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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강한 질책 받은 교육부, 반도체학과 정원확대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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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는 과학기술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때만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그런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면 교육부가 개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에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발상의 전환과 개혁을 주문했다고 한다.

8일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전날 질책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반도체에 대한 이해와 전략적 가치’를 주제로 강연하고 윤 대통령이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한 뒤 국무위원들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공석 중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대신해 참석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인력 양성이)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때문에 힘들다”고 어려움을 표명하자 윤 대통령은 국가 미래가 달렸는데 웬 규제 타령이냐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는 국가안보 자산이자 우리 산업의 핵심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우수한 인재를 키워내는 게 핵심”이라며 “첨단산업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기존 방식으로는 안 된다. 개혁과 혁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시대 한국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면, 교육부가 인재를 키워내는 개혁의 주체가 되지 못하면 교육부가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대통령이 여러 번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른 부처와 협의해 수요를 고려해서 교육정책을 펴라는 것, 인재를 키워내는 건 생사가 걸린 문제라는 얘기를 여러 번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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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국가의 운명이 걸려 있는 역점 사업을 우리가 치고 나가지 못한다면 이런 교육부는 필요없다. 시대에 뒤처진 일을 내세운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나. 이런 교육부는 폐지돼야 한다”고 역설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질책은 4차 산업혁명 시기 반도체의 안보전략적 가치와 인재 양성의 절박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의 질책성 주문 뒤 교육부는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수도권 대학 정원을 늘리는 등 파격적인 방안을 관계부처와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장상윤 차관은 8일 오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대학에서 반도체 관련 인력을 산업계에서 원하는 만큼 키워내야 하는데 대학 규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며 규제 완화를 위한 특례 적용 방안 등을 언급했다.

학과 정원을 늘리는 데 당장의 걸림돌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이다. 1982년 제정된 이 법은 수도권 인구 집중을 막기 위해 대학 정원을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과 기업이 택한 일종의 우회로가 ‘계약학과’ 형태였다. 계약학과는 산업체가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과 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학위 과정이다. 하지만 일부 상위권 대학·기업에만 국한돼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이와 관련해 장 차관은 “(수도권) 총량규제 안에서 할 것인지, 전략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예외로 (정원을 늘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줄 것인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일단 대학 정원 내에서 학부 통폐합 등을 통해 정원을 확보하고 반도체학과와 같은 첨단학과 개설 시 재정 지원을 하거나 대학 규제를 완화해 주는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계약학과를 설치할 수 있는 대학과 학생 정원을 더 늘려주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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