앙스를 비교하며 연기했다. “한국어 대본에서 답을 잘 못 잡아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본어 원본을 요청했어요. 일본어 원본에는 있었어요, (고레에다 감독이 직접 적은) 말줄임표가. 뉘앙스가 번역 과정에서 바뀐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어, 이 사람이 왜 이렇게 전형적인 대사를 치지’ 생각될 때, 일본어 대사를 보면서 ‘이런 뜻이 있었구나’ 알게 되니까 전형적으로 안 하게 돼요. 외국어를 조금 하는 게 저한테는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K-콘텐트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전부터 배두나는 글로벌 무대를 공략해왔다. 차기작으로 배우 김윤석과 촬영한 한국 영화 ‘바이러스’, 미국 영화 ‘레벨 문’이 기다린다. ‘레벨 문’은 할리우드 액션 영화 ‘300’ ‘저스티스 리그’ 등으로 유명한 잭 스나이더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다. 새로운 도전이다. “20대를 지나면서 역할보다 작품을 보고 고르는 것 같아요. 어떤 작품 안에 내가 있고, 내가 어떻게 쓰이는지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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