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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 풋’ 기대 접어라…증시 무너져도 ‘소방수 Fed’는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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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제롬 파월 현 Fed 의장. [AFP]

제롬 파월 현 Fed 의장. [AFP]

치솟는 물가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양적 긴축(QT)이란 ‘쌍끌이 긴축’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커진다. 증시는 이미 약세장에 진입했다.

금융시장의 ‘희망 고문’은 진행 중이다. 물가 지표에서 ‘피크 아웃(정점 통과)’의 실마리를 읽어내려 애쓰고, Fed 인사들의 한마디에 일희일비 중이다. 시장이 기대하는 건 이른바 ‘페드 풋(Fed put)’이다.

페드 풋은 중앙은행인 Fed가 금리 인상을 미루고, 시장 친화적 발언 등을 통해 증시 등 시장이 위태로울 때 가격 하락을 막아주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 시점에 미리 특정한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에 빗댄 말이다. 풋옵션이 있으면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피할 수 있다.

페드 풋은 시장이 동요할 때마다 금리를 내려 시장을 안정시켰던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 시절 ‘그린스펀 풋’에서 비롯됐다.

최근 가장 눈에 띈 ‘페드 풋’ 해프닝은 지난달 하순의 증시 반등이다. 래피얼 보스틱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 진정을 전제로 “오는 9월에 금리 인상을 쉬어가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고 말하자 시장이 바로 반응한 것이다.

하지만 보스틱 총재는 바로 진화에 나섰다. 그는 지난달 31일 경제매체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페드 풋’은 한 번도 고려하지 않았다”며 “9월에 금리 인상을 쉬어가도 좋은 생각이라고 말한 건 Fed의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매우 강했기 때문이지 증시 부양을 위한 ‘페드 풋’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Fed가 증시 급락 등을 막기 위해 섣불리 페드 풋 카드를 꺼내 들지 않을 거란 시각에 더 힘을 실었다.

최근의 상황은 그동안 Fed가 페드 풋에 나섰던 과거와는 아주 다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Fed는 1990~91년 신용경색으로 인한 침체와 2000년대 초반 IT 버블로 인한 경기 침체, 2007~2008년 세계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페드 풋을 구사하며 구원투수로 나섰다.

Fed가 유동성의 수도꼭지를 열어 돈을 쏟아부어도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던 때다. “인플레이션이 짖지 않는 개가 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물가가 오르지 않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벤저민 보울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Fed는 위험해진 자산을 구하기 위해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Fed가 패닉에 빠지려면 더 많은 시장 패닉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등도 Fed가 입장을 바꾸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물가를 꼽았다. 물가 상승세가 잡힌다면 Fed가 긴축 기조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지만, 최근의 물가 흐름으로 봤을 때는 이는 쉽지 않은 시나리오다. 경기 침체로 들어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하면 Fed가 긴축 기조를 완화할 수 있지만, 경기 침체로 진입하더라도 인플레 압력이 잦아들 것으로 장담할 수는 없다.

따라서 당분간 Fed에 대한 기대는 접는 것이 나을 전망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Fed가 아직 ‘페드 풋’을 보낼 때는 아니다”며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 선거 전까지 인플레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는 것이 목표인 만큼 Fed는 당분간 강한 긴축 의지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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