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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포켓몬 붐?" 어린이날 KFC랑 손잡은 고라파덕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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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은 중국의 어린이날이다. 중국 KFC는 올해 어린이날에 맞춰 인기 IP인 포켓몬스터와 협업을 진행했다. 지난 21일, KFC는 59~109위안(약 1만 1000원~2만 원) 상당의 ‘6·1 어린이날 기념 포켓몬 세트’를 출시했다. 행사 기간 포켓몬 세트를 구매한 소비자는 ‘고라파덕 오르골’, ‘피카츄 오르골’, ‘피카츄 물통’ 중 하나를 랜덤으로 증정받는다.

6·1 어린이날 기념 포켓몬 세트 [사진 kfc]

6·1 어린이날 기념 포켓몬 세트 [사진 kfc]

해당 패키지는 한국의 SPC 삼립이 재출시한 ‘포켓몬 빵’ 못지않게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중국 각지의 KFC 매장에선 판매 첫날부터 오픈런과 품절이 이어졌고, 셴위(闲鱼)등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증정 완구 하나당 거래가가 2000위안(약 37만 5000원)까지 뛰기도 했다.

포켓몬 세트의 랜덤 증정 완구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건 ‘고라파덕 오르골’이다. ‘고라파덕 오르골’은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고라파덕 특유의 뚱한 표정, 귀여운 몸동작으로 중국 온라인을 휩쓸고 있다. 음악에 맞춰 두 팔을 위아래로 흔드는 고라파덕을 따라 하거나, 양손에 원하는 글자를 붙여 청기 백기 게임처럼 노는 영상 등은 각종 SNS에서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했다.

고라파덕 오르골 열풍 [사진 중국 SNS 갈무리]

고라파덕 오르골 열풍 [사진 중국 SNS 갈무리]

열기가 과열되자 중국 온라인 거래 플랫폼에선 이른바 ‘대신 먹어주기(代吃)’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이는 구매자가 돈을 지불하면 판매자가 KFC 포켓몬 세트의 음식을 대신 먹어주고, 안에든 증정 완구만 따로 구매자에게 보내주는 서비스다.

오픈런, 품절, 가격 폭등에 이어 대신 먹어주기까지…중국인들은 왜 이렇게 고라파덕 오르골에 열광할까?

중국 경제학자 쑹칭후이(宋清辉)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고라파덕 오르골의 성공은 2차 창작이 가능한 '강한 상호작용성’에 있다"고 말했다. 앞서 소개했듯이 이번에 출시된 고라파덕 오르골은 다양한 놀이법으로 재치 있는 콘텐트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전문 크리에이터는 물론이고 일반인들까지 고라파덕 오르골 UCG(User Generated Contents) 창작에 가세하고 있다. 이들의 손에서 자발적으로 탄생한 UCG는 틱톡, 웨이보, 샤오훙슈 등 각종 SNS를 통해 광범위하게 퍼져 나가고, 홍보 효과 및 다른 이들의 소유 욕구를 한층 더 강화한다.

현재까지 샤오훙슈에 올라온 '고라파덕' 관련 게시글은 1만 건을 넘겼으며, 웨이보에서도 '고라파덕' 관련 키워드가 여러 차례 인기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인기 IP 앞세운 굿즈 마케팅, 이번이 처음 아냐

한편, KFC가 중국에서 인기 IP와 협업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KFC는 매년 특정 기념일에 맞춰 인기 IP를 앞세운 다채로운 마케팅을 펼쳤다. 올 1월, KFC는 중국 피규어 전문 업체인 팝마트(泡泡玛特)와 공동으로 '디무(Dimoo) 랜덤 박스 세트'를 출시했다. 해당 세트는 출시 당시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지금과 유사한 난맥상을 초래했다.

'디무(Dimoo) 랜덤박스 세트' [사진 photo.sina.com.cn]

'디무(Dimoo) 랜덤박스 세트' [사진 photo.sina.com.cn]

한 소비자는 본인이 원하는 피규어를 얻기 위해 한 번에 랜덤 박스 세트 106개를 주문하고, 음식값으로 10494위안(약 196만 5200원)을 지급했다. 해당 사연이 화제가 되자, 중국소비자협회(中国消费者协会)는 KFC를 저격해 과도한 식품 낭비를 유도한다고 비판했다.

그런데도 KFC가 여전히 굿즈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성장 둔화를 극복하고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30년이 넘은 KFC는, 작년 말 기준 중국 전역에 8100여 곳의 매장을 운영하는 대표 서양식 패스트푸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일찍이 KFC는 중국인들을 사로잡기 위해 라오베이징스낵랩(老北京鸡肉卷)과 조찬죽(早餐粥), 안심유탸오(安心油条)등 다양한 현지화 제품을 출시했고, 중국 소비자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KFC는 원가 상승 압박과 업계 경쟁 심화 등 다양한 요인 탓에 중국 시장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2020년, KFC의 매출은 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으며, 순이익 역시 하락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실적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KFC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고, 같은 기간 매장 이익률 역시 4.7% 감소했다.

KFC의 위기는 코로나 19로 인한 매출 타격과 원가 상승 압박 탓도 크지만, 눈 여겨봐야 할 것은 중국인의 소비습관 변화와 중국식 패스트푸드의 급부상이다.

최근 몇 년간 소득이 증가한 중국인들이 '건강'을 중시하면서 패스트푸드의 성장 동력은 둔화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식 패스트푸드 브랜드가 빠르게 치고 올라오며, KFC를 비롯한 서양식 패스트푸드 브랜드는 더욱더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일례로 2019년 중국 전체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서양식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율은 25.5%에 불과했다. 반면, 중국식 브랜드의 점유율은 70.7%에 달했다.

상황이 이러자 KFC는 패스트푸드의 주 소비층인 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인기 IP를 앞세운 굿즈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고라파덕 오르골 열풍’으로 증명되듯 일정 부분 효과를 보고 있다.

中 현지에 내려진 ‘헝거 마케팅’ 주의보  

그러나 열기가 과해지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 런민즈쉰(人民资讯)을 필두로 현지에선 연이어 기업의 과도한 ‘헝거 마케팅*’을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헝거 마케팅(Hunger marketing ·饥饿营销): 제품을 한정된 물량이나 한정된 가격으로 팔아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 갖고 싶은 물건이 없다고 하면 더욱더 갖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활용한다.  

런민즈쉰은 지난해 4월 29일부터 시행된 ‘반식품낭비법’을 거론하며 요식업자는 식품을 낭비하는 소비자에게 주의를 시키고, 소비자는 일시적 유행에 따른 충동구매와 식품 낭비를 지양해야 한다고 전했다.

베이징칭녠바오(北京靑年報) 역시 연초에 출시된 ‘디무 랜덤 박스 세트’와 ‘6·1 어린이날 기념 포켓몬 세트’ 모두 비이성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헝거 마케팅'에 해당하는 소지가 있다며, 유명 외식업체인 KFC가 앞장서서 소비자들의 적당한 음식 주문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KFC를 바라보는 현지의 눈초리가 매서워지고 있는 가운데, KFC가 중국 당국의 눈 밖에 나지 않고 IP 마케팅으로 성장 동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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