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중국 VC와 대기업은 '여기'에 투자한다

중앙일보

입력 2022.06.07 17:04

“어제만 해도 고급 오피스텔에서 파트너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던 투자자들이 오늘은 논밭에 나가 농민들과 사업 얘기를 하는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대표 언론 펑파이신문(澎湃新闻)이 최근 중국 벤처캐피털(VC) 업계에 불고 있는 농촌 투자 열풍을 묘사한 내용이다.

그간 농업은 투자 주기가 길고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 투자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특히나 중국에서는 농산물에 대한 안전성 문제까지 얽혀 있어 농업은 오랫동안 투자하기 까다로운 영역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여러 걸림돌이 제거되면서, 중국에서 점차 농업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 cnfina.com]

[사진 cnfina.com]

중국 데이터 제공업체 IT쥐쯔(桔子)데이터에 따르면, 2019~2021년 중국 농업계에서는 총 489건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 기간 전체 투자 규모는 2019년 302억 6000만 위안(약 5조 7267억 원), 2020년 324억 7000만 위안(6조 1449억 원), 2021년 364억 위안(6조 8887억 원)으로 계속해서 증가했다.

특히 농업에 첨단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혁신을 이루는 애그테크(Ag Tech)* 기업들이 자본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애그테크: 농업을 의미하는 ‘agriculture’와 기술을 의미하는 ‘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머신러닝, 드론, 로봇 등과 같은 첨단 기술을 농산물의 파종부터 수확까지의 전 과정에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중국 VC의 애그테크 기업 투자 현황 (21.01.01~22.05.10) [사진 itjuzi.com]

중국 VC의 애그테크 기업 투자 현황 (21.01.01~22.05.10) [사진 itjuzi.com]

세계 최대 VC인 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Sequoia Capital China·红杉资本中国)는 지난해 8월 중국 대표 국부펀드인 국가개발투자그룹(SDIC国投创益)과 함께 벼, 옥수수 등 종자 육성 전문 기업인 룽핑바이오(Longping Biotech·隆平生物)에 투자했다.

메이퇀(美团)과 아이치이(爱奇艺) 등 중국 유수 플랫폼 기업의 든든한 성장 조력자였던 IDG캐피탈(IDG资本)은 신품종 연구개발 업체인 중농메이슈(中农美蔬)와 농업 기술 자문 및 소프트웨어 제공 업체인 마이쩌위펑(迈泽裕丰)에 투자했다.

이 밖에, GSR벤처(金沙江创投)와 전거펀드(真格基金)는 각각 올해 2월과 지난해 7월에 스마트 농기계 설비 연구개발 업체인 첸무즈웨이(千木知微)에 투자했다.

또 다른 큰 손 투자자인 힐하우스(hillhouse·高瓴创投)는 지난해 1월 농업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업체인 아이커눙(爱科农)에 수천만 위안(수십억 원)의 Pre-A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아이커눙은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재배 모델을 통해 농작물의 발육단계와 물∙비료 등의 수요를 예측하고, 농가에 실시간으로 최적의 농사법을 제안한다. 2020년까지 누적 천만여 묘(苗)의 농지에 해당 서비스를 제공했다.

같은 해 힐하우스는 스마트 양돈업 솔루션 제공 업체인 루이추커지(睿畜科技)와 드론 및 농업 자동화 설비 운영개발 업체인 지페이커지(极飞科技)에도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특히나 힐하우스는 지페이커지(极飞科技)에만 단일 규모로 3억 위안(약 578억 원)이나 투자해 업계에 놀라움을 선사했다.

[사진 지페이커지]

[사진 지페이커지]

지페이커지(极飞科技)는 2012년에 설립된 드론 개발∙제조 및 농업 자동화 설비 운영업체다. 창업자는 이전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며 중국 지역 MVP(Most Valued Professional)로도 선정됐던 펑빈(彭斌)이다. 그는 2007년부터 로봇과 드론 관련 관성 항법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이후 팀을 이끌고 애드테크 분야에 진출해 지금까지 관련 기술 특허 157개를 출원했다.

지페이커지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농업용 드론 등을 결합해 「전면적 감지→스마트 의사결정→정확한 실행」 단계로 이어지는 농업의 스마트화를 실현하고자 한다. 주 사업 분야는 농업용 드론, 농업용 무인 차, 농업용 사물인터넷 장비 등의 연구개발과 제조 및 판매다.

IT쥐쯔에 따르면, 지페이커지는 설립 이래 총 5차례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힐하우스를 비롯해 바이두자본(百度资本), 소프트뱅크 비전펀드(软银愿景基金), 시노베이션벤처스(创新工场) 등 12개의 투자 기관이 지페이커지의 투자에 참여했으며, 누적 투자금은 20억 위안(3758억)에 육박한다. 특히 2020년에는 한 해에만 12억 위안(2254억 8000만 원)의 투자를 유치해 중국 애드테크 분야 최대 투자액 기록을 경신했다. 현재 지페이커지의 시가총액 평가액은 100억 위안(1조 879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드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 열기는 VC뿐만 아니라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비롯한 징둥, 샤오미 등 중국 내 인터넷 공룡들 사이에서도 뜨겁다.

일찍이 샤오미(小米)는 2015년에 ‘화화초초(花花草草)’라는 애드테크 기업에 투자한 바 있다. 이 기업은 스마트 센서와 앱(APP)을 연동해 식물 양육에 필요한 빛, 수분, 토양 등의 정보를 알려주는 화분 관리기를 개발했다. 이후 샤오미는 2016~2018년에 드론을 활용한 스마트팜 회사인 눙톈관자(农田管家)와 어민들에게 원스톱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상셴(海上鲜)에 투자했다.

인공지능(AI) 기술 혁신에 관심이 많은 바이두(百度)는 2018~2019년 마이페이커지(麦飞科技)라는 애드테크 기업에 총 1억 2500만 위안(235억 원)의 Pre-A 라운드와 시리즈 A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마이페이커지는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농작물의 성장과 해충 및 질병 정보를 파악하고, 이에 필요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다.

텐센트(腾讯)는 정부의 디지털 전환과 농업의 스마트화를 돕는 신텅슈즈(新腾数致)에 2020년 5000만 위안(93억 8600만 원)을 투자했다. 올해 3월에는 해외로도 눈을 돌려 스마트팜 선진국인 네덜란드의 애드테크 기업 퓨처 크롭스(Future Crops)에도 투자했다.

전자상거래 업계 큰손들도 차세대 먹거리로 농업을 주시하며 애드테크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징둥(京东)은 2019년에 흑돼지 전문 스마트 양돈 업체인 징치선(精气神)에 수천만 위안(수십억 원)을 투자했다.

알리바바(阿里巴巴)는 아직까지 정확히 어떤 기업에 투자했는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여러 해 동안 디지털 농업 인프라 건설 및 기술 혁신 부문에 중점적으로 투자해왔다. 또한 이커머스, 라이브 방송, 물류, 클라우드 컴퓨팅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중국 농업 진흥을 이끌고 있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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