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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적자에도 '경상'흑자는 왜? 4월엔 경상적자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최근 잇단 무역적자에도 경상수지는 여전히 흑자를 내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수출입액을 집계하는 방식이 달라 차이가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다만 전문가는 무역적자 상황이 길어지면, 흑자를 유지하는 경상수지도 결국 손해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무역적자에도 경상수지는 흑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누적 무역수지는 36억2875만 달러 적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누적 경상수지는 150억 6400만 달러 흑자(상품수지는 104억300만 달러 흑자)였다. 특히 1월 무역수지는 47억4164만 달러 적자로 역대 최대 적자 폭을 기록했지만, 1월 경상수지는 되려 19억1500만 달러 흑자(상품수지는 8억2000만 달러 흑자)였다.

경상수지는 외국과 재화·서비스를 사고파는 경상거래를 집계한 것이다. 상품수지·서비스수지·본원소득수지 및 이전소득수지로 구성한다. 특히 이 중 재화의 수출입 격차를 나타내는 상품수지는 무역수지와 큰 틀에서 같은 개념이다. 하지만 최종 집계한 두 지표는 액수에서 차이를 보였다. 1~3월 누적 상품수지는 104억300만 달러 흑자, 1월 상품수지는 8억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1월 무역수지와 상품수지는 수입액에서 큰 차이가 났다. 정부(무역수지)는 지난 1월 수입액(601억9078만 달러)이 6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수출액(554억4914만 달러)을 큰 폭으로 앞질렀다고 했다. 반면 한은(상품수지)은 1월 수입액(554억6100만 달러)이 500억 달러 중반대에 그치며 자체 집계한 수출액(562억8100만 달러)을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경상수지에서는 운임비 빠져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화물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화물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비슷한 목적으로 집계한 두 지표의 수치가 다른 이유는 집계 방식의 차이다. 우선 수출입 가격의 평가 방식이 다르다. 수출입 가격은 운임과 보험료를 수입업자가 부담하는 본선인도조건(FOB: Free On Board)과 운임과 보험료를 처음부터 수출업자가 모두 부담하는 운임·보험료포함조건(CIF: Cost, Insurance and Freight) 두 가지가 있다.

관세청이 발표하는 무역수지는 수출액은 FOB 방식으로 집계하지만 수입액은 CIF 방식으로 계산한다. 이럴 경우 수출액에서는 운임·보험료가 빠지지만, 수입액에서는 이런 비용이 들어간다. 반면 한은이 집계하는 상품수지는 수출입액 모두 FOB 방식으로 집계한다. 한은 집계에서는 수입액에서 운임·보험료가 빠지기 때문에 무역수지의 수입액보다 적게 잡힌다.

가공 무역 원자재 수입액도 포함 안 해

수출입액을 계산하는 시점과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무역수지는 실제 상품이 세관 당국에 신고한 시점이 기준이다. 하지만 상품수지는 소유권을 이전을 기준으로 한다. 예를 들어 국내 조선사가 수주해도 실제 배를 건조해 인도할 때까지는 무역수지에 잡히지 않는다. 반면 상품수지에서는 건조 진행 과정에서 선박 대금을 일부 받았다면 그 금액을 바로 수출액으로 계산한다.

이런 방식 차이 때문에 상품수지는 무역수지에서는 잡히지 않는 중계무역이나 가공무역까지도 좀 더 섬세하게 지표로 나타낸다. 특히 외국 기업이 국내에 공장을 두고 상품을 생산하고자 원자재를 국내로 들여오면, 무역수지는 외국에서 국내로 재화가 들어왔기 때문에 수입액으로 계산한다. 하지만 상품수지는 같은 외국 기업 내에서 거래이기 때문에 소유권이 이전된 것이 아니라고 보고 수입액으로 집계하지 않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무역수지에서는 상품수지와 달리 운임·보험료가 수입액으로 잡히는 데다, 가공무역으로 들여오는 원자재까지 포함하면서 액수가 더 커진다”면서 “이 때문에 상품수지에서 흑자를 보더라도 무역수지에서는 적자가 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경상수지는 재화 거래만 집계하는 무역수지와 달리 서비스와 배당·이자·임금 및 거래까지 모두 집계한다. 물론 전체 경상수지에서 상품수지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지만, 서비스 등 다른 거래액도 집계하기 때문에 단순히 무역 거래가 좋지 않다고 전체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지는 않는다.

“무역적자 결국 악영향”…4월 적자 가능성

최근 무역적자는 경상수지 적자로까지 이어지진 않는다. 그러나 지금 같은 무역적자 상황이 길어진다면 경상수지도 결국 손해로 돌아설 수 있다. 특히 국내기업 배당이 있었던 4월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배당금을 해외로 많이 가지고 나가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내는 ‘쌍둥이 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3일 경제관계차관회의에서 “(경상수지가) 매년 4월 외국인 배당 지급이 집중되는 데 따른 일시적 요인으로 다소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방 차관은 “5월에는 다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으로 주요기관들은 500억 달러 수준 흑자를 전망하고 있다”며 비관적 전망에 대해서는 일단 선을 그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집계 방식과 범위의 차이로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일 순 있다”면서 “하지만 무역적자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은 경상수지 흑자와 상관없이 대외 경제 환경이 그만큼 나쁘다는 의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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