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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저승사자' 합수단 부활…라임 수사 못지않게 중요한 것 [Law談-김영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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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액 1조6000억원에 이르는 라임자산운용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영홍(49·수배 중) 메트로폴리탄 회장의 친척이자 김 회장 해외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 김 모 씨가 최근 국내에 입국했다가 출국 금지됐다. 경찰이 김 씨의 소재를 뒤쫓고 있다. 김 씨가 검거되고 이것이 김 회장의 국내 송환으로까지 이어지면 라임 수사가 본격적으로 재개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김 회장은 라임 펀드 자금 약 2854억원(장부가)을 투자받아 그중 300억원으로 필리핀 이슬라리조트 및 카지노를 인수했다는 인물이다. 그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이 라임 사건을 본격 수사 하기 직전 2019년 말 해외로 도피했다. 직후 합수단마저 해체되며 관련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위치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모습.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합수단은 지난달 공식 부활했다. 뉴스1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위치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모습.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합수단은 지난달 공식 부활했다. 뉴스1

금융·증권 범죄는 이처럼 다수가 조직적으로 관여하며, 짧은 시간 안에 큰 이득을 챙기고, 재빨리 빠지는 특성을 보인다. 게다가 펀드 사기처럼 대규모에 전문적이기도 하다.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검찰 혼자서 수사할 수 없고, 한국거래소의 매매 데이터 분석과 금융감독원의 기초 조사 등 금융 유관기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2013년 5월 출범한 합수단은 검찰과 관련 기관의 긴밀한 협업을 바탕으로 자본시장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처했다. 2020년 1월 폐지 시까지 1000명에 가까운 자본시장 신뢰 훼손 사범을 구속했다. 덕분에 합수단은 ‘여의도 저승사자’란 별명을 얻었고 이는 자본 시장을 기웃거리는 불공정거래 사범들에게 경고의 메시지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우리 자본시장은 개인 투자자와 데이트레이딩의 비중이 높아 불공정 거래가 움틀 가능성이 크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 대책도 없이 합수단이 전격 폐지되자 많은 분들이 폐지 이후를 염려했다. 마지막 합수단장인 필자는 지금까지 합수단 폐지 이유를 알지 못한다. 당시 합수단이 수사하던 사건과 어떤 관련성이 있을 것이란 추측은 하지만 설명하기 어렵다.

5대 금융 사기 사건 개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5대 금융 사기 사건 개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유감스럽게도 합수단 폐지 이후 그럴싸한 금융·증권 범죄 수사는 흔적을 감췄다. 합수단 폐지와 동시에 불공정거래 사범들이 사라져 시장이 깨끗해진 것인지, 아니면 불법은 상존하는데 적발을 못 한 것인지는 각자 판단할 문제이나 여전히 자본시장 내 개인 투자자와 데이트레이딩의 비율이 높고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적에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이 속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발을 못 했을 뿐 범죄는 여전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합수단이 폐지되고 나서 2년 4개월간 적어도 범죄수사와 관련해 우리 자본시장은 방치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합수단의 재출범은 환영받을 조치임에 틀림없다. 합수단 폐지는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국민들이 엉뚱하게 피해를 입은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필자는 재설치된 합수단에 몇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우선은 합수단의 구성원들이 새로운 마음으로 더 협력하며 책임감 있게 일해야 할 것이다. 전통적인 불공정거래, 회계부정, M&A(기업 인수합병) 비리는 물론 디지털 자산의 발행과 유통에서 발생하는 범죄 등 새로운 유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는 단순한 투자 실패의 문제를 넘어 불법으로 인한 결과일 수 있다.

테라와 루나의 공급량을 조절해 테라의 가격을 달러와 안정적으로 연동시키겠다는 구조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그에 적합하도록 알고리즘이 설계됐고 객관적으로 검증되었는지, 예상치 못한 투자자의 투매 심리까지 프로그램이 커버 가능한지 등에 대해 규명이 필요하다. 예치된 테라의 연 20%에 가까운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앵커 프로토콜’이 어떻게 가능한지도 살펴볼 부분이다. DeFi(탈중앙화금융) 바람을 타고 매력적인 조건의 ‘스테이블 코인’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행여 범죄가 스며들지 못하도록 합수단이 제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최근 6개월 새에 97% 추락한 테라USD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블룸버그]

최근 6개월 새에 97% 추락한 테라USD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블룸버그]

시장의 신뢰회복에 도움되는 제도 개선도 적극적으로 건의해주면 좋겠다. 이를 위해 합수단도 공부하며 실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사무실에 앉아 수사 기록만 볼 것이 아니라 시장을 이해하고 시장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관련 학회 등과 교류하며 이들의 전문성을 수혈받는 것도 그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수사에 있어서 기본과 절제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얼마 전 형사소송법 등 개정으로 일단락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의는 검찰권 남용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검찰의 직접 수사에는 과잉 수사, 먼지떨이 수사, 봐주기 수사, 부실 수사 등 부정적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적이 있다. 합수단은 대표적인 검찰의 직접 수사 부서로서 정치색 없이 국민의 일상과 관계 깊은 사건들을 다룰 것이다. 엄정하면서 품격있는 수사로 합수단이 검찰 직접 수사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주기를 기대한다.

로담(Law談) 칼럼 : 김영기의 자본시장 法이야기

주식인구 800만, 주린이 2000만 시대. 아는 것이 힘입니다. 알아두면 도움되는 자본 시장의 현안을 법과 제도의 관점에서 쉽게 풀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시장의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한 제안도 모색합니다. 암호화폐 시장 이야기도 놓칠 수 없겠죠?

김영기 변호사

김영기 변호사

※김영기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자본시장법)/서울서부지검 부장검사/대검찰청 공안3과장/전주지검 남원지청장/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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