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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러 손본 방법 北에도 쓴다…7차 핵실험 임박에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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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미 당국에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까지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경고에 나선 가운데 미국이 ‘독자 대응’이 아닌 ‘다자 대응’으로 응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 견제 과정에서 보여줬듯,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동맹‧우방국들이 연합해 나서는 압박 전술을 구사하겠다는 예고나 다름없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 AFP=연합뉴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 AFP=연합뉴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며칠 내로(in the coming days)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에 여전히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서는 “독자 행동(unilateral action)은 가장 매력적인 방법도 아니고, 가장 효과적인 대응으로도 볼 수 없다”며 “특히 우리에게는 양자적, 삼자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한국과 일본이라는 가까운 동맹이 있다”고 말했다. “태평양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위험성을 잘 이해하는 동맹과 파트너들이 있다”면서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신규 대북 제재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가운데 이제 미국의 독자 행동 방안만 남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26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한 신규 대북 제재 결의 채택을 위해 안보리 투표까지 부쳤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해 무산됐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장쥔 주유엔 중국 대사가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한 신규 제재 결의 채택에 반대하고 있다. 사진 중국 유엔 대표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장쥔 주유엔 중국 대사가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한 신규 제재 결의 채택에 반대하고 있다. 사진 중국 유엔 대표부

프라이스 대변인이 7차 핵실험 대응의 원칙으로 독자 행동이 아닌 동맹 및 우방국들과의 협력을 언급한 건 미국이 이미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선보인 다자적 연합 대응 방식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중국을 가장 큰 외교적 위협으로 설정하고 동맹 및 우방국들과 힘을 모아 대응하는 방식을 추구해왔다. 대중 압박이라는 목표 자체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와 동일하지만, 방법론에선 큰 차이를 보인 셈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최근 중국에 대응하는 3대 원칙으로 미국 내부로의 투자(invest), 동맹‧우방과의 연계(align), 경쟁(compete)을 꼽았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도 안보리 차원의 대응이 불가능해지자 미국은 비슷한 방식을 썼다. 유럽의 동맹‧우방들과 힘을 합쳐 러시아에 제재를 가했고, 점차 제재 동참국을 아시아‧태평양 국가들로 확대했다. 형식은 각국의 독자제재였지만, 이를 단단한 고리처럼 서로 엮어 연합체처럼 만들어 효과를 극대화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이 북한의 7차 핵실험 대응 협력을 강조하며 한‧일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동맹과 파트너까지 언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우크라이나 대러 제재에 아‧태 주요국들이 동참해 제재 효과를 높였듯이 대북 제재에 유럽 주요국들이 동참하는 방안이다.

한 노동자가 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부서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화물차 수리 공장 옆을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 노동자가 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부서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화물차 수리 공장 옆을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는 안보리 추가 제재를 기대할 수 없게 된 이상 미국의 독자제재만으로는 북한을 억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아‧태 지역과 유럽 주요국들의 경제력을 합치면 세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게 사실”며 “안보리 제재처럼 모든 국가에 의무를 지우지는 못하지만, 제재의 실질적인 효과를 고려했을 때는 이런 주요국 간 연합 독자제재가 북한으로 유입되는 돈줄을 막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주요7개국 외교장관들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북한의 ICBM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역시 북핵 문제를 중대한 위협으로 꾸준히 다뤄왔다.

지난 2018년 5월 25일 폭파 전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의 모습. 공동취재단=연합뉴스

지난 2018년 5월 25일 폭파 전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의 모습. 공동취재단=연합뉴스

특히 이달 말 스페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정상도 초청받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참석이 유력하다. 주된 의제는 러시아와 중국이겠지만, 동시에 북핵 위협을 다루기에도 최적의 장이 될 수 있다.

이런 연합 대응에서 핵심은 역시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 강화다. 2016~2017년 북한의 고강도 도발 국면에서도 3국은 서로 보조를 맞춰가며 사실상의 독자제재 연합을 구축했다.

지난주 성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방한해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간 협의가 이뤄진 데 이어 7~8일에는 조현동 외교부 1차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모여 차관 협의를 개최한다.

7일 오전 한‧미 외교차관 협의 뒤 기자들과 만난 셔먼 부장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한‧미‧일 뿐 아니라 전 세계가 강력하고 명확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우리는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조현동 차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다면 우리는 미국,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에 대한 추가적 제재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더불어 한‧미 방위 태세 차원에서의 추가적 조치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한미차관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한미차관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스1

3국 고위 당국자들의 회동이 잇따라 서울에서 열리는 것 자체가 이례적으로, 동선 자체로 북핵 대응 의도를 명확히 한 셈이다. 특히 한국에서 대북 압박에 소극적이던 문재인 정부가 대북 원칙론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로 바뀌며 3국 간 대북 압박 공조에 한층 동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순방에서 직접 약속한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도 꾸준히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중국과 러시아의 안보리 거부권 행사에 대해 “북한에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다른 수단들이 있다. 그럴 수 있는 권한이 우리에게, 우리의 동맹 및 우방들에게 있다”며 “방위와 억제력 강화를 위한 협력처럼, 이런 권한들을 조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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