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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운드 홀인원 2번…스윙때도 고객 전화받던 女임원 행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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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라운드에 홀인원을 2번 한 이세영 전무. [사진 이세영]

한 라운드에 홀인원을 2번 한 이세영 전무. [사진 이세영]

인공지능 회사인 C사의 이세영(45) 전무는 지난 2일 강원 춘천의 더플레이어스 골프장에 갔다. 이 전무는 “오랜 멘토이자 코치처럼 여겨온 선배님들에게 받는 야외수업 같은 자리였다. 파란 하늘과 푸른 잔디 덕분에 산적한 비즈니스 현안과 미래 사업 아이디어 논의들이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고 했다.

레드티 전장이 109m의 내리막 파 3인 마운틴 코스 5번 홀에서 이 전무는 스윙 차례가 오기 바로 직전까지도 프로젝트 관련 고객 전화를 받는 정신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는 “내리막이라 100m를 봤다. 익숙하지 않은 롱아이언인 6번 아이언을 잡게 돼 천천히 백스윙하고 과감히 내려오되, 몸을 너무 빨리 돌리지 않는, 일명 ‘치돌(치고 돌기)’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젝시오 아이언이 잘 맞았을 때 나는 특유의 맑은 음이 들려 ‘온 그린은 하겠다’ 싶었는데 공이 쪼르륵 굴러가더니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예쁜 핫핑크 볼빅 공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의 느낌을 믿을 수 없었다. 정말 기뻤지만, 실제 같지 않아 얼떨결 했고 동반자이신 선배님들이 더 크게 환호성을 질러주셨다. 초심자의 행운이란 이런 거구나 싶었다”고 술회했다.

이 전무는 홀인원의 기쁨을 누르고 다시 루틴을 찾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그는 “날이 점점 더워져 오히려 힘을 빼는 좋은 상황을 만들어 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벨리 7번 홀(105m)에서 다시 파 3홀이 나왔을 때 동반자들이 “오늘 특별한 날인 거 같으니 한 번 더 홀인원 해봐”라고 격려했다.

이세영 전무의 홀인원 증명서. [사진 이세영]

이세영 전무의 홀인원 증명서. [사진 이세영]

이 전무는 “4번 유틸리티 클럽을 잡고 어드레스를 하자마자, 한 선배님이 달려오셔서 에이밍을 한참 왼쪽으로 조정해주셨다. 에이밍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데, 초보들은 방향을 잘 잡기가 너무 어렵다. 방향을 잘 맞추더라도 발과 몸통, 클럽페이스의 정렬을 제대로 하려면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고 했다.

이 전무는 “스윙할 때 소리만 듣고는 사실 잘못 맞았나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홀 앞 3미터쯤 앞에 붙었다 싶게 가길래, 와! 생각보다 잘 쳤나 봐? 하고 쳐다보는데 굴러서 들어가 버렸다”고 했다.

이 전무는 “한 라운드에 홀인원을 두 번 하는 건 엄청난 행운인데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배님들과 함께해서 가능했다. 홀인원을 또 해야겠다는 무리수 같은 걸 두지 않았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인 것 같다”라고 자평했다.

그의 동반자들은 글로벌 IT기업인 전 직장에서 알게 된 20년 이상 된 선배들이었다.

인공지능 전문가로 포춘 100대 기업에서 20년 재직했으며 미국 공인회계사(AICPA)인 이 전무의 이날 스코어는 98타였다. 지난해 5월 15일 처음 골프장에 갔고 1년 새 라운드를 39번 했다.

이 전무는 “초보 골퍼로서 몇 가지만 잊지 않고 티잉 그라운드에 선다. 그 이상은 기억을 하더라도 아직 몸에 적용이 안 된다”고 했다.

홀인원 보험은 들지 않았다. 홀인원을 할 꿈도 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전무는 "두 번이나 홀인원을 했는데 보험을 들지 않아 고민이 많다"고 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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