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은행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세계 경제성장률 2.9%, 지난해 반토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데이비드 말패스 세계은행 총재.[로이터=연합뉴스]

데이비드 말패스 세계은행 총재.[로이터=연합뉴스]

세계 경제가 1970년대식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세계은행은 7일(현지시간) 경제 성장은 저조한 가운데 물가는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50년 만에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미국, 5개월 만에 올해 성장률 3.7%→2.5% #중국 4.3% 성장 전망…1990년 이후 최악

전염병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계 교역과 공급망을 흔들고 유가와 식료품 등 물가를 끌어올리며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여파는 10년 가까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개도국과 신흥국이 먼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은행은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2.9%로 전망했다. 지난 1월 발표한 전망치 4.1%에서 큰 폭으로 깎은 것이다. 지난해 성장률 5.7%의 절반 수준이다. 세계은행은 "세계 대부분 지역에 대한 투자 부진으로 10년 내내 경제 성장세가 가라앉을 것"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 장기화를 전망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데이비드 말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되면 향후 2년간 세계 경제 성장률은은 "제로에 가깝게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말패스 총재는 "세계 경제가 미약한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는 시기로 접어들 수 있다"면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스태크플레이션 위험이 상당하고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에 불안정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많은 나라에서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닥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문제를 가중했고, 최근 중국이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봉쇄된 상황이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개발도상국의 금융부담이 커지고,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이 막히며, 중국이 다시 대규모 봉쇄에 나설 경우 올해 성장률은 2.1%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세계은행은 전망했다. 이 경우 내년 성장률은 3.0%에서 1.5%까지 내려갈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침체(Stagnation)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조어로 성장은 정체된 상황에서 물가는 지속해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197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 이후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다.

세계은행은 각국이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을 푼 데다 공급망 교란으로 물가 상승이 나타났고, 성장 전망이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 정책을 펴면서 개발도상국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는 현상은 1970년대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970년대와 달리 지금은 달러가 강세이고, 물가 상승 폭은 더 적으며, 금융기관의 재정 건전성이 더 잘 관리되고 있으며, 개도국의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에 대한 권한을 가진 점은 다르다고 분석했다.

세계은행은 올해 미국 성장률을 지난 1월 3.7% 전망치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은 성장률 전망치 4.3%로 정부의 성장 목표에 못 미친다. 1990년 이후 최악의 성장률 전망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