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금융감독원장까지 검사 출신…적재적소 맞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 사진은 이복현 원장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이던 2020년 9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뉴스1]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 사진은 이복현 원장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이던 2020년 9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뉴스1]

편중 인사 비판에도 이복현 전 검사 임명

유능한 인물 쓴다지만 독립성·전문성 논란

1999년 금융감독원이 설립된 이래 원장 14명 중 13명은 경제관료 출신이거나 관련 전문가였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자리여서다. 유일한 예외가 문재인 정부 때 시민단체 출신 김기식 원장이었는데, 보름 만에 낙마했다.

어제 금감원장으로 특수통 검사인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방검찰청 부장검사가 임명됐다. 초유의 검찰 출신 금감원장이다. 이 원장이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공인회계사란 점에서 여느 검사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 비자금 사건이나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 등의 수사 참여에서 보듯 기업과 금융을 ‘범죄’란 프리즘으로 바라봤던 사람이다. 그간 봐주기 논란을 빚은 라임·옵티머스 사건 재수사와 각종 금융범죄 수사를 원활히 지원할 순 있겠으나 금감원의 업무는 그보다 훨씬 복잡다단하다. 금융위에선 “금융회사의 준법 경영 환경을 조성하고, 금융소비자 보호 등 당면한 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적임자로 평가됐다”고 했으나 과연 적임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제계에선 특수통 검찰에 대해 “누구나 잡아들일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이번 인사로 금융권의 자율과 창의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더 우려되는 건 윤석열 정부의 검찰 편중 인사다. 윤 대통령은 인사·정보가 모이는 요충지에 검찰 출신들을 배치해 왔다. 법무부 장·차관은 그렇다 쳐도 국정원 기조실장, 국무총리 비서실장, 법제처장, 대통령실 공직기강·법률·총무·인사비서관까지 ‘윤석열 검찰 라인’으로 채웠다.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거명되는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윤 대통령의 동료 검사 출신이다.

야권에서 “윤석열 검찰 라인이 검찰공화국을 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죽하면 여권에서도 “지나치다”고 하겠는가. 윤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과 달리 대통령으로서 준비 기간이 짧아 핵심 그룹과 인재풀을 확장할 틈이 없었던 점은 이해한다. 평생 검사였으니 믿을 만한 사람들 대부분이 검찰 출신인 것도 현실이다. 윤 대통령은 어제 “우리 인사 원칙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독립성과 전문성이 필요한 기관까지 검찰 출신을 줄줄이 앉히는 건 지나치다.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맞지 않고, 검사 출신이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금감원장을 잘 해낼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유능의 기준이 무엇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

검찰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까지 감안하면 끼리끼리의 ‘집단사고’ 위험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검찰 편중 인사’란 비판이 집중적으로 제기되는 와중에도 또 검찰 출신을 발탁한 건 오만해 보이기까지 한다. 세상에는 검사 말고도 유능한 사람이 많다. 자리에 걸맞은 유능한 인재를 찾는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