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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尹, 직접 반도체 '포토마스크' 들었다…"현장 가라는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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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 마스크(레티클)를 들어 보인 데 대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실무를 알고 현장에 가보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과 국무위원을 대상으로 ‘반도체 이해 및 전략적 가치’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윤 대통령 “반도체는 인재가 핵심”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보고 있다. 왼쪽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보고 있다. 왼쪽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 대통령실]

이종호 장관은 8일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강연에서 가장 강조한 내용은 ‘반도체 인재 양성이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반도체 산업은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 것과도 맞닿아 있다.

이 장관은 20여 분간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전략 자산으로서 반도체의 가치, 외교 관계의 중요성 등에 대해 설명했다고 한다. 이날 특강을 들은 한 참석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 장관이 30여 쪽에 이르는 프레젠테이션(PPT) 자료를 직접 준비한 것으로 안다”며 “국내에서 반도체로 가장 학식이 뛰어난 이 장관의 강연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보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보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포토 마스크는 이 장관의 교육용 자료

이날 윤 대통령이 들고 있던 반도체 포토 마스크(레티클)도 눈길을 끌었다. 레티클은 반도체 포토 공정에 쓰인다. 반도체 집적회로 설계는 물리적인 층을 여러 개 쌓인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그 층 하나하나가 마스크 한 장씩으로 만들어진다. 각기 다른 정보를 가진 마스크 여러 장을 웨이퍼에 전사하는 방식으로 공정이 진행된다.

이 장관은 이날 특강에서 300㎜ 웨이퍼를 비롯한 여러 장의 웨이퍼와 포토 마스크를 선보였다. 이는 이 장관이 교수 시절 대학(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때 쓰던 자료다. 이 장관은 “대형 웨이퍼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 시절 기업에서 교육용 자료로 제공 받은 것”이라고 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 장관이 이번 강의를 준비하며 지난주 직접 연구소에 들러 챙겨 왔다”고 소개했다.

이 장관은 이렇게 직접 실물 자료를 선보인 것에 대해 “(국무위원들이) 반도체 공정이 무엇인지 일부라도 실물로 보고 알아야 이해가 수월할 것이란 생각에서”라고 답했다.

尹 “인재 시급한데 규제 타령” 질책 

강연 후에는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토론에 나섰다. 장관이 공석인 교육부 측에서 장상윤 차관의 발언이 이어졌다고 한다.

특히 반도체 인재 양성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질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인력 양성이) 수도권대학 정원 규제 때문에 힘들다”고 어려움을 표명하자, 윤 대통령은 국가 미래가 달려 있는데 무슨 규제 타령이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교육부의 첫 번째 임무는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 공급”이라고 교육부를 콕 집어 변화를 주문했다. 실제로 국내 반도체 업계는 핵심 인재 부족에 애를 태우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대학 반도체 전공 인력은 매년 평균 450명, 석·박사 과정에서 반도체를 전공한 졸업생은 평균 60명으로 모두 합해 한 해 510명 수준이다. 반면 2020년 ‘산업기술인력 수급실태 조사보고서’는 반도체 산업의 부족 인원을 1579명으로 집계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에 대한 이해와 전략적 가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에 대한 이해와 전략적 가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현장선 1600명 부족한데 500명 공급

최근 반도체 업계와 주요 대학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를 만들고 있는 추세다. 과기정통부도 뒤늦게 지난달 반도체 인력양성 간담회를 통해 한국과학기술원을 포함한 4대 과학기술원에 계약학과를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학사 졸업생 100여 명, 석·박사급 인재를 5년 내 500명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반도체 교사’로 불린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찾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당시에도 이 교수는 윤 대통령에게 반도체 초격차 전략과 인재 양성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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