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문재인 개혁실패, 검찰 더 키웠다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대통령이 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검찰 출신 인사 편중 우려 등과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6.8/뉴스1

대통령이 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검찰 출신 인사 편중 우려 등과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6.8/뉴스1

1. 검찰이 계속 핫이슈입니다. 한동훈 법무부가 8일 검찰의 수사기능을 되살리는 조직개편안을 내놓았습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추미애ㆍ박범계 법무부장관이 검찰의 직접수사기능을 축소하기위해 만들었던 조직을 이전상태로 되돌리는 내용입니다. 추미애ㆍ박범계는 검찰조직 대부분을 차지하는 형사부의 직접수사 기능을 없앴습니다.

2. 검찰의 조직개편은 대통령령으로 가능합니다.
법무부가 안을 만들어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면 실행됩니다. 중앙지검에 반부패수사부(과거 특수부)가 살아나고, 지역 검찰청별로 전문부(조세범죄수사부 식품의약범죄수사부 국제범죄수사부 등)도 생깁니다. 요란스럽게 밀어붙였던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정권 바뀌자 순식간에 원위치가 됐습니다.
물론 법(검찰청법 형사소송법)을 바꿔야 하는 사항(검경 수사권조정)은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하기에..민주당이 다수인 현상황에선 바꾸기 어렵습니다만..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이전으로 거의 다 돌아간 느낌입니다.

3.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도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습니다.
Q 대통령의 인재풀 자체가 너무 작은 거 아닙니까.
(검사 외 다른 분야 인재는 없나.)
A 과거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아주 도배하지 않았습니까. 미국 같은 나라 보면 ‘거버먼트 어토니 (Government attorney. 변호사출신 공무원)’경험 가진 분들이 정관계 폭넓게 진출하고 있어..그게 법치국가 아니겠습니까.
(문재인 정부 민변 출신 편중이 심각한 문제였다. 현정부의 검사 중용은 법치국가에 맞는 선택이다.)

4. 윤석열의 출근길 즉석문답은 직설적이고 솔직합니다. 그래서 다소 부적절하고 부정확합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민변 출신 변호사들을 과다하게 중용해 이념적 편향성ㆍ편협성을 보인 것은 당연히 문제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윤석열 정부의 검사편중 인사가 면책되는 건 아닙니다.
미국의 경우 다양한 경험ㆍ경력의 변호사들이 각종 정부기관에서 활약하는 것은 사실이지만..이들을 수사전문가인 한국의 검사와 직접비교하는 건 부정확합니다.

5. 윤핵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8일 ‘검찰출신 금융감독원장 임명’을 옹호했습니다.
‘지난 라임ㆍ옵티머스 펀드사태 당시 금감원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예방도 못했고 사후조사도 부실했다.’
라임ㆍ옵티머스는 대형사기사건인데..문재인 청와대 관계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이어졌고, 추미애 법무장관이 수사팀을 해체하는 등 수사방해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니 ‘진상을 파헤치기위해 금융수사 전문가(이복현 금감원장)를 임명한 건 적재적소’라는 권성동의 주장은 일리가 있습니다.

6. 결과적으로..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실패가 검찰을 더 키워버린 꼴이 되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조직개편(직접수사기능 축소)은 ‘민생을 위해 수사력을 강화한다’는 한동훈의 주장에 뒤집어지게 생겼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민변 폐해는 윤석열의 검찰중용 핑계가 됐습니다. 논리적으로 맞지않지만 지지자들의 감성엔 맞습니다.
라임ㆍ옵티머스 사건이 권력형 비리라는 의심이 풀리지 않는 상황이기에 이복현 금감원장에 거는 기대도 상당합니다.

7. 결론적으로..검찰은 막강하고 검찰개혁은 지난합니다.
문재인 정부 관계자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겁니다. 정권초 적폐청산 과정에선 애완견처럼 부렸는데 알고보니 길들여지지 않는 맹견이었습니다. 갑자기 말 안듣는다고 두드려패는 졸속개혁이 맹견을 더 사납게 만들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길 바랍니다. 또다시 검찰개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칼럼니스트〉
2022.06.08.

오병상의 코멘터리

오병상의 코멘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