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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시네" 독일도 혀 내둘렀다, '작은' 정우영의 미친 활동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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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정우영이 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칠레 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정우영이 패스하고 있다. [뉴시스]

축구대표팀 정우영이 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칠레 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정우영이 패스하고 있다. [뉴시스]

독일 축구계에서는 정우영(23·SC프라이부르크)에게 ‘nervig’이란 표현을 쓴다. 직역하면 ‘성가시다’는 의미다.

정우영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앞에서부터 굉장히 많이 뛰며 상대 포백 수비를 괴롭히고 귀찮게 만들기 때문에 붙여진 표현이다. 정우영은 프라이부르크 4-2-3-1 포메이션에서 섀도 스트라이커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다. ‘10번’ 내지 ‘9.5번’ 역할이다. 스트라이커 바로 밑에서 미친 듯이 뛰며 상대 빌드업을 부수고 저지 시킨다. 독일 상대팀도 혀를 내두른다.

정우영은 태극마크를 달고도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그는 지난 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맹활약하며 2-0 승리에 기여했다.

최전방 공격수 ‘손 톱(Son Top)’ 손흥민(토트넘)의 한 칸 밑에 정우영이 세컨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했다. 정우영은 전반 12분 센터 서클 인근에서 빠르게 패스를 찔러줘 황희찬(울버햄튼)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또 정우영은 후반 7분 상대 실수를 놓치지 않고 볼을 따내 상대 퇴장을 이끌어냈다. 정우영에게 거친 태클을 가한 알렉스 이바카체는 경고 누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후반 21분 정우영은 아크 부근에서 2대1 패스로 손흥민에게 찬스를 만들어줬다. 손흥민의 슛이 골포스트 옆으로 살짝 빗나가지 않았다면 정우영은 이날만 어시스트 2개를 올릴 뻔했다. 정우영은 미친 활동량을 선보이며 대표팀의 템포를 끌어 올렸다. 스피드는 물론 연계 플레이도 돋보였다.

황의찬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한 정우영(왼쪽). [사진 대한축구협회]

황의찬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한 정우영(왼쪽). [사진 대한축구협회]

축구대표팀 주전 공격형 미드필더 이재성(마인츠)은 부상 탓에 이번에 소집되지 못했다. 작년 11월 이라크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트렸지만 그동안 주로 교체출전에 그쳤던 정우영이 이날 선발 기회를 잡았다. 정우영은 대표팀 선수들 사이에 ‘작은 정우영’이라 불린다. 동명이인 수비형 미드필더 ‘큰 우영’ 정우영(33·알사드)과 구분하기 위해서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작은 정우영이 칠레전에 세컨 스트라이커로 나선 것도 합리적인 면이 많다. 정우영은 분데스리가에서도 성실한 활동량과 넓은 활동폭이 강점인 선수”라며 “칠레전 어시스트 장면처럼 공격 재능도 겸비했다. 미드필더 싸움에 가세해줄 수 있음과 동시에 공격시 손흥민-황희찬과 유기적으로 스위칭하며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또 하나의 장점이 인터셉트에 능하다는 건데 칠레전에서 유감 없이 발휘했다”고 말했다.

박문성 해설위원도 “정우영은 히트맵(지역별 활동량을 온도로 표시한 지도)을 보면 안 찍힌 곳이 없을 것 같다. 어마어마하다. 박수 받을 만큼 충분했다”고 칭찬했다. 정우영은 후반 22분 교체되며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파울루 벤투 한국 감독 역시 경기 후 정우영에 대해 “좋은 기술을 가졌고, 경기 이해가 뛰어나다. 유럽 주요 리그(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고 있다. 경기 중 높은 리듬을 보여주며, 공수 양면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그동안 황의조(보르도)를 원톱에 세우는 4-2-3-1 포메이션을 주로 써왔다. 이번 칠레전을 통해 손흥민을 원톱, 정우영이 섀도 스트라이커로 내세우는 새로운 옵션이 생겼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정우영. [사진 프라이부르크 인스타그램]

독일 프라이부르크 정우영. [사진 프라이부르크 인스타그램]

정우영은 ‘유니크(unique)’한 선수다. 특히 경기장에서 직접 봐야 그의 가치를 알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9년생으로 인천 대건고 출신인 정우영은 2017년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했다. 2019년부터 분데스리가 프라이부르크에서 3시즌째 뛰고 있다.

정우영은 최근 2년 연속 프라이부르크 ‘요요 테스트(체력 테스트)’ 1위에 올랐다. 그냥 많이만 뛰는 게 아니라, 고강도 스프린트(단거리 전력질주)가 많다. 프라이부르크 팀 컬러는 많은 뛰는 축구인데, 정우영이 최전방부터 많은 활동량과 압박을 보여주다 보니 출전 기회를 얻었다.

정우영은 2021~22시즌 3경기만 제외하고 거의 전 경기에 출전해 5골-2도움을 올렸다. 프라이부르크가 분데스리가 6위에 올라 유로파리그에 진출하는 데 기여했다. 또 독일축구협회(DFB) 컵대회 포칼 준우승에도 힘을 보탰다.

한국축구는 카타르월드컵 본선에서 포르투갈과 우루과이 같은 강팀을 상대해야 한다. 유럽축구를 경험한 선수들은 템포 적응에 무리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정우영은 칠레전을 통해 벤투 감독에게 새로운 카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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