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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살아있길 바란다" 6·25 참전 美노병의 '그날 대구'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가보훈처가 71년 전 태극기를 선물해준 한국 해병 전우를 찾는 미국인 6ㆍ25 참전용사의 사연을 7일 공개했다. “당사자를 찾기 위한 작은 단서라도 제보해주길 부탁한다”면서다.

사연의 주인공은 미 캘리포니아주(州)에 사는 참전용사 제임스 란츠(90)다. 그는 6ㆍ25가 발발한 지 3개월 만인 1950년 9월 참전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18세였다.

71년 전 한국 해병에게 선물로 받은 태극기를 들어보이고 있는 미국 해병 참전용사 제임스 란츠. [사진 국가보훈처]

71년 전 한국 해병에게 선물로 받은 태극기를 들어보이고 있는 미국 해병 참전용사 제임스 란츠. [사진 국가보훈처]

일본과 인천을 거쳐 원산에 도착한 그는 6ㆍ25 전사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기록되는 장진호전투(1950년 11월 25일~12월 22일)에 곧장 투입됐다. 중공군의 포위 섬멸 작전으로 당시 미 제1해병사단 2만 5000여 병력 가운데 365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혹독한 추위 속에 동상 등으로 숨지거나 다친 장병도 6200명이 넘었다.

천고만난 끝에 철수한 미 해병들은 마산까지 내려갔다. 당시 란츠 상병의 부대는 1달여 뒤 다시 북진에 나섰다.

그는 사연을 전한 인터뷰 영상에서 “(북진하던 중) 1951년 봄 대구에서 20~30명 정도 규모의 한국 해병과 합류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한 한국 해병에게 ‘많은 나라에서 한국에 와서 같이 싸우고 있는데, 일본군은 왜 없나’고 물었다”며 “그 해병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주 편하고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6.25전쟁 참전 당시 제임스 란츠. [사진 국가보훈처]

6.25전쟁 참전 당시 제임스 란츠. [사진 국가보훈처]

이어 “2주 정도 함께 지내다가 우리가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그가 선물을 주고 싶다며 가방에서 태극기를 꺼냈다”며 “지난 71년 동안 참전을 기억하는 기념품으로 간직했다”고 밝혔다. 그가 인터뷰에서 꺼내 든 태극기는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소중히 간직했었는지 짐작게 할 정도로 양호했다.

그는 “그 해병에게 성조기를 주지 못한 게 안타깝다”며 “그동안 많이 떠올리려 해봤지만, 이름과 계급은 물론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그 친구의 나이가 20살이었다면 이제 91살일 테다”며 “지금은 그가 부디 살아있기를 바랄 뿐이다”고 소망했다.

보훈처는 지난 4월 그가 주로스앤젤레스총영사관을 통해 ‘평화의 사도’ 메달을 받으면서 이같은 사연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민식 보훈처장은 “전쟁터에서 태극기가 맺어준 아름다운 사연을 널리 알려 한국 참전용사 분을 찾는데 적극 나설 것”이라며 “1951년 봄, 대구에서 란츠씨에게 태극기를 준 해병에 대해 작은 단서라도 알고 계신 분은 보훈처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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