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양호의 여정은 멈췄지만 그가 찍은 순간은 영원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7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조양호 회장 3주기 흉상제막식. 왼쪽부터 오치남 일우재단 이사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조현민 한진 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문희상 전 국회의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손경식 경총 회장,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 강정현 기자

7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조양호 회장 3주기 흉상제막식. 왼쪽부터 오치남 일우재단 이사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조현민 한진 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문희상 전 국회의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손경식 경총 회장,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 강정현 기자

2019년 5월 3일.

고(故) 조양호(1949~2019) 한진그룹 회장의 여권에 남겨진 마지막 출입국 기록이 선명했다. 조 회장은 그해 4월 미국에서 별세했다. 출입국 도장의 유효기간을 한 달 정도 앞두고 지병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조 회장의 비행은 멈췄지만 그가 남긴 사진의 세상 여정은 다시 시작됐다.

대한항공은 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대한항공빌딩에서 조 전 회장의 추모 사진전을 열었다. 조 전 회장이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생전에 사용하던 카메라와 촬영 노트, 여권이 같은 공간에 전시됐다. 전시회와 별도로 조양호 선대회장 흉상 제막 행사도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종찬 전 국정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문희상 전 국회의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 등이 참석했다.

7일 서울 대한항공 본사에서 진행 중인 한진그룹 고(故) 조양호 회장 추모 사진전 ‘하늘에서 길을 걷다 하늘, 나의 길’을 찾은 관람객이 사진을 보고 있다. 행사는 27일까지 진행된다. [뉴스1]

7일 서울 대한항공 본사에서 진행 중인 한진그룹 고(故) 조양호 회장 추모 사진전 ‘하늘에서 길을 걷다 하늘, 나의 길’을 찾은 관람객이 사진을 보고 있다. 행사는 27일까지 진행된다. [뉴스1]

조 회장의 사진 사랑은 전시장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다양한 작품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건 2002년부터 2019년까지 직접 제작한 달력이었다. 달력에는 조 회장이 국내·외 곳곳에서 직접 찍은 풍경 사진이 담겼다. 2019년 달력은 그의 유작이 됐다. 그해 달력에는 네팔 히말라야 산맥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의 풍경을 담았다. 조 회장은 해외 출장길에 올라서도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는데 히말라야 산맥을 담은 사진은 여객기 창문에 렌즈를 대고 촬영한 것이다.

조 회장이 사진에 빠진 건 중학교 무렵 부친에게 카메라를 선물 받으면서부터다. 조 회장은 평소 “길 위에서 접하게 되는 풍경을 카메라가 담는 순간 무심한 자연도, 평범한 일상의 풍경도 보석 같은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출장길에 담은 사진을 담아 만든 달력을 국내·외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조 회장에게 카메라와 여행은 업무의 연장선이었다. 조 회장은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주요국 취항지를 돌며 새로운 노선을 개설할만한 곳인지 발품을 팔아 확인했다. 세계 곳곳에서 렌즈에 담은 사진은 그가 남긴 일의 기록이자 삶의 흔적이다. 베트남 하롱베이, 터키 이스탄불, 중국 황산 등은 조 회장이 시장 잠재력을 간파하고 항공노선을 개발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남아있다. 이는 관점을 바꿔 기업 혁신을 이끄는 대한항공의 앵글 경영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부친의 각별했던 사진 사랑을 회고했다. 조 회장은 “아버님과 함께 출장길에 나서던 그때가 생각이 난다”며 “바쁜 와중에도 카메라를 챙겨 같은 풍경을 각자 다른 앵글로 담아내고, 서로의 사진을 보며 속 깊은 대화를 나눴던 일들 하나하나가 아직도 기억 속에 선연하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