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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S의 공포'…美옐런 "인플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직면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7일(현지시각)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이같이 발언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는 표현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미국 정부 당국자의 언급 중 가장 강한 수준의 표현이다. 세계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가운데 인플레 압력이 커지며 '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옐런 "인플레,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 

옐런 장관은 “우리가 거대한 인플레이션 압박에 직면해 있고, 인플레이션이 현시점에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문제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옐런은 이날 다시 한번 과거 자신의 ‘오판’을 반성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옐런은 물가 상승률이 8%를 넘길 때까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동기대비)은 8%를 넘어서며 40년만의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오는 10일 발표될 5월 CPI도 8%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코로나19 변이가 이어지고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을 예측하지 못했다”며 “‘일시적’보다 더 나은 표현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의 원인이 반도체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옐런 장관은 “미국 인플레이션에서 3분의 1가량은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차량 공급으로 야기됐다”며 “많은 나라가 반도체 생산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생산 역량 증대에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옐런은 “반도체는 경제적 측면에서뿐 아니라 국가 안보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은행 올해 성장률 4.1%→2.9%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 경제 사령탑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이 날 세계은행(WB)은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크게 낮췄다. 세계 경제에 다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상승)’ 우려가 짙어졌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세계은행은 이날 발표한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가 2.9%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지난해 예상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5.7%)와 비교하면 격차가 상당하다. 지난 1월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4.1%)와 비교해도 대폭 하향 조정됐다.

특히 미국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5%로, 기존 전망치보다 1.2% 포인트 낮아졌다. 유로 권역도 기존 전망치보다 1.7%포인트 낮춘 2.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보다 0.8%포인트 낮춘 4.3%, 인도는 1.2%포인트 하락한 7.5%로 각각 전망됐다. 러시아는 당초 전망보다 11.3%포인트 떨어진 8.9% 역성장을 예상했다.

데이비드 멜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공급망 붕괴,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성장을 해치고 있다"며 "많은 국가에서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1970년 오일쇼크 당시처럼 저성장 속에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이는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에 일련의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세계은행은 “공급 측면의 교란, 성장 약화 전망,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중앙은행들의 통화 긴축 등 신흥국들이 직면한 상황은 1970년대와 분명한 유사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 달러의 강세와 주요 금융기관의 양호한 대차대조표 등은 당시와의 차이점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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