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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존슨 오만, 당위기 불렀다…"불신임 41% 반란" 공허한 승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른바 ‘파티게이트’에 휩싸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당내 신임투표에서 기사회생해 총리직을 유지하게 됐다. 영국 언론은 “존슨은 간신히 낙마 위기를 넘겼지만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고, 자신이 소속된 보수당을 위기에 빠뜨리며 ‘공허한 승리(hollow victory)’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6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에스토니아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에스토니아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존슨 총리 불신임 41%로 부결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파이낸셜타임스(FT)·이코노미스트 등에 따르면, 이날 비밀투표로 실시된 보수당 내 대표 신임투표에서 소속 하원의원 359명 중 211명(59%)은 찬성, 148명(41%)은 반대 표를 던졌다. 보수당 규정에 따라 과반(180명 이상)의 지지를 받은 존슨 총리는 당 대표직을 유지하게 됐다. 내각제인 영국은 집권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투표 결과에 대해 존슨 총리는 “설득력있고 결정적인 좋은 결과”라면서 “이제 국민을 돕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또 단합을 강조하는 한편, 조기 총선을 치를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반면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대중은 총리직에 완전히 부적합한 존슨에게 완전히 질려있다”며 “보수당 의원들은 영국 대중의 바람을 철저하게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앞서 존슨 총리는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세 억제를 위해 사적 모임을 제한한 지난 2020년 총리실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한 일로 경찰로부터 범칙금을 부과받았다. 방역 규정 위반에다 거짓말 논란까지 더해진 ‘파티게이트’로 인해 존슨 총리는 당 안팎에서 사임 요구에 시달려왔다. 보수당 의원 과반이 불신임 의사를 밝힐 경우 교체될 수도 있었지만, 가까스로 승리하면서 임기 1년은 보장받게 됐다. 영국 보수당은 신임투표를 1년 내 다시 치르지 않는다.

가디언 "불신임 41%, 예상 못한 엄청난 반란" 

외신은 “존슨 총리가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둔만큼, 향후 국정 운영을 뜻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에 따르면, 투표를 앞두고 존슨 총리 측은 80표차 승리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여겼지만, 실제 표차는 이보다도 적은 63표에 그쳤다. 가디언은 이에 대해 “예상치 못한 대규모 반란”이라 표현했고, FT는 “41%가 존슨의 축출을 원했다는 의미”라며 “당내에서 총리를 향한 적대감과 분열의 크기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존슨 총리가 얻은 찬성표는 2018년 12월 전임 테리사 메이 총리가 신임투표에서 받은 63%보다 적다. 메이 전 총리는 신임투표에서 승리했지만,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고 6개월 뒤에 자진 사퇴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메이의 사례로 볼 때, 존슨의 시간이 2024년 총선 전에 마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는 존슨 총리에게 자기반성의 모습이 전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파티게이트로 본인은 도덕성 논란에, 당은 내홍에 빠뜨려놓고, 자신의 치적으로 브렉시트 이행과 코로나19 백신 방역,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등을 홍보하며 “신임투표에서 무조건 승리한다”고 선언했다면서다. 보수당 중진인 제레미 헌트 전 외무장관, 더글라스 로스 의원 등은 이처럼 반성 없는 존슨 총리의 모습에 지지를 철회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다른 하원의원 역시 존슨의 경망스러움과 거짓말을 싫어하면서도 존슨의 대안이 없기 때문에 지지표를 던진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런던 의회 밖에서 한 시위자가 보리스 존슨 총리의 파티 게이트에 항의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런던 의회 밖에서 한 시위자가 보리스 존슨 총리의 파티 게이트에 항의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반성없고 오만…지지율 붕괴 

2019년 총선 당시 대승을 거두며 ‘10년 장기집권’할 것으로 예측됐던 존슨 총리가 집권 2년 반만에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것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처음부터 그의 지지기반은 ‘대안이 없어서’라는 약한 토대였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럼에도 존슨 총리는 자신의 능력 덕분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기를 얻고 있다는 ‘놀라운 오만함’에 빠져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으로 벌금을 부과받았을 때 역시, 그는 반성은커녕 ‘(언론의) 지나친 집착’이라고 비난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오만의 다음 수순은 지지율 붕괴”라고 강조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플래티넘 주빌리에 참석한 보리스 존슨 부부. 영국 시민들은 이들이 나타나자 야유를 보냈다. 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플래티넘 주빌리에 참석한 보리스 존슨 부부. 영국 시민들은 이들이 나타나자 야유를 보냈다. 연합뉴스

존슨 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추락하고 이에 연동해 보수당 지지율도 하락세를 보이자, 신임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당내에서 총리 교체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CNN은 오는 23일 보궐선거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선거에서 보수당이 패할 경우, 2024년 총선 결과에 불안을 느낀 당내 의원들이 존슨 총리에 대한 사퇴 압박 강도를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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