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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의 마이웨이… '檢檢檢 인사' 비판에 “그게 법치국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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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법치국가 아니겠습니까.”

 8일 오전 9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입구 앞. 출근하던 윤석열 대통령은 새 정부의 검찰 쏠림 인선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기자들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과거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 미국 같은 선진국일수록 거버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검사 등 정부 소속 법조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면서 덧붙인 말이었다. 검찰 출신을 잇달아 정부 요직에 임명한 데 이어 전날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는 이복현 전 검사를 금융감독원장에 앉혀 비판이 더욱 커지자 미국을 롤모델로 들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당시 민변 등 시민단체 출신을 중용하다 비판받았던 사실도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6.8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스1 오대일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6.8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뉴스1 오대일

 정치권 등에서 당장 '법조인들이 공직에 많이 진출하는게 법치주의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변호사 경력을 가진 사람 중에 미국 정부 내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인 지난해 12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검찰 출신 인사가 다수 포진해 집권 시 검찰 공화국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미국 하원도 법조인 출신이 75%로 안다”라고 말했다가 뒤늦게 캠프 대변인을 통해 “약 33%”라고 수정하기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검찰 출신인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대해선 “경제학과 회계학을 전공한 사람이고, 오랜 세월에 금융수사 활동 과정에서 금감원과의 협업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며 “금융감독규제나 시장조사에 대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저는 아주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금감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경우에는 규제기관이고 적법절차와 법적 기준을 가지고 예측 가능하게 일을 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법 집행을 다룬 사람들이 가서 역량을 발휘하기에 아주 적절한 자리라고 저는 늘 생각을 해왔다”고 말했다.

전날 출근길에서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재를 쓰는 게 우리 인사 원칙”이라고 주장했던 윤 대통령이 비오듯 쏟아지는 언론과 야당의 '검찰공화국'질타를 재차 받아친 모양새였다. 그러자 정치권 등에선 "검찰 관련 문제에 있어서는 윤 대통령이 조금도 고집을 꺾지 않는 마이웨이식 행보를 보인다"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검찰출신 인사 편중은 대통령실 요직과 정부의 인사 라인 장악 등을 총체적으로 문제삼는 것인데, 윤 대통령은 '이복현 금감원장 문제'로 범위를 좁혀서 해명했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유력 거론됐던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후보군에서 제외되는 등 '톤 조절'의 분위기도 없지는 않다. 이날 윤 대통령은 ‘검찰 편중 인사라는 지적으로 공정거래위원장 후보군에서 제외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웃으면서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 발언 취지는 강 교수가 검찰 출신이기 때문에 후보군에 올랐다거나 제외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강 교수는 현재 후보군에서 제외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검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 ‘카풀 통근 인연’이 있는 강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될 경우 검찰공화국 논란이 더 거세질 것은 불보듯한 상황이었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6.7/뉴스1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6.7/뉴스1

 야당은 특히 윤 대통령의 ‘민변 도배’ 발언을 겨냥하며 발끈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민변 얘기를 하는데 민변이 국가기관인가 권력기관인가. 말 그대로 사회단체 아닌가”라며 “본인이 다르게 하면 되는 것이지 ‘전 정부가 이렇게 했으니 나도 할래’라고 하는 것은 얼마나 1차원적 접근인가”라고 지적했다.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금감원은 금융기관 전체를 감독하고 막중한 영향력이 있는 기관인데 이렇게 검찰 출신 인사가 들어간다는 게 맞지 않는다”면서 “금융 전문가로서, 고쳐야 할 금융 관행에 대한 전문 지식과 금융 개혁에 소신 있는 분이 하셔야 하는데, 전 부장검사가 갔다고 하는 것은 시장과 금융계에 주는 메시지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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