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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어린이 100명 '폭탄조끼' 훈련…IS고위직 오른 美여성 과거

중앙일보

입력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 AP=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 AP=연합뉴스

전원 여성들로만 편성된 AK-47 소총 대대를 지휘하며 여성과 어린이 100여명에게 소총·수류탄·폭탄조끼 사용법을 훈련 시켰던 이슬람국가(IS) 고위급 테러리스트가 미국에서 재판을 받고있다. 그의 정체는 40대 미국인 여성. 평범한 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였던 그는 이슬람 급진주의에 빠지며 IS의 테러리스트가 됐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시리아에서 여성과 아동들에게 군사훈련을 시킨 혐의로 미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앨리슨 플루크-에크렌(42)이 법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교사이자 두 아이 엄마였지만, 이슬람 급진주의에 빠져 IS의 고위급 테러리스트가 된 미국여성 앨리슨 플루크-에크렌. AP=연합뉴스

교사이자 두 아이 엄마였지만, 이슬람 급진주의에 빠져 IS의 고위급 테러리스트가 된 미국여성 앨리슨 플루크-에크렌. AP=연합뉴스

검찰 조사와 지인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플루크-에크렌은 10대 시절 두 아이를 낳았지만, 첫 결혼에 실패했다. 그 후 캔자스 이슬람 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가 캔자스대를 다니던 터키 출신 유학생인 볼칸 에크렌과 만나 결혼에 이른다. 두 사람은 5명의 아이를 낳았고, 2008년 이집트 카이로로 이주했다.

당시만 해도 부러울 것 없어 보였던 그들의 생활은 2011년 리비아로 이주한 후 급변했다. 부부는 2012년 테러 조직인 안사르 알샤리아에 벵가지 테러 작전을 위한 정보를 정리해주며 조직의 활동을 도왔다. 벵가지 테러로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 등 4명의 미국인이 숨졌다.

이후 남편 에크렌은 시리아에서 IS 저격수를 훈련하는 일을 했고, 2015년부터는 플루크-에크렌도 이라크 모술에서 전투로 남편을 잃은 여성들을 관리하며 IS에 적극 가담한다. 플루크-에크렌은 남편이 시리아에서 공습으로 숨지자, 방글라데시 출신의 IS 테러리스트와 재혼했다. 그리고 이 남성마저 숨지자 또 다른 IS 테러리스트와 결혼하는 등 2019년까지 5번의 결혼을 한다.

현지 검찰 조사결과 플루크-에크렌은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을 계획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IS 우두머리였던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승인까지 받았지만, 알바그다디가 미군의 기습으로 사망하면서 미 본토에 대한 공격은 무산됐다.

201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어린이들에게 소총·수류탄 등 무기 사용법을 훈련하는 부대를 지휘한다. 당시 5~6세로 추정되는 그의 딸이 집에서 기관총을 들고 있는 것을 봤다는 증언도 나온다. 이듬해 플루크-에크렌의 딸이 미국으로 탈출했다. 그는 미국에 있는 가족에게 자신이 죽었다고 속였지만, 2021년 다섯번째 남편과 헤어진 뒤 시리아 경찰에 자수하며 덜미를 잡혔다.

전문가들은 IS 최고 여성 지도자가 미국에서 기소된 첫 사례로, 최대 20년의 징역형이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직 미 연방수사국(FBI) 대테러요원 하베드 알리는 "과거에도 남편을 따라 이라크나 시리아로 간 여성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대체로 막후 역할에 머물렀다"면서 "플루크-에크렌은 이와는 아주 다른 사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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