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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컵 쓰면 100~500원 깎아줬더니…커피점 고객들 “1회용 컵 안 쓸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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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10일부터 시행되려던 ‘1회용 컵 보증금제’가 12월로 연기됐다. 국민의힘이 연기를 요청했고, 환경부가 이를 수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소상공인과 영세 프랜차이즈 대표들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였다.

적용 대상은 커피, 음료, 제과제빵 등 79개 사업자와 105개 브랜드다. 판매자는 정부가 정한 보증금 300원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 판매하고 소비자가 1회용 컵을 반환할 때 이를 돌려주게 된다. 컵 반납은 꼭 음료를 산 매장이 아니어도 가능하다. 2020년 6월 개정된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2년 동안 준비해 온 정책이다. 이 제도는 2003~2008년 비슷한 방식으로 시행된 적이 있다. 당시 낮은 컵 회수율로 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일부 업체의 컵 보증금 전용 의혹 등 탓에 폐지됐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고 과거 50~100원이었던 보증금을 300원으로 올려 컵 회수율을 높이려고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증금이 낮으면 회수가 잘 되지 않고, 너무 높으면 소비자가 부담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전문가, 프랜차이즈업계와 수차례 논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바코드 스티커를 1장당 311원이나 317원에 구매한다. 라벨비와 컵 처리비용에 대한 부담이 얹어졌다. 음료값과 함께 결제되는 보증금 300원을 카드로 결제할 경우 수수료도 점주가 내야 한다. 컵 회수가 더해지니 일이 늘게 되고, 설거지는 물론 회수된 컵 보관도 덤이다.

환경부는 보증금제가 적용될 경우 전국적으로 연 23억개의 1회용 컵이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환경보호라는 취지에 맞추려면 1회용 컵 회수보다는 텀블러 등 개인용 용기 이용을 더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업체의 판매전략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형 커피전문점들 대부분은 한 잔당 100~500원 정도를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다회용컵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400원과 에코별 10개 적립하면 5개 추가 적립해주고 있다. 이 브랜드의 경우 각종 캠페인을 통해 지난해 2188만7000여 건의 개인용컵 이용 실적을 냈다. 올해 들어서는 4월까지 약 877만 건에 달한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개인컵 사용 문화의 확산”이라고 밝혔다. 폴바셋은 500원, 엔젤리너스는 400원 할인해준다. 이런 마케팅전략의 변화 역시 정부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적극적 의지가 필요하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일회용 컵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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