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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성희롱 장소 1위, 회식자리서 사무실로 바뀌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최근 3년간 공공기관과 민간업체 직원 100명 가운데 5명은 한 번이라도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성희롱 행위자 절반 이상은 상급자였으며, 피해자 10명 중 7명은 “참고 넘어간다”고 했다. 피해자 10명 중 2명은 동료 등으로부터 2차 피해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이전에 회식 장소에서 이뤄지던 피해가 사무실로 옮겨갔다.

여성가족부는 7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1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양성평등기본법’ 제32조에 따라 3년마다 실시되는 법정 실태조사로 전국 공공기관 770개와 민간사업체 1760개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며 대상자는 총 1만7688명이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18년 8월~2021년 7월) 직장에서 한 번이라도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전체의 4.8%로 2018년 8.1%에 비해 3.3%포인트 감소했다. 여가부는 “성인지 감수성이 향상됐고 코로나19 영향으로 회식이 감소하는 등 근무환경이 변한 게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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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피해 경험률은 민간사업체보다 공공기관에서 더 높았다. 공공기관의 경우 성희롱 피해 경험률이 7.4%를 기록해 4.3%인 민간의 1.72배였다. 성별로는 여성(7.9%)의 피해 경험률이 남성(2.9%)의 2.7배였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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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회식 감소는 성희롱 발생 장소에도 영향을 끼쳤다. 3년 전 조사에서는 성희롱이 가장 많았던 곳으로 회식장소(43.7%)가 꼽혔고 사무실 내(36.8%)가 뒤를 이었는데 지난해에는 사무실 내가 41.8%로 가장 많았고 회식장소(31.5%)가 다음이었다. 성희롱 행위자 절반 이상(54.9%)이 상급자였다. 동급자도 24%를 차지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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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성희롱 피해자는 여전히 피해 당시와 그 이후 대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당시의 행동을 보면 43.6%가 ‘그냥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다’고 답했고 33%는 ‘화제를 돌리거나 그 자리를 피했다’고 했다. 바로 중단을 요구한 비율은 10.5%,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한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성희롱 피해 대처에서도 66.7%가 ‘참고 넘어간다’고 답했다. 3년 전엔 81.6%였다. 그 이유(복수응답)로는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서(59.8%)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사이가 불편해질까 봐(33.3%), 문제를 제기해도 기관·조직에서 묵인할 거 같아서(22.2%) 순이었다.

다만 피해자가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뒤 대부분(92.6%) 기관에서 조치가 이뤄졌다. 구체적인 조치 내용(복수응답)으로는 공간 분리 등 행위자에 대한 조치가 46.3%로 가장 많았다. 성희롱 2차 피해 경험률은 20.7%를 차지했다.

직장 내 성희롱 방지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피해자 보호(32.7%)가 꼽혔다. 조직문화 개선은 19.6%, 행위자에 대한 엄정한 징계는 18.7%로 그 뒤를 이었다. 장현경 여가부 권익지원과장은 “양성평등기본법과 성폭력방지법에 피해자 보호에 관한 포괄적인 의무규정은 돼 있지만 구체적인 의무규정이 없다”며 “구체적인 피해자 보호 조치 시행의무를 직접적으로 부과하는 개정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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