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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건축에서 갈수록 중요해지는 것? 그것은 자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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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건물의 정원으로 끌어다쓴 병산서원을 모델로 구축한 설치작품. [사진 이은주]

자연을 건물의 정원으로 끌어다쓴 병산서원을 모델로 구축한 설치작품. [사진 이은주]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건축으로 꼽히는 병산서원, [사진 한국건축설계학회]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건축으로 꼽히는 병산서원, [사진 한국건축설계학회]

도시의 광장이 고정된 형태에 벗어나 '트랜스포머'처럼 움직이면 어떨까. 필요에 따라 날씨가 좋은 날이면 광장 지하 공간이 지면 위로 올라온다면? 미래엔 철과 콘크리트 만큼 식물 또한 건축의 중요한 재료로 자리 잡았으면··· .

서울 토탈미술관 '미래건축'전 #5개국 10개 건축가그룹 참여 #자연-인간-건축 관계 살펴

어린이들의 상상이 아니다. 현재 건축 최전방에서 활동하고 있는 건축가들이 상상하는 미래 모습이다. 그들이 상상하는 미래 건축의 이슈는 다양하다. 재료나 형태의 문제이기도 하고, 자연과 인간이 맺는 관계의 새로운 모습일 수도 있다.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미래 건축'을 주제로 건축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영국·대만 등 5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건축가 10팀이 참여해 각자 생각하는 '미래' 모습을 영상으로 풀어놓았다. 전시는 한국건축설계학회(회장 백승만)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스페이스코디네이터(대표 장윤규)가 주관으로 마련됐다.

미국 건축가 그룹 HANNAH의 '애쉬 오두막'. [사진 HANNAH]

미국 건축가 그룹 HANNAH의 '애쉬 오두막'. [사진 HANNAH]

한국 JK-AR의 영상 '유위자연'의 스틸 이미지. [사진 JK-AR]

한국 JK-AR의 영상 '유위자연'의 스틸 이미지. [사진 JK-AR]

한국 조호건축의 나인브릿지 파고라 프로젝트. [사진 조호건축]

한국 조호건축의 나인브릿지 파고라 프로젝트. [사진 조호건축]

상황에 따라 변모하는 형태를 상상해본 '움직이는 광화문 광장' [사진 운생동건축]

상황에 따라 변모하는 형태를 상상해본 '움직이는 광화문 광장' [사진 운생동건축]

전시는 '물성과 기술', 건축과 매체', 그리고 '유동성'이라는 세 키워드로 미래를 살핀다. 이를테면,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가 그룹 한나(HANNAH)는 재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디지털 구조학, 로봇공학 등으로 '나무'라는 재료를 훨씬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충으로 손상된 울퉁불퉁한 형태의 폐목재를 지속가능한 자재로 바꾸는 과정, 첨단 기술로 원자재 자체를 활용해 복잡한 곡선 형태를 구현하는 실험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영국의 건축가 그룹 톤킨 리우(tonkin liu)는 자연의 경험을 실내로 확장하며 작업해온 그들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 그들이 설계사무소로 쓰고 있는 건물이다. 햇빛과 비, 바람과 같은 자연 요소를 건축에 생명을 불어넣는 요소로 보고, 건물 안에서 모든 계절을 더 생생하게 누릴 수 있도록 설계하는 데 주력한 작업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의 JK-AR과 OA-Lab 건축연구소는 건축과 자연이 공존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JK-AR이 출품한 영상 '유위자연'은 바다 한가운데 바위섬 위에 마치 한 그루 나무처럼 보이는 정자를 보여준다.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형태로 만든 구조물로 건축의 의미를 돌아보게 작품이다. 와이즈건축은 주변의 자연을 그대로 정원으로 끌어다 쓴 '병산서원' 모델로 건축과 사람, 그리고 자연의 관계를 살폈다. 도시 풍경을 담은 3개 면의 스크린과 병산서원을 닮은 건물 모형이 만나 흥미로운 설치작품이 됐다.

운생동건축은 건축에 생물학적 개념을 적용한 '반응형 건축'으로 '트랜스포머 광장'을 선보였고, 조호건축은 '자연에 대한 존중'을 기본 철학으로 3D 스캐너 등 최첨단 기술로 추진했던 골프 클럽하우스 나인브릿지 파고라 프로젝트 등을 소개했다.

토탈미술관 '미래건축' 전시 전경. [사진 한국건축설계학회]

토탈미술관 '미래건축' 전시 전경. [사진 한국건축설계학회]

한국 SoA가 설계한 두바이 엑스포 카자흐스탄 파빌리온 디자인.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가장 단순한 형태인 ;구'를 통해 가장 근본적인 것이 무한한 가능성의 토대가 된다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다. [사진 SoA]

한국 SoA가 설계한 두바이 엑스포 카자흐스탄 파빌리온 디자인.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가장 단순한 형태인 ;구'를 통해 가장 근본적인 것이 무한한 가능성의 토대가 된다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다. [사진 SoA]

OA-Lab은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 새로운 건축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사진 OA-Lab]

OA-Lab은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 새로운 건축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사진 OA-Lab]

흥미로운 점은 각기 다른 관점으로 미래를 내다보지만, 놀랍게도 각 건축가의 프로젝트 한가운데 '자연'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테크놀로지가 발달하면서 과거의 재료로 여겨졌던 '목재'가 다시 미래 건축의 재료가 되고, 자연을 닮은 건축, 자연과 더 가까워지는 건축이 진행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총괄 기획하고 참여한 신창훈(운생동건축 공동대표)은 "미래 건축은 현시대의 문화와 욕망을 그대로 반영한다"며 " 현재 우리 건축의 상상력이 매몰되지 않기를 바라며 전시를 기획했다. 앞으로도 세계 건축가들의 다양한 교류와 소통의 플랫폼으로 실험적인 미래 건축 전시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경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JK-AR 대표)는 "역사적으로 건축이 제시하는 비전은 미래를 예측하는 거울이 됐다"며 "이번 전시가 사회와 문화, 그리고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을 폭넓게 살펴볼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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