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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남방한계선은 세종…지방 근무? 연봉 1000만원 더 받아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의 한 대학교 취업게시판에서 채용 정보를 살펴보는 대학생 모습. [뉴스1]

서울의 한 대학교 취업게시판에서 채용 정보를 살펴보는 대학생 모습. [뉴스1]

수도권에 사는 청년 세 명 중 한 명은 비수도권에 위치한 회사에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청년들의 85%는 “세종·대전 아래로는 안 내려간다”고 답했다. 수도권을 떠나 지방에서 근무하려면 “연봉 1000만원은 더 받아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구직 활동을 하는 청년 301명을 대상으로 지방 근무에 대한 인식 조사를 했더니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7일 공개했다.

구직 청년 4명 중 3명 “지방 근무 싫다”

이에 따르면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지 묻는 질문에 49.2%가 “다소 그렇다”, 23.6%가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지방 근무를 기피한다는 뜻이다. 반면 “별로 상관 없다”거나 ’전혀 상관없다”는 응답은 각각 22.6%와 4.6%에 그쳤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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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회사에 실제로 입사 지원을 하는지 묻는 질문에도 3분의 2가량은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34.5%) “가급적 지원하지 않는다”(31.6%)고 답변했다. “공기업 등에만 제한적으로 지원한다”는 응답은 19.6%였다. “지역에 상관없이 지원한다”는 응답은 14.3%에 불과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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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이유(복수 응답)로 ▶가족·친구 등 네트워크 부재(60.7%) ▶생활·문화 인프라 열악(59.8%) ▶주거·생활비 부담(48.9%) ▶원하는 직장이 없음(14.2%) ▶성장기회 부족(6.8%) 등을 꼽았다.

청년들의 ‘지방 기피’ 경향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된 청년 인구는 약 9만1000명으로 2010년에 비해 1.7배 이상 증가했다. 비수도권 인구 중 청년 비중도 2010년 19.7%에서 2015년 18.8%, 2020년 17.6%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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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18.6% “2000만원 더 줘야 지방 근무”

앞서 수도권 회사를 택한 청년들에게 추가로 얼마의 연봉을 주면 지방 근무를 하겠느냐고 묻자 “1000만원”이라는 응답이 36.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2000만원”(18.6%) “500만원’(18.6%) “300만원”(9.8%) “1500만원”(8.8%) 순이었다. 연봉과 관계없이 아예 지방에 근무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6.1%였다.

경기 판교에 사는 A씨는 “지방에서 혼자 살려면 주거비와 식비가 별도로 더 들어가고, 주말에는 서울로 왕래해야 해 실제 비용이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며 “부족한 생활여건이나 연애·결혼에 대한 걱정 등 간접적·심리적 요인까지 감안하면 금전적 메리트는 더 커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어느 정도 먼 지역에서까지 근무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수원·용인(64.1%) ▶평택·충주(31.9%) ▶세종·대전(25.9%) 순으로 답했다. 그런데 ▶대구·전주(14.9%)라는 응답률은 크게 떨어졌다. 상의 측은 이에 대해 “세종·대전이 수도권 청년들이 근무를 고려하는 지리적인 마지노선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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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명문대 공대를 졸업했거나 우수한 자격을 갖춘 취업 준비생 사이에서 ‘취업 남방한계선’으로 알려진 ‘기흥라인’ ‘판교라인’보다 조금 더 남쪽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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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대기업들은 인재 확보 등을 이유로 새로 지으려는 연구개발(R&D)센터의 입지로 수도권을 택하고 있기도 하다. SK그룹은 2027년까지 1조원을 투입해 경기도 부천시에 친환경 기술 연구개발 인력 3000여 명이 근무하는 ‘SK그린테크노캠퍼스’를 설립할 계획이다. 두산도 2026년을 목표로 경기도 용인시에 수소기술 연구시설을 비롯한 그룹 첨단기술 R&D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청년들은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새 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로 ▶지역 생활여건 개선(38.5%)을 꼽았다. 이어 ▶주요 기업 지방이전 촉진(21.6%) ▶지역 거점도시 육성(16.9%) ▶공공기관 이전 확대(9.3%) ▶지역 특화산업 육성(7.3%) 순이었다.

구직 3년차인B씨는 “지방에는 마땅한 일자리가 많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지방 생활의 불편함이 걱정돼 몇몇 좋은 지방 기업에도 지원을 꺼리게 된다” 며 “지역 생활여건을 개선하고 여가·문화시설 등을 유치해야 지역 내부에서 소비가 일어나고 생태계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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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식 대한상의 산업정책실장은 “지역 불균형 해소의 핵심은 결국 미래세대인 청년과 지역경제를 이끌어갈 기업이 스스로 찾아와 정착하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 것”이라며 “청년 눈높이에 맞게 생활여건을 개선하고, 기업에 친화적인 제도와 인프라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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